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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시조 67/75
윤선도(尹善道, 1587~1671) 지음
몽천요(夢天謠) 1/3
상해런가 꿈이런가 백옥경(白玉京)에 올라가니
옥황(玉皇)은 반기시나 군선(群仙)이 꺼리나다
두어라 오호연월(五湖煙月)이 내 분(分)일시 옳도다
이 작품 3수는 임진년(1652, 효종3) ○ 고산(孤山)에 있을 때이다.
상해 – 생시(生時).
백옥경(白玉京) - 하늘 위에 옥황상제가 산다고 하는 가상적인 서울.
옥황(玉皇) - 옥황상제(玉皇上帝).
군선(群仙) - 뭇 신선.
꺼리나다 – 꺼리는구나. 꺼리다 - 사물이나 일 따위가 자신에게 해가 될까 하여 피하거나 싫어하다.
오호연월(五湖煙月) - 고전번역원의 주해를 끌어옵니다.
춘추 시대 월(越)나라 대부(大夫) 범려(范蠡)가 일찍이 월왕(越王) 구천(句踐)을 보좌하여 오(吳)나라를 멸망시키고 나서는 곧바로 거룻배를 오호(五湖)에 띄워 타고 떠났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은퇴(隱退)하여 사는 삶을 가리킨다.
내 분(分)일시 – 내게 맞는 분수(分數)일 것이.
고전번역원의 각주를 가져 옵니다.
오호연월(五湖煙月) : 춘추 시대 월(越)나라 대부(大夫) 범려(范蠡)가 일찍이 월왕(越王) 구천(句踐)을 보좌하여 오(吳)나라를 멸망시키고 나서는 곧바로 거룻배를 오호(五湖)에 띄워 타고 떠났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은퇴(隱退)하여 사는 삶을 가리킨다.
몽천요는 ‘꿈에 하늘에 올라가본 노래’라는 뜻입니다. 당시 선인들의 우주관을 볼 수 있지요. 옥황상제가 나옵니다. 스스로 적은 작품 해설에서도 ‘보길도의 아픈 늙은이’라 했으니, 죽음에 대한 생각이 바탕이 된 것입니다,
거기 가서도 옥황은 반기는데 뭇 신선들은 꺼리는군요, 저걸 어쩝니까. 요즘 세태로 치면 지가 높이 있을 적에 주변을 잘 거두었더라면, 자기를 구명 변호할 사람이 있었을 것을 말입니다, 암튼 외로이 아파서 늙어가면서도, 자기는 신선이요, 오호연월이나 즐길 수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고전번역원 현대어 번역본을 끌어옵니다.
생시런가 꿈이런가 백옥경(白玉京)에 올라가니
옥황상제는 반기시나 신선들이 꺼리도다
두어라 오호연월(五湖煙月)이 내 분수임이 옳도다
고산시조 68/75
윤선도(尹善道, 1587~1671) 지음
몽천요(夢天謠) 2/3
풋잠에 꿈을 꾸어 십이루(十二樓)에 들어가니
옥황(玉皇)은 웃으시되 군선(群仙)이 꾸짓는다
어즈버 백만억창생(百萬億蒼生)을 어느 결에 물으리
풋잠 - 잠든 지 얼마 안 되어 깊이 들지 못한 잠.
십이루(十二樓) - 천상 세계인 백옥경에 있다는, 중국 곤륜산에서 선인(仙人)이 산다는 열두 채의 높은 누각.
옥황(玉皇) - 옥황상제(玉皇上帝).
군선(群仙) - 뭇 신선.
꾸짓는다 – 끄짖는구나. 꾸짖다 -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잘못에 대하여 엄하게 나무라다.
어즈버 – 아! 감탄사. 옛말.
백만억창생(百萬億蒼生) - 수많은 백성들. 창생 - 세상의 모든 사람.
어느 결에 물으리 – 어느 틈에 아뢰리.
고전번역원의 각주를 가져 옵니다.
십이루(十二樓) : 천상 세계인 백옥경에 있다는 12층의 누각을 가리킨다.
몽천요 첫수와 상황은 같습니다. 자신을 대하는 옥황과 군선들의 대립구조가 확연한데, 다만 걱정인 것은 억조창생(億兆蒼生) 각인이 처한 사정을 아뢰고 방안을 찾는 일은 요원할 뿐입니다. 충신은 풋잠에 꾸는 꿈에서조차 군왕의 선정(善政)을 위해 간언(諫言)할 따름입니다.
