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눈이 많다. 그래서 작년에 죽을 쑨 스키장 주인들의 희희낙락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매년 스키장에 가지만 올해처럼 눈이 풍부한 그런 해는 없었다. 설질 또한 최고다. 내가 그렇게 최고의 설질 이라고 떠들던 대한민국의 용평 보다 지금은 훨씬 낫다. 이럴 땐 그저 모든 거 포기하고 스키만 타러 다니는 게 현명한 선택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각설하고 Hutt 스키장의 제원을 한번 알아보면,
정상 높이 : 해발 2,086 m
스키장 베이스의 위치 : 해발 1,585 m
스키장 넓이 365 ha (약 110만평)
리프트 : 6인승, 4인승, 3인승, 초보용 매직 카펫
수준 : 초급 25%, 중급 50%, 상급 25%
시즌 : 6월~10월
총 적설량 : 4 m/년
리프트 가동시간 : 09시~16시
최장 슬로우프 : 2 km
리프트 가격 : $79(어른) / $42(어린이)
크라이에서 1시간 반이 걸린다고 소개되어 있지만 스키장 베이스까지 올라가는 도로가 모두 눈으로 덮여있기 때문에 체인은 필수이며 이래저래 2시간 이상의 소요시간을 잡아야 한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07시 아침 일찍 출발하지 않으면 그나마 스키장 베이스에 있는 주차장이 꽉 차 버려서 주차를 못하는 경우도 생기니 유의하시길.
뉴질 스키장이 그렇지만 올라가는 절벽 길이 비포장에다가 가드레일 하나 없으니 한국에서 지금 막 오신 분들은 기겁을 할 일이지만 여기선 당연한 상황이니 이해를 하시길.하기야 길바닥이 전부 눈으로 덮여있으니 아스팔트인들 뭣하리오, 그리고 가드레일 대신 도로를 치운 눈 더미가 그 역할을 하고 있으니 더욱 안전하다?
스키장에 첨 오신 분들은 Ski Starter Pack 이라는 걸 이용하시기 바란다. 어른 $87. 아이 $59 인데 1시간 50분 레슨에다가 스키장비까지 포함된 가격이다. 대신에 초보자용 매직 카펫이라는 곳만 이용한다는 것을 알아두시라. 하기야 여기 뉴질랜드는 한국처럼 다양한 초보자용 슬로우프가 없으니 너무 슬퍼 마시길. 여기서 강조하는데 스키는 폼에 죽고 폼에 사는 운동인 만큼 레슨을 많이 받아야 하고 여기 들어가는 돈을 아끼지 마시라. 다시 한번 더, “스키는 폼이다”
4-5세 정도의 꼬마아이들에겐 본관 옆에 있는 Kid School 에서 운영하는 다른 프로그램이 있는데 스키를 타기보다는 즐겁게 눈과 친구가 되도록 강사들이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막연히 리프트만 타시지 말고 구성원에 알맞은 방식을 택해서 다녀 오시길 권한다. 그리고 한국과 다른 점 중에 하나는 리프트를 탈 때 스키장 직원이 지정한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 간다는 것이다. 물론 줄 서는 사람이 많아질 때 이러지만 예를 들어 6명이 타는 리프트가 가장 빠르고 정상까지 올라 가는 데 옆으로 줄 서는 사람이 15명 정도가 되면 그 속에서 팀을 만들어서 6명씩 내보내게 된다.
스키장 베이스의 카페에서 간단한 음식을 사 드실 수 있고 커피는 자판기로 빼먹을 수 있는데 동전을 넣는 게 아니라 빼가지고 카운터에 가서 지불하면 된다. 나 같은 경우는 샌드위치를 하나 찐하게 만들어서 주머니에 넣고 남들이 안가는 좋은 분위기의 산 꼭대기에 앉아 멀리 히말라야 같은 경치를 보면서 점심을 먹는다. 해보시라…죽인다.
전에 언제 그랬는데 마운틴 핫 스키장엔 한번씩 블리자드 라는 남극의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데 이럴 땐 재빨리 철수 하시라. 머뭇거리다간 스키장에서 밤을 지새워야 할지도 모른다. 얘네들은 겁이 많은지라(안전의식이 철저한지라?) 블리자드가 몰아치면 리프트 가동도 중지되고 내려가는 비포장길도 막아버리기 일쑤다.
그리고 큰 산, 이 눈 덮인 흰 산에선 아래 녘에선 볼 수 없는 희한한 현상이 있는데 그걸 산악용어로 화이트 아웃(White Out) 이라고 한다. 사위의 방향감각은 물론 지형의 높낮이를 알 수 없는 그런 안개 같은 게 사방을 뒤덮을 때 발생한다. 이럴 땐 눈뜬 장님이 되는 거지…쑥 들어간 곳이 올라와 있고 올라온 곳이 들어가 있는, 즉 소주 엄청 먹고 째린 상태라고 할까?...기술이 안 먹히니 철수해야지.
한국에서 잘 정돈된 슬로우프에서 단련되다 보니 여기 뉴질의 엄청난 자연 설 앞에선 기술구사가 무척 힘이 든다. 여러분이 보시기에 자연 설, 아무도 자욱을 내지 않은 곳을 활강하면 무지 황홀할 거 같지만 실제론 그러지 않다. 아주 신설이 아니라면 눈 자체가 크러스트(얼어있어) 되어있어 몸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도 마운틴 핫의 젊은 뉴질랜더들은 아무도 안가는 곳, 절벽지대의 자연 설 뭐 이런 데를 좋아한다.
날씨 좋은 날은 관광헬기도 주차장에서 탈 수가 있다. 짧은 시간이어서 그리 비싼 편도 아니니 이용을 해보시길…아니면 6인승 리프트를 타고 2,086m의 정상에 서서 서든 알프스의 장관을 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는 일중의 하나이다.
우와....꼭 가보고싶은데...
넘 추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