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끄르마이예르(Courmayeur 1,224m) 도시로 진입하는 날이다.
와일드 캠핑의 야영지로는 훌륭한 야영지였다. 물은 철철 넘쳐 흐르고 다만 화장실이 없어 불편할뿐 캠퍼가 하룻 밤 보내기에 는 더 할 나위없는 좋은 장소다. 여차없이 오늘도 다섯시 정도에 눈을 뜨고 침낭속에서 머뭇거리다 텐트를 들추고 밖으로 나와 주위를 살피며 또 하루를 준비한다.
본 옴무산장에서 부터 일행이 된, 두 사람(삼촌과 조카)이 오늘 끄르마이예르에 도착하면, TMB를 중단하고 버스편으로 몽블랑 턴넬을 경유하여 샤모니로 넘어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그 동안 우리와 이틀간 동행하여 트레킹을 하면서 정신적, 육체적 안정을 얻었는지, 우리와 끝까지 같이 걸어 보겠다고 하여, 오늘부터 발생되는 경비는 6명이 비용 분담을 하기로 하였다.
공식적인 멤버가 4명에서 6명으로 늘어난 샘으로 조금은 부담이 되지만, 이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데 어쩔 수없는 노릇 아닌가. 이제부터 4명이 아닌 6명의 대원이 구성되었다. (이 후 호칭은 삼촌은 최군, 조카는 박군이라 함)
06:19 동이트는 동쪽 하늘을 바라보니 오늘도 날씨 행운의 하루가 될것 같다.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지만, 어떤 남자가 야영장 주변을 살피고 다닌다. 아마도 야영객들의 대변 흔적을 찾는것 같다. 우리도 그렇지만 다른 야영객들도 주변을 더럽히지는 않은 모양이다. 다행히 주변을 살피던 남자가 아무일 없었다는 듯 떠난다.
06:39 일출이다. 햇살을 받으며 아침 취사를 시작한다. 배낭에 남아있는 식재료를 되도록이면 모두 소진을 시켜야 한다.
오늘은 TMB 일정중 두번째로 큰 도시인 끄르마이예르 주변 캠핑장에서 야영을 하기 때문에 모든 식재료를 구입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텐트를 철수하고 출발 준비를 하면서 어제 제일 늦게 도착한 1인 캠퍼의 텐트에서 나온 사람이 동양인이다. 일본 아니면 중국인인가 싶어 말을 걸어보니 생각지도 않은 한국인이 아닌가.
혼자서 TMB 백팩킹을 한 남자 또는 여자의 사례가 있긴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만남이다.
우리와 일정이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같지는 않다. 혼자이다 보면 단체팀 보다는 훨씬 자유롭고 일정 조정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그렇기도 하다. 인연이 되면 다시 만나기로 하고 우리가 먼저 야영장을 떠난다.
07:43 홀로 캠퍼인 목포가 고향인 주氏다. 뒤로는 최군과 박군 그리고 ek가 철수 준비에 바쁘다.
멀리 푸른 초지 능선 마루금의 엘리자베타 산장을 향하여 안락한 하룻밤을 양해애 준것에 대하여 고맙다는 마음의 인사를 한다. 어제 일정에 목적지인 에귀 느와르 캠핑장에 도착을 하지 못하고예정에 없는 와일드 캠핑 야영지에서 하룻밤을 머물다 보니 일정 수정이 불가피하다.
엘리자베타 산장 아래 작은 폭포 야영장을 떠나며...
07:45 출발이다. 밤새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일정 수정을 하다가 새벽녘에야 일정을 확정한다. 오늘은 끄르마이예르를 경유하여 그랑조라스 유료 캠핑장까지 진행하기로 한다. 그렇다면 오늘은 꽁발 습지 평원을 조금 걷다가 라 비자이 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끄르마이예르 까지 가서 식 부자재를 구입하여 다시 버스편으로 그랑조라스 캠핑장으로 가는 쉬운 일정이 될것이다.
