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9월 12일 목요일. 최저기온 19℃ 사막은 서늘, 따갑다.
여기는 사하라 사막이다. 새벽 4시에 일어났다. 밤새 부는 바람에, 텐트가 흔들리는 소리에 잠을 깊이 잘 수가 없었다. 아직도 캄캄하다. 여전히 바람은 분다. 바람소리를 들으며 날이 새기만을 기다린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바람이 적게 부는 것 같다. 새벽에 직원이 텐트를 시끄럽게 한다. 기상이란다. 사람은 세 부류로 나누어 출발한다고 준비 상황을 알려준다.
지프차를 타고 모래사막을 달려 알제리 국경까지 다녀오는 팀과 샌드 보드를 타러가는 팀, 그리고 낙타를 타고 귀환하는 팀으로 출발 장소를 알려준다. 출발하기 전 아침식사를 제공해 준다. 새벽 5시 30분이다.
빵과 버터, 계란 프라이와 커피가 준비되어있다. 일어나 식사부터 했다. 각 팀별로 자기 짐을 정리해서 바람 부는 새벽 미명에 사라진다. 우리는 낙타만 타기로 하고 남았다.
아침 6시 10분에 줄지어 있는 낙타를 타고 텐트 숙소를 떠난다. 춥다. 사막의 아침 경치는 멋지다. 바람은 멈추어서 낙타는 순조롭게 걸어간다. 해 돋는 반대 방향에서는 천둥 번개가 친다.
비까지 내리는 것 같은 검은 구름이 몰려있다. 엉덩이가 아프도록 낙타를 타고 사막을 나온다. 중간에 낙타에서 떨어진 젊은 아가씨는 낙타와 함께 걸어간다. 낙타를 길게 끌고 가는 직원의 발걸음 속도로 천천히 간다.
모래사막을 오르내리고 곡선으로 앞 낙타를 따라간다. 거의 1시간 정도를 탄 것 같다. 나무가 외롭게 서 있는 곳에 도착했다. 여기서 어제 밤에 낙타를 탄 곳이다.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낙타들이 모두 주저 앉아있다.
낙타와 함께 사진을 찍는다. 낙타는 참 순하고 하는 짓이 예쁘다. 잠시 걸어서 본부에 도착하니 오전 7시 40분이다. 본부 앞 들판에는 연못들이 논처럼 물이 차있다. 간밤에 비가 왔나보다. 길도 질퍽거린다.
사막에서 비를 만나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우리가 떠나고 20여일 정도 후에는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 지도에 표시될 만한 커다란 호수가 생기고 인명피해도 발생했다고 한다.) 이제 페스로 가는 절차를 밟는다.
혼자 가는 것이 아니고 일행이 있다. 주인이 차를 섭외한다. 함께 타고 갈 사람들이 다 모였다. 8개월 된 아기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와 20살 먹은 일본 총각이다. 작고 낡은 하얀색 택시다.
오전 8시 30분에야 6명이 탐승해서 짐을 싣고 출발한다. 차가 속도를 내지 못한다. 금방 시동이 꺼질 것 같은데 골골대며 잘 간다. 흰색 니싼 차량이다. 힘겹게 메르주가(Merzouga)를 빠져나오니 황량한 길이 펼쳐진다.
도로에는 이동하는 차량들이 별로 없고 모래와 바람과 햇살만 가득하다. 오전 12시가 다 되어서 휴게소로 들어간다. 황량한 벌판에 있는 통나무로 엉성하게 만들어진 허름한 휴게소다. 지명 이름이 Ain El-Ati다.
여러 나라 국기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통나무로 만든 거리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Alnif는 126km다. 가까운 거리만 표시되어있다. 앞마당에는 울타리에 넣어 둔 낙타들이 우리의 이목을 끈다.
지도상에는 이곳에 분수 샘(Natural Spring)이 있다고 하는데 찾아보았다. 우리는 물이 뿜어져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망이다. 낙타 유를 팔고 있고 마음에 드는 기념품도 구경만 했다.
여행자들의 차가 이곳을 들렀다 간다. 다시 차는 달려가 전망대에 잠시 섰다. 계곡아래 넓게 펼쳐진 야자수 나무 숲이 길게 넓게 펼쳐져 있다. 황량한 건조한 길을 가다가 절벽 아래 이런 지형을 만나니 반갑다.