고전번역원 현대어 번역본을 끌어옵니다.
풋잠에 꿈을 꾸어 십이루(十二樓)에 들어가니
옥황상제는 웃으시되 신선들이 꾸짖는구나
어즈버 백만억(百萬億) 창생(蒼生)의 일을 어느 겨를에 물으리
고산시조 69/75
윤선도(尹善道, 1587~1671) 지음
몽천요(夢天謠) 3/3
하늘이 이저신 제 무슨 술(術)로 기워낸고
백옥루(白玉樓) 중수(重修)할 제 어떤 바치 이뤄낸고
옥황(玉皇)께 사롸보자 하더니 다 못하여 오나다
이저신 제 – 이지러진 때. 이지러지다 - 한쪽 귀퉁이가 떨어져 없어지다. 달 따위가 한쪽이 차지 않다. 불쾌한 감정 따위로 얼굴이 일그러지다. 성격, 생각, 행동 따위가 바르지 못하고 비뚤어지다.
무슨 술(術) - 무슨 기술. 어떤 방법.
기워낸고 – 기워낼까. 깁다 - 떨어지거나 해어진 곳에 다른 조각을 대거나 또는 그대로 꿰매다. 글이나 책에서 내용의 부족한 점을 보충하다.
백옥루(白玉樓) - 문인(文人)이나 묵객(墨客)이 죽은 뒤에 간다는 천상의 누각. 당나라 시인 이하(李賀)가 죽을 때에 천사가 와서 천제(天帝)의 백옥루가 이루어졌으니 이하를 불러 그것을 기록하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는 데서 유래한다.
중수(重修) - 건축물 따위의 낡고 헌 것을 손질하며 고침.
바치 – 장인(匠人)의 우리말. 갖바치 등ㅇ에 살아있다.
옥황(玉皇) - 옥황상제(玉皇上帝).
사롸보자 – 말씀드려보자. 사뢰다 - 웃어른에게 말씀을 올리다.
오나다 – 왔구나. 오고 말았구나.
보천(補天)이라, 하늘도 가끔은 기워야 되나 봅니다. 이지러지는군요. 그걸 담당하는 신묘한 장인이 자신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은근히 들어 있습니다.
꿈이란 게 중간에 끊기기 마련이라, 군선(群仙)들의 따가운 눈총을 무릅쓰고라도 억조창생의 고민거리를 옥황께 아뢰고저 했으나 그만 다 못하고 오고 말았습니다.
이상의 몽천요 세 수는 고산이 한시(漢詩)로 지어 부록(附錄)해 놓았습니다.
고전번역원 현대어 번역본을 끌어옵니다.
하늘이 이지러졌을 제 무슨 기술로 기워 내었는고
백옥루(白玉樓) 중수할 제 어떤 장인바치가 이루어 내었는고
옥황상제께 아뢰어 보려 했더니 다 못하고서 왔도다
<고산유고>에 실린 작가의 해설을 고전번역원의 번역문으로 가져 옵니다.
《시경(詩經)》 〈위풍(魏風) 원유도(園有桃)〉에 이르기를 “동산에 복숭아나무 있으니 그 열매를 먹도다. 마음에 근심하는지라 내 노래 부르고 또 흥얼거리노라. 이내 마음 모르는 자들 날더러 교만한 선비라 하네. 저 사람이 옳거늘 그대는 어이하여 그러느냐 하네. 마음에 근심함이여. 그 누가 이것을 알리오. 그 누가 이것을 알리오. 또한 생각하지 않아서로다.〔園有桃 其實之殽 心之憂矣 我歌且謠 不知我者 謂我士也驕 彼人是哉 子曰何其 心之憂矣 其誰知之 其誰知之 蓋亦勿思〕”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에 이르기를 “강해에 은거하여 맑고 깨끗이 세월 보내고픈 마음 없지 않으나, 살아서 요순 같은 임금이 다스리는 세상 만났으니 차마 곧바로 아주 이별 못하겠네. 동학한 늙은이에게 비웃음 받고 호탕하게 노래 부르니 더욱 소리 높도다.〔非無江海志 瀟灑送日月 生逢堯舜君 不忍便永訣 取笑同學翁 浩歌彌激烈〕”라고 하였다. 내가 탄식하고 읊조리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 소리로 발현되어 길게 노래 부르게 되었으니, 어찌 동학들의 비웃음 섞인 비난과 “그대는 어이하여 그러느냐.”라는 책망이 없겠는가. 그럼에도 스스로 그만둘 수 없는 것은 진실로 이른바 “내가 옛사람을 생각하노니 실로 내 마음을 아셨도다.〔我思古人 實獲我心〕”라는 경우인 것이다.
