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수필문학 총회를 다녀와서 / 이태호
3박 4일 일정으로 우리 집 밖여닫이 문을 나섰다. 자동차 트렁크 문을 열고 보따리를 넣었다. 당연히 공간이 비좁다. 모닝은(경차) 늘 말했다. 제발 짐을 좀 적게 실으라고. 자동차 문을 열고 내비게이션을 켰다. 모임장소인 설악산 척산온천 까지는 4시간 정도 소요한다고 일러준다.
설악아래 척산 호텔에는 문이 많았다. 내가 밀거나 당기고 올리고 내린 문도 수십 개다. 그것들은 모두 크거나 작은, 개성 있는 문들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특정한 문을 거치지 않으면 온천탕은 물론 숙식도 허용하지 않았다. 2박을 했으니 어림잡아도 마주한 문만 수십 개다.
대전으로 거슬러 오르기 위해 차창의 서리를 긁어냈다. 경칩이 다가오는데도 동장군의 회초리는 여전했다. 올 때와 달리 국도를 택했다. 내비게이션이 지레 엄포를 놓았다. 무려 6시간 이상 걸린다고. 그러거나 말거나 천천히 길을 떠났다. 주변에는 겨울이 채뜨려간 풍광이 삭막한 듯 펼쳐졌다. 하지만 겨울 산 소나무 숲은 달랐다. 솔잎에 내려 앉은 눈꽃은, 겨울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었다. 마치, 웰터 론트 팔머의 ‘겨울의 낙원’이란 명화(名畫)를 보는 듯했다.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예약한 대림호텔 쌍닫이문을 밀고 체크인을 했다. 대전수필문학 정기총회가 개최되는 곳이다. 카드 열쇠를 받고 방문을 여니 공기의 차별이 심했다. 하긴, 설악의 공기와 비교하는 자체가 우습다. 방안에 들어서니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창문은 딱 한 개다. 우선 빼꼼하게 열었다. 환기가 목적이었으나 과욕이다. 바라진 문사이로 공해에 시달린 허기진 바람이 바쁘게 들어왔다. 얼른, 문을 닫고 시계를 보았다. 약속시간 20분 전이다.
정겨운 얼굴들이 차례로 머릿속을 자극했다. 몇 달 전에 보았던 얼굴들도 있었다. 나이테를 수십 개씩 그은 분들인데도 팽팽, 쌩쌩하다. ‘온동 김기태 친구’가 말했다. 보톡스(Botox) 맞은 겨? 우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다.
개회가 선언되고 진행자의 차분하고 명쾌한 멘트가 청중을 압도했다. “백송자 사무국장님, 혹시 아나운서 출신이 아닌가요?”라고 물어볼걸 그랬나? 선후배, 동갑내기와의 대화는 여생에 큰 도움이 되었다.
돌아올 때도 국도를 택했다. 오가며 들리는 칠갑산 천장호 출렁다리를 건너면서 윤승원 수필가께서 보내온 사진을 보았다. 그분은 늙음을 제대로 활용하여 즐기는 분인 것 같았다.
만리포에 도착하여 내 집 문을 열었다.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내 집이 최고란 말은 헛소리가 아니었다. 보일러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오늘따라 기름 타는 소리가 비싸지 않고 정겹게 들렸다. 서재 문을 열고 컴퓨터에 전원을 넣었다. 이런저런 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 어제 펼쳐졌던 총회의 시작과 끝을 복기했다.
“회원 여러분, 이번 호 주제수필은 ‘문(門)입니다. 정식으로 공지하겠습니다.” 내가 되물었다. 여닫거나 밀고 당기는 문이 맞지요? 박미련 회장님의 목소리가 장기기억장치로 들어선다. 그래 이번에는 물리적인 문이 아닌,
『마음의 문』을 열어볼 것이다.
여러분! 만나서 즐거웠습니다. 쉬지 말고 건강하십시오.
첫댓글 이태호 선생님~< 마음의 문>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늘 멀리서 오시는 그 정성에 감사합니다.
다정한 부부의 모습은 귀감이 됩니다.
글과 사진은 늘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귀한 보물입니다.
動인데 靜이라는 말씀도 잘 간직하겠습니다.
해헌 이 선생님.
벌써 '숙제'를 하셨네요.
'참 잘했어요' 도장이 있다면 꾹 찍어드리겠습니다.
서해안에서 동해안까지 겨울 바람을 헤치고 다녀오신 열정에
찬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