1)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는 '전제'
사이시옷을 적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발음 조건을 따지기 전에, 해당 단어가 다음과 같은 형태론적 구조와 어종(語種)의 결합 전제를 먼저 통과해야 한다. 이 전제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사잇소리 발음이 나더라도 사이시옷을 적을 수 없다.
<전제 1> 반드시 '합성어'여야 한다.
단일어나 파생어(접사가 결합한 말)에는 사이시옷을 붙일 수 없다. 어근과 어근이 결합하여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합성어 명사이어야 한다.
예시) '해'와 '무리'가 합쳐진 합성어이므로 '햇무리'로 적는다. 반면, '해'에 접사 '-님'이 붙은 파생어는 발음이 [핸님]으로 나더라도 '해님'으로 적어야 한다.
<전제 2> 결합하는 단어 중 최소한 하나는 '고유어'여야 한다.
한글 맞춤법은 사이시옷의 표기 대상을 '고유어+고유어', '고유어+한자어', '한자어+고유어'의 결합으로만 제한한다. 즉, 구성 성분 중 최소 하나는 순우리말(고유어)이어야 한다.
예시) 고유어 + 고유어: 나뭇가지 (나무 + 가지)
고유어 + 한자어: 가겟방 (가게 + 房)
한자어 + 고유어: 수돗물 (水道 + 물)
예외 (한자어+한자어의 예외적 6개 단어): 원칙적으로 한자어와 한자어의 결합에는 사이시옷을 적지 않지만, 언어의 관습성을 고려해 다음의 6개 단어만 예외적으로 인정을 해준다.
곳간(庫間), 툇간(退間), 찻간(車間), 셋방(賃房), 숫자(數字), 횟수(回數)
<전제 3>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 받침이 없어야 한다.
사이시옷을 자리에 받치어 적어야 하므로, 선행하는 어근의 끝글자에 이미 받침이 있다면 시옷을 적을 물리적 공간이 없어 탈락한다.
예시) '물'과 '가'가 만난 '물가'는 사잇소리 현상으로 [물까]라고 발음되지만, '물'에 이미 'ㄹ' 받침이 있으므로 사이시옷을 적지 않습니다. 반면 '냇가(내+가)'는 '내'가 모음으로 끝나므로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는다.
2)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는 '조건'
위의 세 가지 형태론적 전제를 모두 만족한 상태에서, 두 단어가 만날 때 실제 발음상 아래의 세 가지 음운 변화 중 하나가 발생해야 비로소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을 수 있다.
<조건 1>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변하는 경우
뒷말의 첫소리인 안울림 예사소리(ㄱ, ㄷ, ㅂ, ㅅ, ㅈ)가 결합하면서 된소리([ㄲ, ㄸ, ㅃ, ㅆ, ㅉ])로 경음화되어 발음되는 경우이다.
예시) 배 + 사공 → 뱃사공 (발음: [밷사공/배싸공])
초 + 불 → 촛불 (발음: [초뿔/촏뿔]),
나무 + 가지 → 나뭇가지 (발음: [나무까지/나묻가지])
<조건 2>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는 경우
뒷말이 자음 'ㄴ, ㅁ'으로 시작할 때, 앞말의 모음 아래에 없던 'ㄴ' 소리가 삽입되어 발음되는 경우이다.
예시) 코 + 날 → 콧날 (발음: [콘날])
이 + 몸 → 잇몸 (발음: [인몸])
<조건 3> 뒷말의 첫소리 '이' 모음(또는 반모음 j)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나는 경우
뒷말이 모음 '이, 야, 여, 요, 유' 등으로 시작할 때, 앞말의 끝과 뒷말의 처음에 각각 'ㄴ' 소리가 하나씩, 총 두 개의 'ㄴ'이 덧나서 [ㄴ+ㄴ]으로 발음되는 경우이다.
예시) 깨 + 잎 → 깻잎 (발음: [깬닙])
나무 + 잎 → 나뭇잎 (발음: [나문닙])
베개 + 잇 → 베갯잇 (발음: [베갠닏])
3) 사이시옷 규정의 효용성과 의미 분화
① 발음의 시각화 및 직관성 제공 (효용성 측면)
일각에서는 사이시옷 규정이 인위적이고 복잡하여 한글 표기를 어렵게 만든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사이시옷은 "이 자리에 오면 소리를 덧내거나 뒤를 강하게 읽어야 한다"는 것을 독자에게 미리 알려주는 훌륭한 '시각적 이정표' 역할을 한다. 만약 사이시옷 규정이 없다면 '촛불'은 '초불'로 적어야 할 것 이다. 이 경우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나 어린아이들은 문맥 없이 [초불]이라고 밋밋하게 읽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촛불'로 시옷을 받쳐 적어줌으로써 [초뿔]이라는 정확한 발음을 유도해 낸다. 즉, 표음문자인 한글이 실제 언어 생활의 '음가'를 가장 가깝게 보존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인 것이다.
② 의미 변별을 통한 의사소통 오류 방지 (의미 차이 측면)
사이시옷은 단순히 발음 안내 역할에 그치지 않고, 문맥 속에서 단어의 뜻을 완전히 다르게 분화시켜 주는 '변별적 장치'로서 결정적인 장점을 가진다. 대표적인 예로 다음과 같은 단어 쌍을 들 수 있다.
예시) 고기배 vs 깃배 / 고깃배
고기배: 물고기의 배(신체 부위, [고기배])
고깃배: 고기를 잡는 배(어선, [고기빼/고긷빼])
나무집 vs 나뭇집
나무집: 나무로 지은 집(건축 소재, [나무집])
나뭇집: 나무(땔감 등)를 파는 집(상점, [나무찝/나묻찝])
만약 표기법에서 사이시옷을 전면 폐지한다면 우리는 글을 읽을 때마다 이것이 물고기의 신체인지 어선인지를 앞뒤 문맥을 한참 동원하여 해독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