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생뚱맞은 詩 쓰기, 詩가 아니어도 좋다. 그게 詩이므로
悳泉 라병훈
※ 필자 주> 필자처럼 늦깍기 열정맨이 남원에 산다. 산문시를 처음으로 써 보았다며 억척스레 코멘트를 구해오신 그분, 역지사지인 내게 이처럼 곤혹스런 청구가 또 있을까? 고민으로 피일차일 하다가 그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중견평론가나 시인, 전공교수를 찾아 고민을 해결하라고 설득했으나 막무가내다. 겁이 난다는 표정에 개친도친이니 그러면 함께 고민 해 보자는 역제안을 다시하며 이 시를 소통의 장에 공유 해 봄직하다. 생뚱맞은 글 쓰기 사례이므로. 어림잡아 20번 이상은 곤혹스런 톼고과정을 거쳐야 할 것 같다. 늦깍기 끼리 함께 창작 해 보는 산문시? 그럴듯 하다. 시가 안되어도 좋다. 그게 시이므로 ....이언의 『교룡산성」을 교과서로 삼겠다는 그분의 당찬 각오를 접하면서 멋진 산문시 창작을 지켜보고자 한다. < 悳泉>
요천 생태공원과 고리봉<1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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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요천 뚝길을 따라 아내랑 하이킹
요천 생태공원까지 왕복 50분으로 딱이다
오랜 세월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상동마을 들녘
씨레기가 쌓일수록 원성도 늘어갔고
결국은 대산면에 새 매립장을 만든다
남원 제1의 생활터전이라고 자부하는 상동마을
옛 매립장에 피크닉장, 애견놀이장, 야구장을 만들어
제일가는 시민 휴식처로 돌아왔다
이곳 공원에서 바라보는 서쪽 하늘 밑
문덕봉에서 고리봉까지의 능선이 보인다
19키로 남짓으로 환상의 산행코스이다
제일 명당 이런 마을(상동)과
섬진강을 지키는 고리봉의 어울림이 환상이다
그 고리봉 정기 받아 대법관, 국회의원, 장관
고법원장 등 인재들과 이언 시인 같은 문학인도 탄생했단다.
< Comment>
선생님의 「요천 생태공원과 고리봉」 잘 감상하였습니다. 우선 산문시의 개요에 대해서 정리해야 할 듯 합니다. 산문시는 산문형태로 씌어진 시입니다. 따라서 시로서 갖추어야 할 5가지 기본 요소를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그 요소는 1) 새로운 발상(상상,인식) 2) 새로운 표현(신성,은유) 3) 함축적 표현 4) 관념의 이미지화(형상화) 5) 내재율(운율, 율격,리듬) 등입니다. 다만 산문시는 일반 서정시가 지니는 리듬이나 이미지 추구보다는 내용(서사)의 의미전달에 중점을 둡니다. 보내주신 시 「요천 생태공원과 고리봉」도 그러한 면에서 적정한 테마설정이 돋보입니다. 놓치기 쉬운 점은 산문시도 시 자체이므로 시적 정서와 산문적 리듬, 즉 율격에 맞추어 응축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시말씀드리면, 주제상 스토리상 자유시 형식으로는 도저히 담아낼 수 없을 때 즉, 운율화가 불가능하여 산문형태로 쓸 수 밖에 없을 때, 산문으로 쓸지언정, 어떤 정형시보다도 치열한 율격을 갗추어야 한다는 점입니다.<미당 지론>
이러한 기본적인 시론 측면에서 「요천 생태공원과 고리봉」을 읽어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산문시라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주제 상 스토리상 자유시 형식으로는 도저히 담아낼 수 없기에 산문 형태로 시를 쓰신 것이지만, 다음과 같은 시의 기본 요소를 놓치고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순수 산문을 행과 연가름 형식으로 배열시켜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사료됩니다. 이 산문시는 위 5가지 기본요소를 모두 채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적 대상인 ‘요천 생태공원과 고리봉’에 대한 서사를 표현함에 있어 새로운 발상이나 표현, 함축이나 관념의 이미지화도 보이지 않을뿐더러 내재율,즉 시적 리듬도 보이지 않습니다.
