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을 주는 사람
김인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동안 외출도 못하고 집안에 갇혀 있으면서 그동안 몰랐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바쁘던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쉬는 것이 처음 며칠은 편안하고 좋았다.
남편과 함께 하루 세번의 예배와 성경 읽기,
기도하기, 그리고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 읽기를 시작했다.
우리나라 역사와 세계사, 그리고 박경리 박완서 노천명의 수필집, 노벨 문학 수상 작품들과 각종 전문 서적들……그동안 부분적으로 읽던
성경 읽기도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 읽었다.
스마트폰에 책 읽어 주는 앱이 있어 좋은 글도 맘대로 읽고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몰랐던 것이 이렇게 많은지……
항상 바쁘게 살면서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쉬면서 읽는
책들은 공감이 잘 되질 않고, 읽다가 잠들거나 다음날엔 그 내용도 잊어버렸다. 절박한 삶 속에서 느끼는 동기나 목표가 없는 탓인지 감동이 별로 없었다.
며칠이면 끝날 줄 알았던 외출 금지 기간이 길어지고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더 많아졌다.
몸 불편한 남편을 생각해 외출도 금하고, 불규칙한 하루 생활에 밤 낮의 개념도 없어져
살고 있는지 죽어가고 있는지조차 실감이 나질 않았다.
잠 못 이루는 밤이면 스마트폰을 곁에 두고 많은 음악을 들었다. 이대로
잠에서 깨지 않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이 땅에 언제 이렇게 인재들이 많아졌는지 놀라운 연주 개인기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었다. 나도
음악을 전공했지만 처음 듣는 곡들도 많았다.
그러다 어느 날 가슴 떨리게 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내가 좋아하는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중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이 들려오는데 파바로티나 카르소와는 다른 신비로운 목소리, 음악을
전공한 나도 평생 들어보지 못한 소리였다.
누구지? 벌떡 일어났다.
20대의 젊은 청년이 숨이 넘어갈
듯 ‘별을 빛나건만’을 부르고 있다. 곡의 내용은, 날이 밝으면 사형집행을 당할 사람이 향기로운 대지의
공기 속에 빛나는 새벽별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연인을 그리면서, ‘별은 빛나고, 대지는 향기로운데... 나는 죽어가오’라고 숨이 넘어갈 듯 부르는 아리아이다.
이름도 모르는 성악가인데 우리나라에 저런 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었나?
20대 후반의 젊은이가 똑바로 서서 지구의 공기를 다 토해내는 듯 넘치는 성량과 애절한 목소리로 아리아를
부르고 있다. 풍성하고 아름다운 소리였다. 그뿐 아니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에서 아리아 ‘네순 도르마’중 ‘Vincero, Vincero(승리)’, 파바로티만이 낼 수 있는 성량으로 감동적인 소리가 이어져 나왔다.
정신이 확 들었다. 사람의 몸에서 어떻게 저런 소리가 날까? 넘치는 성량과 감성으로 가슴을 뛰게 하는 저건 하나님이 주신 소리이다. 누굴까? 사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재능이 아닌 감동이다.
관심을 가지고 성악가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또 한 번 놀랐다. 최근에 새로 뽑힌 ‘7인의 트롯인’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감동을 주던 사람이 트롯을 부르고 있다니. 그가 부르는 트롯도 가슴을 뛰게 했다. 이것은 처음 있는 사건이다.
노래가 주는 감동,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을까? 성장 과정이나 음악 수업, 성품의 영향도 있겠지만, 특별한 재능은
하나님이 주시는 것 같다.
이 땅에 신동이나 천재들은 많다. 별별 새로운 재능과 기술을 자랑한다. 노래 춤 악기 정신을 못 차리게 현란한 모습들이 줄줄이 끝이 없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나 좋은 소리에 감탄을 하지만 감동을 주는 사람은 귀하다.
앞으로는 인공지능 로봇도 사람보다 더 잘해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감동, 어떤 힘이나 노력으로는 만들 수 없는 것. 그것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이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 하나님과 인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끈이기도 하고.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성경을 다시 읽어봤다. 인간을 만드신 하나님, 천지를 창조하시고 아담과 이브를 만드셨다. 그리고 생기를 불어넣어
보시기에 좋다고 하셨다. 하나님이 주신 생기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가슴 뛰게 하는 감동, 이런 감성을 품은 인간은 귀하다.
내게도 이런 힘이 있을까?
그의 음악과 함께 행복하고 꿈꾸는 시간들을 보냈다. 세상이 달라진 듯. 죽을 것 같이 우울하던 시간들이 생기가 넘치고 음악 치료라도 받은 느낌이다.
이런 보물이 곁에 있었다니.
그러고 보니 주변에 보물이 넘치고 있는데, 우리는 습관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에 익숙해져
잊고 사는 것 같다.
감동 없이 산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감동은 사랑, 기쁨, 온갖 좋은 변화를 일으키게
한다. 하나님께서도 이런 인간 관계를 생각하고, 사람을 만드시고
기뻐하신 것이 아닐까? 처음에는 아담 한 사람, 두번째 인간
이브를 만드시고 이런 소통, 사랑과 기쁨의 관계를 원하셨을 것 같다.
한 사람의 감동적인 노래가 이렇게 변화를 일으키다니.
나는 그의 팬이 되고, 그의 노래를 들으면서 집안 생활을 즐겼다. 나도 이웃이나 가족들에게 이런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코로나19가 주고 간 뜻밖의 수확이기도 하다.
<참고>트롯을 부르는 성악가: 김호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