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 여행 마지막날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 서울 (여행을 마치면서) )
여행의 마지막 날. 오후 4시 20분 항공편을 이용할 것이므로 오전시간을 이용 할 수 있다. 이때, 프라도 미술관을 다녀올 것이므로. 마지막까지 버리는 시간 없이 알차게 보내는 셈이다. 미술관에서 조금이라도 더 머물려면, 오픈 시간에 맞추어 서둘러야 한다.
아침 일찍 모여 프라도 미술관을 향하여 걷는 길. 전날 내린 비로 촉촉하게 젖은 길가 나무들과, 약간 서늘하면서도 신선한 공기가 기분 좋다.
스페인 회화와 조각의 우수성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1819년 11월에 문을 연 국립 프라도 미술관. 실제로 1819년 처음으로 발간된 프라도 미술관의 카타로그에는, 소장하고 있던 1천 5백여점의 유럽 미술품 중에, 311점의 스페인 회화만을 실었다고 하니, 목적에 너무 충실했던 것이 아닌가.*.*
지금은 세계3대 미술관중 하나로 손꼽히는 프라도 미술관은 그 명성에 걸맞게, 12세기부터 19세기초까지 유럽의 우수한 회화, 조각 장식등 방대한 미술작품들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회화의 경우는, 7천점 가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시 장소가 부족하여 1천 3백여점만 전시되고 있다고 한다.
10여분을 걸어 미술관에 도착했다. 그동안 아름답고 화려한 건축물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일까... 이곳은 그 명성이 비해 소박하게 느껴진다. 그 앞에는 미술관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스페인의 대표적 화가인 고야의 동상이 서 있었다.
프라도 미술관
미술관을 바라보고 있는 고야의 동상
우리가 너무 일찍 온 것일까.... 평일이라지만, 사람들이 없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는 미술관 오픈 시간을 9시로 알고 왔는데, 10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단다. 바쁘게 왔는데... 그러나 허탈함도 잠깐. 지금부터는 미술관 주변 산책 시간이다.
시선을 위 쪽으로 돌리니 아름다운 성당이 보인다
미술관 외부를 산책하다가 미정언니와 함께~
미술관 근처의 상점인데 이층의 인형들은 그림속에서 막 나온듯 시선을 잡아 끈다.
잠깐 동안의 산책이지만, 급했던 마음이 순화되면서 마음이 편안해 진다. 게다가, 근처 카페테리아에서 모닝커피를 마시는 호사까지 누렸으니, 선물처럼 주어진 시간이 참 고맙다.
이제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미술관에 들어서는데, 12시까지는 숙소로 돌아가 짐을 챙겨 나와야 하므로, 주어진 시간은 1시간 30분. 그동안 교과서에서만 보던 루벤스, 렘브란트, 고야, 벨라스케스, 라파엘로등을 만날 수 있다니 기대가 한 가득이지만, 짧은 시간에 이 모든 것을 다 감상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떻게 해야, 짧은 시간을 효과적으로 잘 이용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어젯밤에 선생님께서 단체 톡으로 보내주신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 해 본다.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지만,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음미 할 수는 없는 것. 이러한 고민을 할 줄 미리 예상하셨나 보다. 유선생님께서는 그 중에서도, 꼭 봐야 할 그림들의 목록과, 그 그림이 있는 방의 번호를 단체톡으로 보내 주셨던 것이다.
미술관을 들어서자마자 안내서부터 찾았더니, 반갑게도 한국에로 된 안내서도 준비되어 있고, 거기엔 추천하는 명화들도 함께 소개가 되어 있다. 소개된 명화를 중심으로 감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음이 바빠서였을까? 이곳의 수많은 명화들을 감상할 때는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그 전에 소피아 미술관에서 게르니카의 감동이 너무 커서, 그 여운이 아직 마음속에 꽉 차게 자리 잡고 있어서, 좁은 마음속에 더 집어넣을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은 눈으로 직접 보고, 감상은 나중에 책을 보면서 회상해 보는 방향으로 정하고, 한 작품이라도 더 보기 위하여 이방, 저 방을 바쁘게 다녔다.
다니다 보니 벨라스케스의 그림 앞에서 이젤을 펴 놓고 그림을 모사하고 있는 젊은 화가를 발견. 사람들의 이동으로 어수선한 그 자리에서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는 사전에 허가를 받고, 이렇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하니, 화가 지망생들에게는 귀한 기회가 되겠다. 그리고 또 다른 그림 앞에서는 옹기 종기 모여 앉아서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는 귀여운 아이들의 표정이 제법 진지하다. 아마 수업의 연장으로 단체로 관람 온 듯하다. 그렇게 한 시간 반의 시간은 어느새 훌쩍 가버리고, 이젠 나가야 한다.
선생님은 보고 싶었던 그림, 다 보셨나요?
프라도 미술관을 나와서 마지막 기념사진(원장님, 선생님, 해미, 나, 서현언니, 영애언니, 미정언니)
많은 명화들 가운데 기억에 남는 건 고야와 벨라스케스의 그림들. 미술관 안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어, 명화들을 내 카메라에 담지는 못한 아쉬움과, 충분히 보지 못한 아쉬움은 다음 여행의 기약으로 대신한다.