원래 계획대로 어제 에귀 느와르 캠핑장에 도착하였어도 오늘은 끄르마이예르 시내 관광 겸 휴식일이였기 때문에 전체 일정에 차질은 없다.
꽁발 습지 평원
야영장을 떠나고 부터 오르내림이 1도 없는 평탄대로를 지루하리 만치 계속 걷는다.
평탄 대로를 걸어 온 길을 돌아보며, 뒤 따라 오고있는 박군과 최군.
TMB 구간 중, 제일 편하고 부담없는 길이 계속된다.
주변 습지와 산군들
잠시 휴식을 취하며...
꽁발 호수라 하기에는 큰 연못 정도.
꽁발 호수를 배경으로...
꽁발 산장을 건너다 보며...
08:29 꽁발 산장이 건너다 보인는 곳에서...
TMB 계획중 제일 망서렸던 구간 갈림길 중 한곳이다. 이 갈림길에 서면 모든 트레커들이 우측 TMB길을 따를 것인가. 직진인 짚 로드 평탄대로를 따를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하는 기로에 선다. 우측으로 약 450m 고도를 올리면 아에르피 비에이(Arp Vieille 2,420m) 오르막 정점에서 부터 메종 비에이 산장(Refugio Maison Vieille1,956m)까지는 환상적인 테라스 풍경의 멋진 몽블랑 산맥 설산을 좌측에 두고 완만한 내리막 사면길을 한동안 걸으면 넓은 푸른 잔디 평전에 스키 리조트 휴식처 메종비에이 산장이 나타나고, 이 산장에서 리프트를 타고 끄르마이예르까지 내려 갈수 있고, 특히 메종 비에이의 전체 요리로 주는 파스타다. 위대한 자연을 병풍삼아 파스타와 코스요리를 먹어보면 오랫동안 추억할 수있다고 한다.
後 자인 또 다른 루트인 갈림길에서 평탄 대로로 3km(30~40 분 소요)정도 직진을 하면 버스 정류장이 있는 라 비자이(La Vieille1,659m)마을에 도착을 하게 되며, 버스편으로 끄르마이예르까지 가게 된다.
어제 우리가 일정대로 진행을 하였다면, 당연히 직진 평탄 대로를 선택하였을 것이지만, 오늘은 조금 욕심을 내 볼만도 하여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 보았지만, 모두들 한마디로 직진을 원한다.
국민(?)이 원하면 따라야지 어쩔것인가.
08:32 꽁발 갈림길에서 루트 파인딩을 하고 있는 원삼이...(올라 갈까 고민 좀 해 보능겨?)
그래~ 버스를 타러 가자. 꽁발 호수 다리를 건너 라 비자이 마을로 향한다.
꽁발 호수 다리
소때들이 평원쪽으로 올라 오고 있다.
어마무지한 덩치를 자랑하는 젖소들의 행진(?)
09:21콩발 산장 삼거리
드디어 라비자이 마을에 도착을 한다. 버스시간표를 체크 해 보니, 10시 10분 버스는 이미 지나갔고, 10시40 버스가 있다. 우리는 10시40분 버스를 타기로 하고, 버스 승차 시, 내가 조사해서 알고 온 버스 요금은 편도 2유로로 매표소가 없으니 버스 기사에게 승차시 지불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정확한 해독은 않되지만, 안내판을 보니 요금 체계가 좀 복잡하다. 건너편 미아지 산장으로 가서 물어보니, 버스 기사에게 승차시 지불할때는 편도 1인당 6유로를 지불해야 하며, 2유로는 온라인으로 예약 결재를 하는 요금 체계라고 한다.