산문시는 미당도 실토하고 있듯이 산문 같은 이야기 시 일 수밖에 없는 시적 구조를 지니겠지만, 그러한 객관적 사실 (요천 생태공원과 고리봉 이야기) 속에서도 시적 정서를 기본 토대로 하여 산문적인 이야기 이면서도 동시에 시적 정서(기본5요소)를 살리는 이야기 노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사례 시를 김동수 시인의 「교룡산성」에서 쉽게 읽어 낼 수가 있을 것입니다. 네 단락의 서사(이야기)구조로 이루어진 미당 이래 가장 수준 높은 산문시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시에서 목도하는 것처럼, 객관적 대상물은 ‘교룡산성’을 통해 단순한 서사(즉, 산문 자체)가 아니라 남원의 역사적 특수성과 서구문물로 잃어가는 젊은 아해들의 남원 고유의 향토정신에 대한 안타까움 ( 즉, 시적 정서 도출)을 노래했습니다. 김동수 시인이 이 시에 등장시킨 능구렁이나 춘향, 동학군, 순댓국집 할매, 동네 아해 들 등은 위와 같은 시적 정서(= 시를 쓰는 목적이나 가치)를 구체화하기 위해 동원된 이미지요 은유로서 비유적 수법이자 암시로써 매우 소중한 역할을 해 내고 있습니다.
결국 산문시는 「교룡산성」에서 살펴보았듯이 행과 연구분이 없는 줄글형태이지만 내적인 압축과 응축을 통해 정서적(감정적) 울림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주제 제시)하지 못하면 순수한 산문형태로 그치고 말 것입니다. 아쉽지만 「요천 생태공원과 고리봉」도 같은 맥락에서 읽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우선 1차적으로 다음과 같이 「요천 생태공원과 고리봉」을 다시 한번 접근 해 보시길 권장합니다.
1) 내용이 서사적 구조라 힘드시겠지만 과감하게 군더더기( 관념어, 형용사, 율격을 떨어트린 시어들, 난삽한 fact의 열거 등)를 제거하여 문단 가지치기를 완성합니다. 그러시면 내재율 즉 리듬이 꼼지락거리는 징후가 보이기 시작 할 것입니다.
2) 다음 단계로 그러한 행간의 시어들을 지금처럼 낱낱이 얼굴을 내밀게 하지 마시고 살짝만 드러내고 나머지는 이미지화나 은유, 상징, 응축과 압축을 통해 남이 쓰지 않은 나만의 선 새로운 시어들로 창조 해 보세요
3) 거듭 「교룡산성」을 예시로 드는 이유는 결국 「요천 생태공원과 고리봉」에는 독자들에게 제시하고자 하는 시의 본질인 아포리즘( 정신적 가치/이념 혹은 의식/ 경구)이 전혀 보이질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천 생태공원과 고리봉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결국 어떠한 정신적 가치와 의식을 공유할 수 있을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시 쓰기의 결론이라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흔히들 말하는 입상진의(立象盡意: 형상을 세워서 뜻을 충분히 전해주는 것)가 시 쓰기의 전부일 듯 합니다.
소월이 「진달래꽃」을 마무리하면서 결구인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를 생각 해 내기까지에는 40 여 차례의 쓰디쓴 고쳐 쓰기 결과라고 전해집니다. 「요천 생태공원과 고리봉」을 독자가 공감 할 수 있는 멋진 산문시로 탄생 시킬 수 있으리라 믿으며 건필을 기원합니다. 경험부족하고 미천한 견해가 본 건 산문시 쓰기에 도움이 되실지 두렵습니다. 졸문을 읽어주시어 감사드리며 거듭 혜량하여 주시길 빕니다. 2차 퇴고분을 보내주세요. < 悳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