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고마웠습니다.
여성시대와 함께한 25년, 양희은씨가 여성시대 진행을 맡는다는 소식을 듣고, 먼지가 덮힌 카세트라디오를 꺼내서,먼지를 털고, 반찬거리를 다듬으며 하루를 시작했었지요.
참 고마웠습니다.
아들의 고3때 이야기부터, 친구들과 '30년만에 수학여행 다녀온 이야기'하숙생들과의 알콩 달콩사는 이야기 모두가 여성시대와 함께였습니다.
속상했던 이야기도 마치 친정엄마에게 털어놓듯이 했고, 좋았던 이야기도 여성시대 가족 여러분의 축하를 받았었지요
그동안 쌓였던 글을 잘 보관 해 주셨던 여성시대 덕분에 심플하고 산뜻한 수필집이 '건빵바지와 앞치마'라는 제목으로 나오게 되었구요.
덕분에 남루하던 내 삶이 크게 위로를 받았습니다.
심지어, 어떤 블로거는 제가 언덕을 넘어 산을 넘다가 제가 큰 산이 되어 버렸다고,건빵바지와 앞치마를 입고 그 산에서 너울너울 춤을 춘다는~
마치 희랍인 조르바 처럼~
세상에나 ~ 자유인 조르바의 느낌이 1%라도 있었다는 느낌, 극찬을 받았네요 여성시대 덕분에.
이제, 마지막 인사를 해야겠어요.
오늘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 했습니다.
암이 걸리고 나서 더 행복했던 삶이였습니다.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저를 사랑하는지 ~
꿈에도 몰랐던걸 '암'을 통해서 알게 해주셨거든요.
제가 거의 마지막이 다가 온다는 생각에 친구들과 만나 감사인사를 했고, 세상에서의 모든 일은 오늘 아침까지 다 정리 했답니다.
시신기증을 했으므로 조문을 받지 말라고 했더니 그건 남은자의 몫이라나요~ ㅎㅎ
영정사진이 없다고 위문온 친구에게 이야기 했더니, 같이 찍었던 사진중 예쁜걸 골라서 초상화 로 만들어 준다네요.
제딸이 영정사진 만들러 다니면 얼마나 마음 이 아플꺼냐면서요. 배려하는 마음에 끝까지 감동입니다.
제게 남은 시간은 약 3주 정도?
어쩌면 2~3 일도 될수 있다고 합니다.
수술실 천정에 쓰여있던 성경구절, '두려워말라,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를 보면서 양 눈가로 눈물이 쪼르르 흐르던날,
"더 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기도 할 수 있게 하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
김일중님께서 여성시대 데뷔하신날 제 글을 처음으로 읽어 주셨답니다. 가족에 대한 얘기요
의자라는 시를 소개 해 주셨구요.
양희은 님이 소개하는 목소리는 제가 말하는거와 흡사하다고~마치 제가 말하는거 같다고 지인들은 말하기도 한답니다~ ㅎㅎ
저를 선배라고 불러주신 박금선작가님,
성기애작가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여성시대 덕분에 25년을 행복하게 잘 보냈습니다.
여성시대가족 여러분도 모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