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계산 등산은 88도로 거창휴게소 뒤편길로 시작했다. 서종희 샘은 감기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 등산으로 이겨볼까 하고 왔단다. 간간이 콜록거리고, 힘이 부치는 듯해도, 첨부터 강단지게 잘 오른다.
닭이 날아오를듯 날개를 펼친 모양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 비계산-. 산 아래에서 정상이 빤히 눈에 보여도 거의 60도 이상의 오르막이 계속 되는 코스라, 비곗살 가진 몸으로는 오르기 힘든다. 비계산 오르면서 "힘 안드는데!"라고 말하면 그 사람은 아마 몰매 맞을 것이다. 앞장선 조대장도 오늘은 일부러 천천히 올라간다. 하마 오르막이 끝났나 싶어서 올려다보면 여전히 그대로다. 비계산 오르막은 빠지지 않는 뱃살 만큼이나 질기다.
중턱까지는 소나무가 많아서 갈비를 밟으며 올랐는데, 그 위로는 갈비는 아예 보이지 않고 가랑잎들이 쌓여있다. 가랑잎을 밟으면 "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난다. 솔잎은 밟아도 아무 소리를 안 내는데. 발자국을 뗄 때마다 꾹꾹 밟는다. 힘든 것 좀 알아달라는 듯..
정상 능선을 타기 전에 커다란 자갈지대(너덜지대)가 마치 산꼭대기에서 쏟아져 내린듯 펼쳐져 있다. 비슬산에도 엄청 큰 너덜지대가 여러곳 있던데, 규모는 작아도 신기하다. 전엔 너무 힘들어서 못 봤나보다.
능선에는 커다란 바위들이 여럿 있고, 정상에 오르려면 바위 틈을 비집고 기어오르는 난코스가 한곳 있다. 다들 몸매가 날씬한지라, 그 비좁은 틈 속으로 잘 올라간다. 바위 북쪽편으로는 햇빛이 듬성해선지 솔이끼, 뱀이끼 등 이끼류들이 바위를 뒤덮고 있다. 녹색을 띤 솔이끼들은 색깔도 선명하고 모양도 앙징맞은 것이 눈길을 끈다.
능선을 따라가다 보니, 산 아래로 여기저기 마을이 보인다. 거창을 경계로 하는 합천군의 숭산마을이다. 산들이 빙 돌아가며 마을을 감싸고 있어서인지 퍽 아늑해보인다. 여기서 바라보니, 비계산이 거창과 합천을 구분하는 산이란 게 실감난다. 그래서 비계산은 정상이 두개라 한다. 거창군에서 주장하는 정상(해발1130m)이 있고, 바위 하나를 돌아가면 정상을 알리는 돌비석(해발1125m)이 하나 더 있다. 이 팻말엔 합천군의 숭산비운산악회에서 세웠다는 글귀까지 있다. 다들 자기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는 거겠지. 팻말만 보자면, 합천쪽이 더 좋아보인다.
어쨌건 우리는 거창군에서 세운 팻말 앞에 자리를 펼쳤다. 떡과 온갖 과일, 누룽지도 맛있게 먹고, 앵두술과 소콜로 목을 축였다. 과장님 부부와 함께 26가지 몸에 좋은 재료로 빚은 약술이 그립다.
하산코스는 합천쪽 팻말을 지나자마자 있는데, 경사가 아주 심한 길이다. 길 옆의 나뭇가지들을 붙잡아가며 절반은 미끄러지고, 절반은 휘청거리며 내려오니, 이쪽에도 커다란 너덜지대가 나타난다. 깎아지른 경사는 이곳까지인가 보다. 자갈지대를 건너고부터는 발을 땅에 붙이고 걸어내려 올 수 있었다.
올라갈 때나, 내려갈 때나 항상 힘든 비계산 등산-, 감기도 이쯤되면 혼이 나서 달아나지 않을까 싶다. 가조 온천에서 다리를 풀고, 손님 많더라는 가조 쌍쌍식육식당에서 삼겹살을 먹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