임진년(1652, 효종3) 5월 10일에 부용동(芙蓉洞)의 낚시질하는 노인이 병으로 고산(孤山)에 머물러 있으면서 쓴다.
꿈인가 생시인가 한번 백옥경에 오르매 하늘문이 열리니 / 夢耶眞耶一上玉京閶闔開
옥황상제는 반기시나 신선들이 꺼리도다 / 玉皇靑眼群仙猜
두어라 오호연월을 한가로이 배회하도다 / 已矣乎五湖煙月閑徘徊
야인이 나비로 화하여 나풀나풀 십이루로 날아드니 / 野人化蝴蝶翩翩飛入十二樓
옥황상제는 웃음 띠셨으나 신선들이 꾸짖는구나 / 玉皇含笑群仙尤
어즈버 백만억 창생의 일을 어느 겨를에 물으리 / 吁嗟乎萬億蒼生問何由
구천(九天)이 이지러졌을 제 무슨 기술로 기워 내었는고 / 九重天有缺時補綴用何謨
백옥루 중수하던 날 어떤 장인바치가 이루어 내었는고 / 白玉樓重修日何工成就乎
옥황상제께 아뢰어 보려 했더니 물을 겨를 없는지라 돌아와 하릴없이 한숨짓노라 / 欲問玉皇無暇問歸來空一吁
이상은 〈몽천요〉를 한문으로 번역한 것이다. ○ 병신년(1656, 효종7)
고전번역원의 각주를 가져 옵니다.
두보(杜甫)의 …… 하였다 : 두보의 〈자경부봉선현영회오백자(自京赴奉先縣詠懷五百字)〉 시의 구절인데, 원시에는 ‘取笑同學翁 浩歌彌激烈’이 ‘非無江海志’ 앞에 있다.
내가 …… 아셨도다〔我思古人 實獲我心〕 : 《시경》 〈녹의(綠衣)〉의 구절이다.
고산시조 70/75
윤선도(尹善道, 1587~1671) 지음
견회요(遣懷謠) 1/5
슬프나 즐거우나 옳다 하나 외다 하나
내 몸의 할 일만 닦고 닦을 뿐이언정
그 밖의 여남은 일이야 분별(分別)할 줄 있으랴
이 작품 5편은 이 이하는 무오년(1618, 광해군10) 경원(慶源)에 유배되어 있을 때 지은 것인데, 여기에 부록(附錄)한다.
외다 – 그르다. 그르다고.
여남은 - 열이 조금 넘는 수. 여기서는 자잘한, 자질구레한.
분별(分別) - 어떤 일에 대하여 배려하여 마련함.
견회요(遣懷謠)는 저자가 조선 광해군 10년(1618)에 함경도 경원에서 귀양살이하면서 지은 다섯 수의 연시조. 사친, 충효를 노래한 것이다. 견회(遣懷)란 ‘속마음을 보낸다’는 것으로, 자신의 처지를 바탕으로 속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옳다거나 그르다거나 따질 것이 없을진대, 자신은 국가에 죄를 지어 귀양 온 신세이니 따질 게재가 아니다. 오직 수신(修身)이 있을 뿐이고, 자잘한 일들이야 마음 쓸 형편이 아니다.
후인들에게는 겉으로 드러난 수신제가(修身齊家)를 역설한 것으로 들어도 좋겠습니다.
고전번역원 현대어 번역본을 끌어옵니다.
슬프나 즐거우나 옳다 하나 그르다 하나
내 몸의 할 일만 닦고 닦을 뿐이언정
그 밖의 여남은 일이야 분별할 줄 있으랴
고산시조 71/75
윤선도(尹善道, 1587~1671) 지음
견회요(遣懷謠) 2/5
내 일 망령(妄靈)된 줄을 내라하여 모를손가
이 마음 어리기도 님 위한 탓이로세
아매 아무리 일러도 님이 헤어 보소서
망령(妄靈)되다 - 늙거나 정신이 흐려서 말이나 행동이 정상을 벗어난 데가 있다.
모를손가 – 모르겠는가.
어리기도 – 어리석는 것도. 어리다 – 어리석다의 옛말.
님 – 여기서는 군왕(君王).
헤어 – 헤아려.
