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개에게 예절교육이 필요한가?
개에게 왜 훈련이 필요한지 다음 상황을 가정해 알아봅시다. 당신은 모든 사람들이 나와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회사에 들어갔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신입사원 교육도 없고, 업무지침도 모르겠습니다. 전화해서 물어볼 친구도 없어 스스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당신은 재주가 뛰어나고 열정이 넘치는 분이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무엇이든 돕겠다고 제안하고 다닙니다. 그러나 모두가 못마땅해 하는 것 같습니다. 회사 재산을 지키기 위해 구석구석을 열심히 뛰어다니고, 고객에게 머리 숙여 인사하고, 임원회의에 불쑥 끼어들고, 동료가 늘어놓은 물건들을 모두 모아놓고, 당신 몫으로 생각한 점심을 먹는데도 상사는 당신을 때리거나 책상에서 끌어내어 다른 방에 가두어 버립니다. 당신은 상사에게 소리쳐보지만,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상사는 당신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상사는 그런 당신을 두고 그냥 가버립니다. 당신은 어떤 지시도 못 받았고, 정해진 업무도 없어서, 무엇을 해야 할 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보았지만, 지겨워지기 시작한 당신은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회사 서류에 낙서를 시작하고 쓰레기통에서 종이를 꺼내 예쁘게 모양을 내어 만들어 봅니다. 당신의 상사는 어떤 임무도 주지 않으면서, 당신 나름대로 그 지겨운 시간을 보낼 방법을 찾아낸 것 역시 바라지 않는 것처럼 노려보면서 호통을 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은 다른 동료들과 의사소통을 해보려는 노력이 쓸모없음을 깨닫게 되고, 상사는 당신이 조용할수록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당신은 이런 상황을 받아들였다기보다는 포기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상사가 다시 말을 걸기 시작합니다. 당신은 상사가 다시 당신에게 관심을 보인 것에 너무 기뻐 상사를 껴안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참을 수가 없었는데,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당신은 다시 그 지겹고, 무미건조하고, 외로운 공간에 갇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곧 ‘무기력함의 미학’과 ‘우울’이 당신 이름에 들어간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차라리 해고당하는 것이 나을 것도 같은데, 갑자기 행운과도 같은 일이 찾아왔습니다. 상사가 어떤 강의에서 그가 뽑은 직원과 생산적으로 함께 일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갑자기 상사가 달라졌고 당신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그와 대화가 되기 시작합니다. 야호! 상사는 당신이 그의 비서라는 사실을 침착하고 분명하게 알려주기 시작합니다. 만세! 그리고 당신에게 기대하는 일이 무엇인지, 업무마다 상세하게 하나씩 잘 가르쳐 줍니다. 그는 이제 당신에게 미소를 짓고 당신을 자랑스러워합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고마워합니다. 그는 당신에게 기막히게 좋은 스테이플러와 빛나는 펜을 선물하고,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당신을 데려갑니다. 당신이 맡은 일을 정확하게 해낼 때마다 그는 당신을 칭찬하기까지 하고, 보너스까지 줍니다. 혹시 실수를 하더라도 이제는 당신에게 소리치거나 일주일 내내 무시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상사는 당신을 잘 가르치지 못했거나 혼동하게 만든 것은 자기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매일 새로운 일을 배우기 시작하자 이제는 지겨울 틈이 없습니다. 상사는 이제 점심시간도 주고 과중한 업무도 시키기 않습니다. 이제 당신은 일을 사랑하고 상사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기쁜 일은 상사 역시 당신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간혹 당신이 과거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보이더라도, 회사 재산을 지킬 필요도 없고, 손님이 왔을 때 제일 먼저 뛰어나가 반길 필요도 없다고 상사가 친절하게 알려주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당신의 책상으로 데려가 해야 할 일을 알려줍니다. 모두가 만족스러워하고 만사가 성공적이 되었습니다. 드디어 당신은 소중하고 충직한 직원으로 인정받았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대부분의 반려견이 이 짧은 시나리오의 앞부분처럼 살고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주인(보호자)이 문제의 해결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개가 올바르지 않게 행동할 때 그 일을 모르는 척 지나가거나, 가두거나 혼낸다고 해서 개가 이해할 리 없습니다. 개의 입장에서 개가 당신과의 삶을 어떻게 느끼는지, 개의 시각에서 당신이 어떻게 비춰질지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당신이 개라면 당신이 개에게 지시한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당신과의 관계에 만족할까요? 당신이 마련해준 삶에 만족할까요? 이렇게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반려견에게 좀 더 공정한 기대를 가지고 개가 원하는 것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개가 당신과의 삶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당신이 개를 선택했다는 사실을 언제나 기억합시다.”
어느 책에선가 인용한 글입니다. 카페지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