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구담,옥순봉 허리춤의 물안개
오승엽
신새벽 찬바람 먼동이 터오르고
금빛보다 더 찬란한 은빛의 고운물결
휘감아 피어오르는 섬섬옥수 물안개
여나무길 물속을 햇살따라 유영하듯
수려자태 파고들어 물그림 그려내고
선들한 추풍에 낙엽 수북쌓인 오솔길
너도나도 아무런 막대 하나 꼬나쥐고
까마귀 유유한 날개짓 흉내내다
가을은 울긋불긋다 속절없이 가도다
억만겁의 시간과 온갖풍상 겪어 온
깨어지고 부셔진 그대로의 모습이라
허공를 물살 가르듯 스쳐가는 바람아
구담에 옥순을 이어놓아 단양팔경
오경이 구담봉 육경이 옥순봉이라
두 곳이 한 곳에 있어 미려절경 이뤘네
2.천축산 불영계곡
오승엽
인도의 천축 옮겨와 기암괴석 수려하고
좁은 듯 넓고 막힌 듯 탁트인 물줄기
얉은 물 깊은 속내로 유연자적 흐르네
동으로 흘러 굽이절경 사십리(四十里)
연못의 부처모신 불영절 휘감아 돌고
태고의 금강낙락송 깊은 호흡 내쉰다
감추어 놓았으나 모르는 이 없고
적당히 낮추니 높을 필요가 없어
천년의 신비로 넘쳐 흐느끼듯 흐른다
3.꽃잎지다
오승엽
불다 불어도 못다 분
춘풍이라도 있었으니
무지막지한 꽃 피어
먹먹한 하늘에 그림을 그리고
흐르다 흘러도 못내 흐를 손
산골짜기 한줄기 맑은 물 있었으니
돌틈의 찌든 때 씻기고
한 떨기 꽃잎 띄워 초목을 희롱하네
꽃 피고 새 우짖는
춘삼월
새 날고 꽃잎 떨어진
막막한 가지에 푸른물이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