귀양 왔으니 반성문(反省文)을 씁니다. 자기가 행한 일이 망령되었음을 고백합니다. 자기도 다 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잘못된 일이 따지고 보면 모두 임금을 위한 충성심의 발로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님께서 주변의 온 놈이 온 말을 하여도 잘 살피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반성문이 아니라 변명(辨明)의 글이 되고 말았습니다.
고전번역원 현대어 번역본을 끌어옵니다.
내가 한 일 망녕된 줄을 나라고 하여 모를쏜가
이 마음 어리석음도 님 위한 탓이로세
다른 사람 아무리 말해도 님이 헤아려 보소서
고산시조 72/75
윤선도(尹善道, 1587~1671) 지음
견회요(遣懷謠) 3/5
추성(楸城) 진호루(鎭胡樓) 밖의 울어예는 저 시내야
무슴 하리라 주야(晝夜)에 흐르는다
님 향한 내 뜻을 좇아 그칠 뉘를 모르는다
추성(楸城) - 지명, 함경도 경원의 옛이름.
진호루(鎭胡樓) - ‘되(胡)를 진압한다’는 뜻을 지닌 누각으로, 경원성의 남루(南樓)이다. 본래 군사시설이다.
울어예는 – 울면서 가는. 흐르는 시냇물의 의인화.
무슴 하리라 – 무엇 때문에.
주야(晝夜) - 밤낮. 쉬임 없이.
뉘 – 순간. 짧은 시간.
고전번역원 각주를 가져 옵니다
추성(楸城) 진호루(鎭胡樓) : 추성은 함경도 경원의 옛 이름이며, 진호루는 경원의 남쪽 문루이다.
변방에서 도성을 생각하면 막막할 따름인지라 귀에 들리는 시냇물 소리도 어떤 뜻을 지닌 것처럼 들립니다. 돌돌돌, 비오면 소리가 커집니다. 물의 양과는 상관없이 쉬지 않고 흐릅니다. 그 뜻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뉘를 모르게 흘러가는 것은 꼭 자신이 임금을 향한 충성심과 닮았습니다. 쓰임 받다가 내쳐진 것 같은 귀양살이, 언젠가는 해배(解配) 되리라 믿기 때문에 이런 충성 일변도의 그림을 글로써 그려내는 것이겠지요.
고전번역원 현대어 번역본을 끌어옵니다.
추성(楸城) 진호루(鎭胡樓) 밖에 울어 예는 저 시냇물아
무엇을 하려고 주야로 흐르느냐
님 향한 내 뜻을 좇아 그칠 때를 모르는도다
고산시조 73/75
윤선도(尹善道, 1587~1671) 지음
견회요(遣懷謠) 4/5
뫼는 길고길고 물은 멀고멀고
어버이 그린 뜻은 많고많고 하고하고
어디서 외기러기는 울고울고 가나니
뫼 – 산(山).
그린 – 그리는. 그리워하는.
하다 – 많다는 뜻의 옛말.
어버이 생각도 나겠지요. 변방에 유배 되어 직접 모실 수 없으니 더욱 안타깝고요.
조선조를 살던 선인들은 주자학의 가르침에 따라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하여 어버이께 효도함이 곧 나라에 충성하는 것과 동급(同級)이었습니다. 되돌려 보면, 이 노래의 사친(思親)이 곧 사군(事君)과 같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임금을 향한 충성의 마음이 계속 이어지는 노래입니다.
길고 멀고 많고 하고 울고 등이 첩어(疊語)로 쓰여 사무치는 마음을 풀어내며 곡의 운율을 살린다고 볼 수 있겠지만, 어딘지 무성의(無誠意)해 보입니다.
고전번역원 현대어 번역본을 끌어옵니다.
뫼는 길고 길고 물은 멀고 멀고
어버이 그리워하는 뜻은 많고 많고 크고 크고
어디서 외기러기는 울고 울고 가나니
고산시조 74/75
윤선도(尹善道, 1587~1671) 지음
견회요(遣懷謠) 5/5
어버이 그릴 줄을 처음부터 알았마는
님군 향(向)한 뜻도 하늘이 삼겼으니
진실(眞實)로 임군을 잊으면 긔 불효(不孝)인가 여겨라
그릴 – 그리워할.
알았마는 – 알았을까만. 처음부터 알았을 건 아니지만.
님군 – 임금.
삼겼으니 – 생겼으니. 생기게 헸으니. 천도(天道)이니.
긔 – 그것이.
여겨라 – 생각하여라.