Aoufous 지역이다. 차들의 통행이 별로 없는 지역을 달려간다. 커다란 도시 에라시디아(Errachidia)를 지나간다. 모로코 동부는 무척 건조해 보인다. 붉은색 건물들로 가득하다.
점심을 먹는다고 차가 도로 가운데 섰다. 오후 2시다. 미델트(Midelt)라는 마을이다. 2차선 도로에는 차들과 상인들과 가게들로 가득 찼다. 시끄럽고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여행자들이 모이는 식당으로 올라갔다.
우리는 타진과 고치구이를 주문했다. 타진도 80디르함(12,000원)이다. 가격 생각 없이 열심히 먹었다. 맛있다. 식사를 하고 잠시 거리를 구경했다.
여기는 사과가 많이 나는 곳이란다. 사과를 팔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도 사과를 한 봉지 샀다. 10개 정도를 주는데 20디르함(3,000원)이다. 엄청 싸다. 빛깔도 좋고 맛도 좋다. 좀 작은 것이 먹기에는 좋았다.
함께 타고 가는 꼬마가 귀여워 잠시 안아주었다. 아주 순하고 튼실했다. 우리 손자들이 생각난다. 황량한 길을 또 달려간다. 지겨울만하면 차는 또 멈춘다.
아주르(Azrou) 마을 들어가기 전 삼나무 숲에 차를 세웠다. 엄청 큰 침엽수림이 하늘을 가려서 어둡다. 원숭이들이 많다. 땅콩을 원숭이들에게 주면서 사진을 찍으란다.
말을 타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도로에 흩어져 있는 원숭이들을 보면서 잠시 얼얼한 엉덩이를 회복시킨다. 다시 차를 타고 가는데 초록색이 있는 평원들이 나타난다.
양떼들도 가끔 보이고 당나귀도 한가롭게 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렇게 달려 우리는 페스(Fes)에 도착했다. 오후 6시 30분이다. 하루 종일 걸려서 올라온 셈이다.
우리는 페스 역 앞에서 내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메디나까지 간다. 고맙다고 기사에게 약간의 팁(20디르함)을 아내가 준다. 우리의 숙소는 페를라 호텔(Perla hotel)이다.
페스 역 근처에 있어서 편리하고 가격 대비 시설도 완벽하고 친절함도 훌륭하다. 2박 780디르함(117,000원)카드로 결재했다. 숙소로 올라와 빨래와 샤워를 하니 기분이 좋다.
사하라의 모래를 털어내고 오랜만에 샤워를 하니 아주 시원하다. 잠시 슈퍼로 나와서 물과 음료수를 샀다. 저녁은 라면을 끓여, 사과와 함께 먹었다. 오랜만에 얼큰한 라면을 먹으니 기운이 난다.
사하라 사막 투어와 먼 거리 여행은 피곤하고 힘들었다. 여행기 글이 생각난다. 페스로 올라가는 길, 중간에 경찰이 차를 멈춰 세우더니 뜬금없이 안전벨트 미착용이라고 승객들 절반에게 과태료를 걷어간다.
금액도 인당 300 디르함(45,000원)이나 된다. 물론 벨트를 안 한 건 승객들 잘못이니 과태료를 내는 건 당연하지만 그 방식이 조금 수상하긴 하다.
운전기사도 분명 단속하는 걸 알았을 텐데 아무 말 없이 슬쩍 멀리 있던 경찰 앞으로 차를 몰고 가서 세운 것도 조
금 이상하고, 고지서 없이 현금으로만 과태료를 받아 가는 경찰도 조금 이상하다.
심지어 돈이 조금 모자란 승객에겐 그냥 있는 돈만 받아 가기도 한다. 단속하니 벨트 매라고 운전기사가 한마디만 해줬어도 벨트 10번은 착용했을 정도로 시간도 넘쳐났다.
물론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내 눈에는 그냥 기사가 경찰한테 승객들을 팔아넘긴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그건 아닐 거라고 믿고 싶긴 하다. 물론 나는 벨트 매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니저러니 따질 생각은 없다. 는 글을 옮겨 놓았다.
우리는 만나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내일 돌아볼 페스를 기대한다. 아내는 벌써 코를 곤다. 불평 없이 잘 따라주는 아내가 고맙다.
*9월 11일 경비 – 점심 타진, 양꼬치 160, 사과 20. 기사팁 20, 룰,음료수 16, 계 32,400원 누계2,448,000원. *모로코 1디르함=15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