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는 상대적 효과가 있을 뿐이어서 다른 사람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함이 원칙이나,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당시에는 권리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을 수 있는 이해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가 나중에 시효이익을 이미 포기한 자와의 법률관계를 통하여 비로소 시효이익을 원용할 이해관계를 형성한 자는 이미 이루어진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시효이익의 포기에 대하여 상대적인 효과만을 부여하는 이유는 포기 당시에 시효이익을 원용할 다수의 이해관계인이 존재하는 경우 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채무자 등 어느 일방의 포기 의사만으로 시효이익을 원용할 권리를 박탈당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의 발생을 막으려는 데 있는 것이지, 시효이익을 이미 포기한 자와의 법률관계를 통하여 비로소 시효이익을 원용할 이해관계를 형성한 자에게 이미 이루어진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게 하여 시효완성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사후에 불안정하게 만들자는 데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출처 :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5다200227 판결[근저당권말소등] > 종합법률정보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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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이 매우 추상적이어서 도대체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이었는지 한번 들여다보려 합니다.
우선 조문,
민법 제184조(시효의 이익의 포기 기타)
① 소멸시효의 이익은 미리 포기하지 못한다.
② 소멸시효는 법률행위에 의하여 이를 배제, 연장 또는 가중할 수 없으나 이를 단축 또는 경감할 수 있다.
184조 1항에 따르면 소멸시효의 이익은 미리 포기하지 못하지만 나중에는(이익이 발생한 후, 즉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와 같은 조문 해석방법을 반대해석이라 부르죠.
판시내용에 나오는 말,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당시에는 권리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을 수 있는 이해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가 나중에 시효이익을 이미 포기한 자와의 법률관계를 통하여 비로소 시효이익을 원용할 이해관계를 형성한 자"
이는 도대체 어떤 경우일까?
판례에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옵니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소외인은 1992. 8. 25. 피고로부터 50,000,000원을 차용하였고(이 사건 차용금채무이다), 그 담보로 같은 날 피고 앞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이 사건 제1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2) 소외인은 2004. 4. 16.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차용금채무와는 별도로 그때까지의 미지급이자 등을 30,000,000원으로 확정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2004. 4. 20. 피고 앞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이 사건 제2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이로써 소외인은 이 사건 차용금채무의 소멸시효 완성의 이익을 포기하였다.
이 사실관계를 보면,
소외인이 1992년에 피고에게서 돈을 차용하고 자신의 부동산에 제1근저당권을 설정해준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차용금채무의 소멸시효기간은 10년이어서
2004년 당시에는 이미 그것이 시효로 소멸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그렇게 소멸된 차용금채무의 미지급이자등을 위하여 다시 이 부동산 위에 제2근저당권을 설정해줌으로써, 차용금채무의 소멸시효완성의 이익을 포기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소멸시효이익의 포기는 당사자 사이에서만 효과가 있어서 상대적 효력을 가지는 것에 불과하여 다른 사람(제3자)에 대하여는 이를 주장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와 같이 소멸시효이익의 포기에 대하여 상대적 효력만을 인정하는 것은 그렇게 당사자간에 소멸시효이익을 포기하는 행위가 혹여 제3자에게 민폐를 끼칠까봐 그렇게 한다는 취지인데,
만약 소멸시효이익의 포기 당시에 그런 포기에 대하여 아무런 관련도 없던 사람이 추후에 소멸시효이익 포기자와 어떤 법적인 관계를 맺었다면, 그런 사람에 대해서도 소멸시효이익의 포기가 효과가 없다고 할 것인가?
법원은 그건 아니라고 하는 겁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는 2013. 12. 6. 소외인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과 그 지상 4층 공동주택을 매수하여 같은 날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원고가 소멸시효이익 포기자와 법률관계를 맺은 것은 소멸시효이익의 포기가 있은 후의 일인데,
원고는 그 근저당등기를 말소하게 되면 자신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이렇게 주장했겠죠.
소외인과 피고(근저당권자) 사이에서 소멸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은 원고 자신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기 때문에(상대적 효력)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는 시효로 소멸하였고 따라서 피담보채무가 없는 근저당권은 무효이고 말소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기 때문에 근저당권등기를 말소해주시요.
이게 타당한 주장인가요?
그래서 법원이 다음과 같이 받아칩니다.
"위 인정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소외인이 소멸시효 완성의 이익을 포기한 후에 그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한 원고는 소외인이 한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전제로 하여 근저당권의 제한을 받는 소유권을 취득한 것이어서 소외인이 한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
이렇게 분석해보면,
법원의 판시사항은 상당히 정당하다 싶고,
판례요지를 다시 읽어보면서 사건을 떠올려보면 그 의미가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당시에는 권리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을 수 있는 이해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가 나중에 시효이익을 이미 포기한 자와의 법률관계를 통하여 비로소 시효이익을 원용할 이해관계를 형성한 자"
이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