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살
닳으랴 끌탕 마소 죽으면 썩는다니
묻힐 때 당할 망정 비비고 쓰다듬고
올 달코 거년 다르니 어쩐다냐 사람아
살[肉]
닳으랴 끌탕 마소 죽으면 썩는다니
묻힐 때 當할 망정 비비고 쓰다듬고
올 달코 去年 다르니 어쩐다냐 사람아
살(2)
닿기 만해도 글쎄 향기가 묻어났지
평생을 부드럽게 맘씨도 따라 다녀
맞대고 살아온 날들 윤기 줄고 주름져
살(2)
닿기 만해도 글쎄 香氣가 묻어났지
平生을 부드럽게 맘씨도 따라 다녀
맞대고 살아온 날들 潤氣 줄고 주름져
삶
지난날 돌이키니 모두다 자장가라
산 넘고 구절구절 물 건너 흥얼흥얼
그립고 보고픈 얼굴 불러내어 듣나니
삶
지난날 돌이키니 모두다 자장歌라
山 넘고 句節句節 물 건너 흥얼흥얼
그립고 보고픈 얼굴 불러내어 듣나니
※ 잠들기 전에 지나온 일생(一生)을 돌이키면 잠이 잘 오더군요.
샘
궁금해 견딜 수가 답답해 참을 수가
땅 틈을 비집고 퐁 어둠을 박차고 퐁
먼 바다 이어진 길을 가본 듯이 나서네
샘[泉]
궁금해 견딜 수가 답답해 참을 수가
땅 틈을 비집고 퐁 어둠을 박차고 퐁
먼 바다 이어진 길을 가본 듯이 나서네
섬
지는 해 뜨는 달에 그리움 물들이고
수평선 바라 서서 멀미를 씻습니다
어딘들 고해 아니랴 끄덕거려 봅니다
섬[島]
지는 해 뜨는 달에 그리움 물들이고
水平線 바라 서서 멀미를 씻습니다
어딘들 苦海 아니랴 끄덕거려 봅니다
속
양파면 일도양단 버선은 까뒤집기
도무지 보이쟎는 딴 생각 다른 세상
깊은 정 어찌 다 말로 침만 꿀떡 삼키네
속[裏]
洋파면 一刀兩斷 버선은 까뒤집기
도무지 보이쟎는 딴 생각 다른 世上
깊은 情 어찌 다 말로 침만 꿀떡 삼키네
손
발에서 난 것이라 허공을 노상 걸어
붙잡고 쥐고 따고 만들고 패고 막고
어쩔 땐 부등켜 안고 발이 되게 비나니
마음의 끄트머리 속셈이 드러나요
더듬다 쓰다듬다 가리고 사래치고
어쩌다 부끄럼 타면 팔짱 끼고 숨지요
손[手]
발에서 난 것이라 虛空을 노상 걸어
붙잡고 쥐고 따고 만들고 패고 막고
어쩔 땐 부등켜 안고 발이 되게 비나니
마음의 끄트머리 속셈이 드러나요
더듬다 쓰다듬다 가리고 사래치고
어쩌다 부끄럼 타면 팔짱 끼고 숨지요
손(2)
처음 본 녀석인데 눈인사 건네더니
다짜고짜 손 좀 보자 허 이런 낭패로고
나 또한 아무렇잖게 놈의 손등 훔친다
손(2)
처음 본 녀석인데 눈인사 건네더니
다짜고짜 손 좀 보자 허 이런 狼狽로고
나 또한 아무렇잖게 놈의 손등 훔친다
※ 손을 살펴보면 당자의 과거를 읽을 수 있습니다.
솜
여름날 뭉게구름 땅으로 내렸군요
가을이 몽글 몽실 햇살이 만져져요
겨울은 들 자리 몰라 머뭇 서성거려요
솜[綿]
여름날 뭉게구름 땅으로 내렸군요
가을이 몽글 몽실 햇살이 만져져요
겨울은 들 자리 몰라 머뭇 서성거려요
술
노여움 쓰다듬고 슬픔은 끌어안고
그리움 다독다독 기쁨은 팔베개라
새벽에 자리끼 쭈욱 곁에 잔 님 쫒나니
술[酒]
노여움 쓰다듬고 슬픔은 끌어안고
그리움 다독다독 기쁨은 팔베개라
새벽에 자리끼 쭈욱 곁에 잔 님 쫒나니
술(2)
한두 잔 부딪히면 백약이 멀어지나
금 넘어 지나치면 되돌리기 어렵구나
젊을 때 말로 마신 놈 무용담은 하 많고
술(2)
한두 盞 부딪히면 百藥이 멀어지나
금 넘어 지나치면 되돌리기 어렵구나
젊을 때 말로 마신 놈 武勇談은 하 많고
숨
떡애기 정수리에 옮겨진 벌렁 탯줄
코에다 솜을 대고 나갔다니 말았다니
목구멍 사립문 삼고 들명나명 한다니
숨[息]
떡애기 頂수리에 옮겨진 벌렁 胎ㅅ줄
코에다 솜을 대고 나갔다니 말았다니
목구멍 사립門 삼고 들명나명 한다니
신
마나님 운혜 당혜 가마 속 치레일레
임금님 금제 은제 무덤 속 보물일뿐
분명한 부처님 맨발 죽어 꽃길 걸으리
신[履]
마나님 雲鞋 唐鞋 가마 속 치레일레
임금님 金製 銀製 무덤 속 寶物일뿐
分明한 부처님 맨발 죽어 꽃길 걸으리
신(2)
행여 진 데 밟으실까 달 바라 물었던 일
발 맞춰 앞만 보고 꽃길만 걷자더니
핑계는 발에 안 맞다 기다린 듯 바꾼다
신(2)
幸여 진 데 밟으실까 달 바라 물었던 일*
발 맞춰 앞만 보고 꽃길만 걷자더니
핑계는 발에 안 맞다 기다린 듯 바꾼다
* 향가(鄕歌) ‘정읍사(井邑詞)’의 내용.
