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뜻을 전수받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대중들은 제츈 존자께서
수련 기간 중 겪으셨던 시련에 한숨을 쉬며 안타까워하였다.
렛충이 다시 일어나 스승께 절하고 여쭈었다.
"라마 마루빠께서는 그 후 어떻게 하여 스승님께 법을 전수하게 되었습니까?"
제츈은 말을 이으셨다.
"내가 자신의 불행한 운명을 한탄하고
스승의 자비와 총애를 받는 많은 사람들의 행운을 부러워하며
자결을 결심했을 때 한 제자가 나를 부르러 와서는
'라마께서 당신을 불러오라고 하셨습니다'라고 하였다."
나는 여전히 미심쩍어 하면서 쭈뼛쭈뼛 안으로 들어갔다. 뜻밖에도 라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제 나의 분노는 파도와 같이 가라앉았다.
그것은 속인들의 세속적 분노와 같지 않다.
깨달은 자의 분노는 설령 그것이 어떤 형태로 나타난다해도
그에 따라 그 사람이 후회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여
깨달음으로 나가는 데에 기여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아들을 아홉 번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림으로써
그의 죄업은 완전히 소멸될 수 있었다.
그러나 닥메마의 때를 알지 못하고 가련해 하는 마음과 좁은 안목으로
그것을 다 채우지 못하였기 때문에 앞으로 그는 사소한 여러 징벌을 받을 것이고,
그의 죄업은 그때야 비로소 완전히 소멸될 것이다.
이제 나는 그를 위해 내가 알고 있는 바 모든 교리와 관정을 베풀어 줄 것이니라.
또한 내 몸소 그를 토굴에 넣고 그의 수행을 점검할 것이다."
이와 같이 하여 나는 지혜의 어린 나뭇가지가 마음에서 쑤욱쑤욱 자랄 때까지
수년간 스승 밑에서 자성(自性)을 계발시키며 참으로 즐거운 명상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렛충이 여쭈었다.
"스승님께서는 언제 어떠한 연유로 마루빠 스승님 곁을 떠나시게 되었는지요?
또 토굴에는 얼마나 오래 계셨는지요?"
스승은 말씀하셨다.
"나는 그곳에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토굴에 있는 동안 나는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정진하였다.
그 결과 많은 진전이 있었다.
그런 어느 날 황폐해진 고향 땅, 나의 집이 잡초가 우거져 폐허가 되고 어머니는 돌아가셨으며
하나뿐인 누이동생 빠다마져 걸인이 되어 이곳 저곳 떠돌고 있는 꿈을 꾸게되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오래 전 불행한 상태로 어머니와 이별한 후 한번도 그분을 뵙지 못하였으므로
꿈속에서도 나의 마음은 슬픔과 그리움으로 메어질 듯하였다.
꿈에 베개가 눈물에 젖어 흥건하였다.
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늙으신 어머니를 뵙고 오리라 결심하였다."
날이 새자 나는 토굴의 벽을 스스로 허물고 스승께 나아가 고향에 다녀오겠다는 결심을 말씀드렸다.
이에 라마는 말씀하셨다.
"아들아, 그대가 처음 나를 찾아 왔을 때 그대는 가족이나 친척을 여전히 그리워하지 않겠노라고 했는데
이제는 그토록 그리워 못견디겠다는 것이냐?
허나 고향에 간다 해도 그대는 이미 살아 계시는 모친을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대는 흑마술을 배우기 위해 짱에서 수년간을 지냈고, 여기서도 벌써 오랜 세월을 보냈으니까.
그토록 고향에 가고 싶다면 할 수 없다만
다시 돌아오리라는 그대 생각처럼 이 생애에서는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없으리라."
스승께서는 나의 귀향에 앞서 미처 내가 배우지 못한 불법의 모든 것을
빠짐없이 상세히 가르쳐 주시고 고향에 돌아가서 내가 지켜야 할 것,
그리고 성스러운 수행터를 지정해 주셨다.
존모께서는 나와의 이별을 슬퍼하고 성대한 잔치를 베풀어 주셨다.
그리고 내가 떠나는 날 두 분의 신앙의 형제들은 멀리까지 나를 배웅해 주셨다.
나는 석별의 섭섭함으로 눈물이 앞을 가려 차마 스승의 용안을 바로 뵈올 수가 없었다.
스승께서는 나의 여정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두 손을 모아 빌며 다음과 같은 훈계의 시를 노래해 주셨다.
그대 만나는 고향집의 비참함 속에
무상(無常)을 가르치는 스승 있으리
그대 누이, 큰아버지를 비롯한 친척 중에서
가족의 인연 맺게 한 맹목적 꿈을
보여 줄 스승 있으리
고요하고 조용한 암굴 속에
이 윤회하는 생명을 영원한 지복(至福)과
바꾸어 주는 시장 있으리
신령스런 사원, 그대의 몸 속에
천상의 신들이 모여 노니는 방 있으리
건강에 좋은 음식, 쓰디쓴 나물국 속에
신들을 기쁘게 하는 단 이슬 있으리
고향에서 그대를 기다리는
증오와 분함 속에
곧 귀의케 하는 원력 있으리
인적이 끊어진 곳, 분주함 없어
곧 비밀한 힘(싯디)의 은혜 있으리
그대 명상할 청청한 땅에
성취를 향한 희망찬 즐거움 있으리
신심 깊은 진실한 마음에
근면에서 비롯된 덕 있으리
자활(自活)의 자유 속에
하늘의 축복인 평화 있으리
귀의의 성스런 동산에
모든 성공의 원천 있으리
그대, 밀라레빠의 열성과 정진 속에
모든 불교도 신앙의 표석(標石) 있으리
그 표석을 지키는 자(밀라레빠) 위에
원컨데 모든 신들의 가호 있을지어다.
이리하여 나는 눈물로 스승께 작별 인사를 드리고 고향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였다.
첫댓글 참 슬픈 장면입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