미아지 산장 주인으로 부터 어렵게, 어렵게 알아 듣는 내용이 그렇다. 모바일 인테넷이 가능하다는 박군에게 요금 체계를 설명하고, QR코드를 스캔해서 알아보고 있는데, 10시 40분은 아직 멀었는데 버스 한 대가 들어 온다. , 버스가 사람들을 내려놓고 회차를 하여 버스 정류장에 버스를 세운다. 그때까지 모바일 티켓팅이 안되어 허둥대다가 그냥 버스를 타기로 하고, 승차를 하려고 하자, 기사가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한다. 한국을 떠나 한번도 마스크를 착용한 적이 없는 우리는 그때서야 마스크를 착용하려고 배낭 여기 저기를 뒤저기며 찾아 보았으나 쉽게 찾지 못하고 시간이 지체되자, 버스가 그냥 문을 닫고 출발해 버린다.
기분이 나빳지만, 아마도 10시 10분 버스로 시간이 많이 늦어 우릴 기다려 주지 못한 것으로 위안을 삼고 마스크를 찾아 다음 버스를 기다린다.
10:11 라비자이 버스 정류장.
버스 정류장 건너편 레스토랑이 있는 미아지 산장
10시 40분 버스가 들어 온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버스에 올라 요금을 물어보니 역시 1인당 6유로라고 한다. 20여분 가는데 우리 돈 8,000원이 넘는다. 조금 비싼 요금이다. 2유로면 적당한 요금일텐데, 매표소가 없는 곳에선 사전 온라인 예약 결재가 되어야 한다니 외국인인 우리로선 난망한 일이다.
조그만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TMB 일정 중, 두번째로 큰 도시급 마을인 끄르마이예르 몬테 비안코 광장 버스 터미널에 도착을 한다. 몬테 비안코(Piazzale Monte Bianco)는 몽블랑(프랑스 어)의 이탈리아 어 이다. 광장 주변에는 관광국, 우체국, 환전소를 겸한 여행사, 각 방면으로 가는 버스 터미널이 있는 시내의 중심이다. 끄르마이예르는 계곡을 남북으로 잇는 꽤 큰 마을로 깨끗하고 정돈이 잘된 도시로 몽블랑 이탈리아 쪽 주변을 여행하는 여행객들에게는 꼭 필요한 장소이고, 산악인들에게는 하루쯤 여유를 가지고 쉬어 갈수 있는 장소이다. 가까운 시외에 온천욕을 즐길 수있는 곳도 있다.
우리는 반가운 끄르마이예르 버스터미널에 도착, 버스에서 내려 점심시간이 가까워 우선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하여 터미널에서 바로 보이는 피자집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식사는 12시부터라고 한다. 1시간 정도 여유 시간이 있어 배낭을 맡겨놓고 간단하게 쇼핑가를 둘러 본다.
11:01 끄르마이예르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여...
그동안 말썽을 부렸던 나의 등산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우선적으로 아웃도어 위하여 장비점을 찾아 원삼이가 강추한 테크니카(TECNICA)브랜드의 등산화를 구입하고, 다른 일행들도 등산 소품을 구매를 하며 모처럼 여유있는 시간을 즐겨 본다.
그래도 12시 점심시간 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터미널 앞 맥주집에 자리를 잡고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인다.
#1. 버스 터미널 앞 맥주집 야외 마당에서...
#2. 맥주 한잔...
#3. 힘들었나? 표정이...
커플 샷
연화와 ek
터미널 창구에서 오늘 그랑조라스 캠핑장까지 갈 편도 버스 티켓을 1인당 2유로, 그리고 내일 2회 사용할 데이 티켓 1인당 3,5유로를 주고 티켓팅을 했다. 오늘 라 비자이에서 끄르마이예르 편도가 6유로 였으니 직접 매표소에서 티켓팅하는 것과 버스 승차시 직불하는 요금 차이가 너무 심하다. 그렇다고 하여도 어찌하겠는가.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여기가 바로 로마가 있는 이탈리아라는 나라가 아니던가.
12시 05분 런치 타임이 되어 예약해 논 피자집으로 자리를 옮겨 야외 테이블 자리를 잡아 6인분 음식을 시킨다.
메뉴판을 보았으나 음식의 종류를 정확히 알수가 없다.
식당에서 바라 본 버스 터미널 부근
와인을 기본으로 피자를 종류별로 시켜 본다.