숙소로 돌아가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내리니 12시가 조금 넘었다. 공항 가는 버스는 1시에 오기로 되어 있으니, 가까운 곳에서 간단한 점심을 하면 되겠다. 호텔 옆에 있는 식당을 찾아 음식을 주문하려고 하니, 1시부터 점심식사가 가능 하고, 지금은 차와 음료만 내어 줄 수 있단다. 이것도 그들의 문화이니 어쩔 수 없다.
시간은 흐르고, 무거운 짐도 있으니, 이동하기보다는 그곳에서 차와 음료를 주문하고, 그동안 공동 경비의 결산과, 서로 여행하면서 느낀 감상들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진다. 우리 모두 여행을 기획해 주신 선생님 덕분에 아주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스페인 여행. 서로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선생님께선 무엇보다도, 무사고로 여행을 마무리 하게 되어서 고맙다고 하신다. 말씀은 안하셨지만, 여행 인솔자로서 느끼는 무게가 크셨으리라.
여행지에서의 마지막 날. 그동안 우리는 마드리드와 안달루시아 지방만을 여행했지만, 스페인에서 9일은 아쉽기만 하다. 오래 머물면서 더 많은 경험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모두들, 단 며칠이라도 더 있고 싶은 마음들이다. 그만큼 이번 여행은 우리에게 양질의 에너지를 제공해 준 것이 틀림없다. 게다가, 여러 사람이 함께 여행하면서도, 아프거나, 크고 작은 사고 없이 잘 지냈으니, 참 감사한 일이다. 아쉬움은 아쉬운 대로 그냥 거기에 두고 가자. 그것도 여행의 한 부분이었으니, 다시 한 번, 꿈을 꾼다면, 또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아... 그리고,
여행이 끝나갈 무렵 기쁜 소식을 들었는데, 그것은 지난 18일 세고비아의 고향 리랴레스에서 열린 세고비아 국제콩쿨 합주부문의 수상 소식이다. 선생님과 이중주로 합주 부문에 참가한것이 1위 없는 2위에 선정된 것. 처음엔, 스페인에서 기타를 들고 무대에 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것이 마냥 신기하고, 감사했었는데, 좋은 열매까지 맺었으니, 우리 기타 교실과 나를 위해서도, 더 없이 기쁜 일이다. 틈틈이 연습하고, 잘 이끌어 주신 유정주 선생님께 참 고마울 뿐이다. 이것이 자극이 되어서 스스로 더 정진하는 기회로 삼아 보리라 다짐해 본다.
지난 18일 오전, 세고비아 국제 콩쿨 합주 부문 참가. 유정주 선생님과 무대에 오르는 행운이 주어졌다.(연주할때면 긴장 때문인지, 늘 심각한 표정이 되어 버린다. 좀 더 부드러운 표정으로의 변화를 위해 연주곡을 즐기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프라사마요르 기타듀오" 스페인에서 기타 연주기회도 감지덕지인데, 거기에 상까지... 잊을 수 없는 여행이 되었다.
공항 가는 길.... 여행 첫날, 낯설었던 차창 밖의 풍경은, 추억의 한 부분이 되어 기억 속으로 들어온다. 안녕 ! ADIOS !
기타와 음악이 있는 최고의 여행이었다. 이렇게 스페인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22일 오후 4시. 카타르항공편 도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밤새 비행하여 다음날인 23일 오후 5시면 서울에 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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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저녁 행복했던 스페인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도착해 메일을 열어보니, 여행 기간 중 모두에게 감사했다는, 테츠카 선생님이 보내신 메일이 들어 있습니다. 감사 메일을 보내 드리려 했는데, 선생님이 한 발 빠르셨습니다. ^^;; 여행은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진짜 여행은 지금부터 시작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기타를 통해서 얻은 소중한 인연들, 기타를 향한 새로운 자극들, 그리고 그 이상의 발견하지 못한 어떤 것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아주 조금씩이지만, 단단해지고, 깊어지며, 부드러워지겠지요. 그런 작은 변화들이 내 안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기를 소망해 봅니다. 이제, 그 변화를 위한 여행을 시작 하면서, 스페인 여행 후기는 여기에서 마칩니다.
다소 개인적이고 지루할 수 있는 긴 글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정말로 무슨 보고서처럼 자세히도 쓰셨네요~~~애섰어요~~~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여행이라....작정하고 써 봤습니다~~^^
아름다운 기억들이 보관됬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신 선생님 덕분이지요~ 감사드립니다~~^^*
감동입니다. 제가 여행을 다여온 느낌 !!
수많은 경험과 기억들이 평생 소중한 보물로 남아있겠네요! 부러워요..
훌륭한 기행문 잘읽었습니다.. 까페의 자산으로 남을듯.. 재주꾼-2 ^^
연주회 수상 축하드려요~~
다 담지 못한 부분들도 있지만....소중한 기억들이 사라지는것이 아쉬워 기록을 남겨 봤습니다.
끝가지 읽어주신것 감사드리고요..^^
소선생님도 함께 하셨으면 더 좋았을텐데요.... 다음에 이런 기회가 생긴다면 꼭 잡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