실
솜 타면 태이어서 이으니 끝을 몰라
물들여 수를 놓고 박으니 옷이 되네
돌상에 타래를 틀고 꾸러미와 견준다
실[絲]
솜 타면 태이어서* 이으니 끝을 몰라
물들여 繡를 놓고 박으니 옷이 되네
돌床에 타래를 틀고 꾸러미**와 견준다
* 태어나다.
** 돈, 엽전(葉錢) 꾸러미. 요즘은 지폐(紙幣) 다발을 놓기도 한다지요.
싹
씨앗에 꼭꼭 숨어 토라진 지난 한 해
침 발라 어루꾀어 돌이킨 이 뉘신가
어영차 언 땅을 밀고 기지개가 힘차다
싹[芽]
씨앗에 꼭꼭 숨어 토라진 지난 한 해
침 발라 어루꾀어 돌이킨 이 뉘신가
어영차 언 땅을 밀고 기지개가 힘차다
쌀
나락을 찧고 쓿어 밥 지어 먹고지고
석유 속 에틸렌은 산업의 쌀 살고지고
컴퓨터 메모리칩이 세계 일등 웃고지고
쌀[米]
나락을 찧고 쓿어 밥 지어 먹고지고
石油 속 에틸렌*은 産業의 쌀 살고지고
컴퓨터** 메모리칩***이 世界 一等 웃고지고
* ethylene, 생유기(生油氣).
** computer, 전자계산기(電子計算機).
*** memory chip, 기억장치(記憶裝置) 집적회로(集積回路).
쌀(2)
언제는 태부족에 녹색혁명 외쳤거늘
아깝다 지난 얘기 술 빚고 갈아엎고
이제는 가루쌀 지어 빵과 국수 낸다네
쌀(2)
언제는 太不足에 綠色革命 외쳤거늘
아깝다 지난 얘기 술 빚고 갈아엎고
이제는 가루쌀 지어 빵과 국수* 낸다네
* 쌀빵, 쌀국수.
쌈
손바닥 만한 보에 건건이 서너댓을
주섬주섬 둘둘 싸서 입 안 가득 잡식 본능
꾸울꺽 우겨 삼키니 눈물 찔끔 나온다
쌈
손바닥 만한 褓에 건건이 서너댓*을
주섬주섬 둘둘 싸서 입 안 가득 雜食 本能
꾸울꺽 우겨 삼키니 눈물 찔끔 나온다
* 서너 + 네댓
쑥
웅녀가 먹고 견딘 알싸한 마늘의 짝
불나서 데인 땅에 제일착 돋는 새살
꽃소식 바다 건널 적 사뿐 즈려밟았지
쑥[艾]
熊女가 먹고 견딘 알싸한 마늘의 짝
불나서 데인 땅에 第一着 돋는 새살
꽃消息 바다 건널 적 사뿐 즈려밟았지
씨
내 안에 그대몫인 그리움 채워 있소
올해는 못 만난 정 내년엔 닿을진저
말해요 정히 아니면 혼자 품어 가게요
씨[種]
내 안에 그대몫인 그리움 채워 있소
올해는 못 만난 情 내년엔 닿을진저
말해요 正히 아니면 혼자 품어 가게요
씹
살송곳 칼집이라 주인장 따로 있다
장작을 패려 하나 몰가부 도리 없다
잘 마른 자루목 끼워 지천주도 깎으련
씹*
살송곳 칼집이라 主人丈 따로 있다
장작을 패려 하나 沒柯斧** 道理 없다
잘 마른 자루木 끼워 支天柱***도 깎으련
* 욕(辱)의 뜻이 배제된 새 단어 ‘봊’을 쓸까 어쩔까 하다가 아직은 아닌 듯해서 그냥 씁니다.
** ‘자루 빠진 도끼’라는 뜻.
*** ‘하늘을 떠받칠 기둥’이라는 뜻, 신라시대 원효대사(元曉大師)가 아들 설총(薛聰)을 낳을 때의 설화에 기초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