이탈리아의 기본인 피자와 파스타 등등 음식 셋팅이...
우여곡절(각자의 음식 취향이 달라)끝에 이탈리아 전통 음식으로 식사를 마치고 그랑조라스 캠핑장으로 가는 버스시간이 여유가 있어 주.부식과 기타 필요 식자재를 구입한다. 오늘부터는 4인분이 아니라 6인분을 구입한다. 식자재와 아웃도어 소품등을 구입하고 내일 TMB 출발점을 답사한다.
출발점인 끄르마이예르 성 판탈레오네 성당
끄르마이예르 시내에서 베르토네 산장으로 오르는 TMB 길의 이정표 노릇을 하는 성당이다. 그리 크지 않은 끄르마이예르 시내 어디에서도 성당의 종탑이 보인다.
성당 바로 앞 등산 가이드 클럽 건물.
유명한 산악인 또는 유명 가이드 흉상
문이 열려있는 성당 내부를 구경
베르토네 산장으로 진입하는 입구를 좀 더...(가운데 몽블랑 산군과 오른쪽 가파른 언덕위에 베르토네 산장이 있다)
과일 가게에서 과일도 구매를(맛있는 납작 복숭아도)...
다시 버스 터미널에서 발페렛 방향인 그랑조라스 캠핑장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몬테 비안코 광장을 돌아가는 바퀴달린
빨강 미니 관광열차가 관광객을 태우고 시내 투어를 하는 모양이다.
몬테 비안코 광장
광장 한편에 있는 터미널 건물(맥주를 마셨던 파라솔 테이블)
TMB 이정표 성당 종탑을 향하여...
제 시간에 맞춰 들어 온 버스를 타고 그랑조라스 캠핑장으로 향한다. 오늘의 일정은 그랑조라스 캠핑장에 입촌하여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있어 일행 모두 여유있는 표정이다.
20여분 만에 그랑조라스(Grandes Jorasses) 캠핑장에 도착을 하여 캠핑장 접수처(리셉션 Reception)에 접수를 하고, 마음에 들고 좋은 장소를 선택하여 텐트를 설치한다. 샤모니를 떠나 네번째 텐트를 설치하는 야영장인데, 처음으로 돈(유료)을 지불하고 야영을 하게 되니 조금 황당하게 느껴진다. 무료 야영장에 너무 맛드려서 인가.ㅎㅎ
우리 보다 뒤늦게 캠프장으로 한국 젊은이 팀이 들어 왔다. 텐트가 4동(뒤편 노란 텐트 외)으로 5~6인 팀이다.
18:00경 캠핑장에 텐트 설영을 끝내고 휴식중인 대원들.
오늘밤은 특별한 행사가 있다.
대원 중, 원삼이의 생일이 8월4일(음력 칠월 칠석) 이지만, 8월3일 여유가 있는 오늘로 당겨서 저녁 식사와 함께 조촐한 생일 파티(?)를 겸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끄르마이예르에서 고기와 와인은 물론, 한국에서 ek님이 특별 공수한 잡채와 미역국을 준비하고 특별히 원삼이가 양주 한병을 준비하였다.
ek와 연화가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하고, 와인잔을 부딛치며 축배를 들었다. 생일 케잌은 준비 못했지만, 언감생심 TMB 캠핑장에서 생고기를 굽고 잡채와 미역국으로 생일상을 받는다는 것은 예삿일은 아닐것이다.
TMB 완주 기록을 집필하려고 보니, 어쩐 일인지 생일파티 겸 저녁 식사 그 순간의 사진이 한장 밖에 없다. 허구 헌날 많은 사진을 찍어 댔으면서, 왜? 그랬을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 대신 누군가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어서 였을까? 그러나 우리 네사람에게는 사진이 더 이상 없다. 그렇다면 혹시 최군이나 박군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을 수도 있다는 예상을 하고 있지만, 귀국 후,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연락이 없으니...
아무튼 그랑조라스 유료 캠핑장에서 편안한 하룻밤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