부모와 임금을 동일시하여 효도가 곧 충성임을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부모를 그리워하는 효도는 처음부터 아는 것은 아니라고, 그건 아마도 교육(敎育)으로 생기는 것이라고 말하고서, 충성은 교육 이전의 천부적인 예절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충성일변도인지라 식상하긴 해도 당시의 지식인과 고위 관직자로서는 어쩔 수 없구나 치부해 버립니다.
고전번역원 현대어 번역본을 끌어옵니다.
어버이 그리워할 줄을 처음부터 알았건마는
임금 향한 뜻도 하늘이 생기게 했으니
진실로 임금을 잊으면 그것도 불효인가 여기노라
고산시조 75/75
윤선도(尹善道, 1587~1671) 지음
우후요(雨後謠)
궂은비 개단 말가 흐리던 구름 걷단 말가
앞 내의 깊은 소(沼)에 다 맑았다 하나신다
진실(眞實)로 맑지 옫 맑아시면 갓끈 씻어 오리라
궂은비 - 날씨가 어두침침하게 흐리면서 오랫동안 내리는 비.
개단 말가 – 개었다는 말인가. 개었다더냐.
걷단 말가 – 걷혔다는 말인가. 걷혔다더냐.
내 – 시내. 시냇물.
소(沼) - 깊은 웅덩이. 늪.
하나신다 – 하는 것인가. 하는가.
맑지 옫 맑아시면 – 맑디맑았으면.
고전번역원 각주를 가져 옵니다.
맑기만 …… 오리라 :
초(楚)나라 굴원(屈原)이 조정에서 쫓겨나 강호에 있을 적에 어부를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어부가 세상과 갈등을 빚지 말고 어울려 살라고 충고를 했는데도 굴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어부가 빙긋이 웃고는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하기를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나의 발을 씻으리라.〔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라고 했다는 내용이 《초사(楚辭)》 〈어부사(漁父辭)〉에 나온다.
종장 끝구 ‘갓끈 씻어 오리라’에 방점(傍點)을 찍습니다. 우후(雨後)라, 작은 시냇물이라도 금방 맑아지기야 하겠습니다만, 이웃들의 전하는 말로 상황이 구체화 되고 있습니다. 궂은비 멈추고, 구름이 걷히고, 앞 내와 깊은 소가 맑아지고. 아무튼 물가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그래서 명분을 삼은 게 갓끈을 씻는다는 것입니다. 선비의 의관(衣冠)정재(正齋)의 꽃인 갓, 그 끈에는 신분을 표시하는 금관자(金貫子)도 있겠고. 손수 씻지 않을 수도 있겠건만 비 온 후 깨끗해진 풍경을 보고 싶어서 직접 씻어 오겠노라 노래했습니다.
갓끈에 대한 고전번역원 각주(脚注)를 옮겨 옵니다.
초(楚)나라 굴원(屈原)이 조정에서 쫓겨나 강호에 있을 적에 어부를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어부가 세상과 갈등을 빚지 말고 어울려 살라고 충고를 했는데도 굴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어부가 빙긋이 웃고는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하기를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나의 발을 씻으리라.〔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라고 했다는 내용이 《초사(楚辭)》 〈어부사(漁父辭)〉에 나온다.
고전번역원 현대어 번역본을 끌어옵니다.
궂은비 개었단 말인가 흐리던 구름 걷혔단 말인가
앞내의 깊은 소(沼)가 다 맑아졌다는 것이냐
진실로 맑기만 맑아지면 갓끈 씻어 오리라
<고산유고>에 실린, 이 작품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고전번역원의 해석문으로 가져 옵니다.
어떤 사람이 “시임 재상이 허물을 고치자 때마침 궂은비가 갰다.”라고 하기에, 나는 “그가 허물을 고친 것이 진실로 이 비가 개고 이 구름이 걷히고 이 앞내가 도로 맑아진 것과 같을 수 있다면 우리들이 감히 그의 인(仁)을 허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하고는 드디어 언문으로 노래를 지어 불렀다.
고전번역원의 각주를 가져 옵니다.
인(仁)을 …… 있겠는가 :
《논어》 〈안연(顔淵)〉에 “안연이 인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하기를 ‘극기복례는 인을 하는 것이니, 하루 동안이라도 극기복례하면 천하가 인을 허여하는 것이다. 인을 하는 것은 자기 몸에 달려 있으니, 남에게 달려 있는 것이겠는가?’라고 하였다.〔顔淵問仁 子曰克己復禮爲仁 一日克己復禮 天下歸仁焉 爲仁由己 而由人乎哉〕”라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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