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6월 12일 금요일, 맑음 4~20℃.
사소 포르도이라는 고개에 도착하는데 험한 길이지만 경치는 아주 좋다. 공기는 차갑지만 아주 신선하다. 피부에 닿는 날씨는 춥다.
피츠 보에(Piz Boè)는 트렌티노 지역의 가장 높은 산 중 하나로 등산로가 있고 정상에서는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산이다.
셀라 산군에 속해 있는 봉우리다. 해발고도는 3152m로 고산이 별로 없는 돌로미티에서는 높은 산 중에 속한다. 셀라 산군 자체에서는 최고봉을 차지한다.
돌로미티의 뾰족한 산들 중에서도 독특한 모습과 지대를 보여주고 있다. 사소 포르도이라는 고갯길로 갈 수 있다. 이 사소 포르도이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다.
높은 고개를 올라가는 만큼 엄청난 지그재그의 도로를 올라가야한다. 형수의 멀미가 생각나 차를 천천히 몰아간다. 유명한 드라이브 고개답게 차만 지나는 것이 아니다.
시내버스 뿐 만 아니라 관광버스도 지나고 오토바이들도 지나고, 심지어 자전거 여행자까지 도로에 가득하다. 지그재그 길 자체가 위험한 상황이 되고 있다.
사소 포르도이에 주차한다. 주차장은 이른 아침이라서인지 좀 비어있고 한가하다. 포르도이에 오르면 카나제이 마을이 보이고 좀 멀리 보이는 마을은 캄피델리 디 파사(Campitello di Fassa),다.
그리고 오른쪽 아래 선명한 청록색 호수(Antermoia)도 보인다. 왼쪽은 케이블카 탑승장이 있고 오른쪽에는 비 엘 달 판으로 올라가는 트레킹 코스로 이어진다.
이제 피츠 보에를 가는 법을 선택한다. 우리는 쉬운 케이블카를 이용한다.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몇 분 만에 해발 2239m, 탑승장에서 사소 포르도이 전망대인 2950m 까지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다.
만약 걸어서 간다면 약 3시간 넘게 걸린다. 탑승장에 들어서니 입구에는 마리아 피아츠(Maria Piaz) 동상과 사진이 게시되어있다.
마리아는 사소롱고, 돌로미티 동반 역사를 바꾼 전설적인 가이드인 티타 피아츠(Tita Piaz)의 여동생으로 포르도이의 어머니로 불린다.
처음에 작은 산장을 운영했다. 그 후에 사소 포르도이 케이블카 건설을 강력하게 추진해 1963년 이 사소 포르도이 케이블카가 개통되었다.
그로 인해 전망대에 있는 산장을 마리아를 기념해 마리아 산장이 되었다. 사진과 동상을 보면서 탑승권을 끊고 바로 케이블카를 탑승했다.
순식간에 올라가는 것 같다. 케이블카로 올라가지만 이곳은 돌로미티에서 정상까지 올라가는 몇 안 되는 봉우리다. 케이블카를 이용해 오르면서 천천히 올라가는 사람들이 아주 작게 보여 재미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자마자 만나는 풍경은 상상을 초월한다. 처음 도착한 마리아 산장 테라스로 간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눈발이 날린다.
눈 앞에는 어제 내린 눈이 군데군데 쌓여있다. 발로 차보니 딱딱하다. 전망대 테라스에서 보이는 전망은 압도적인 풍광이 펼쳐진다.
정상에 만년설 빙하가 있는 돌로미티 최고봉인 마르몰라다가 바로 앞에 보인다. 거대한 산군인 셀라 산군은 평평한 지대로 밥그릇을 엎어놓은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바위로 가득한 고원지대다. 마리아 산장 우측 방향은 황량한 분위기로 회색빛 석회암이 넓게 펼쳐진다. 자갈과 거대한 바위들로 돌산이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 같다.
넓고 평평해 걷기 쉽다. 달 풍경이라고도 하고 돌로미티 테라스라고도 한다. 전망대에서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가 피츠 보에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 같다.
산장에서 철 십자가가 있는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풍화작용으로 생긴 커다란 구멍(Naturale Window)이 보인다. 구멍으로 바라보면 구불구불한 포르도이 고개가 보인다.
철 십자가 절벽 쪽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여기서 윙 슈트를 입고 날아가는 인간 다람쥐들이 많단다.
이 산을 오르면 돌로미티를 360도로 볼 수 있다. 서쪽은 푸른 초원으로 이어지고 동쪽은 험준한 돌산이다. 피츠보에 까지 걸어 보려고 했으나 눈이 내려있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 도저히 움직일 수 없었다.
거기에 엄청난 구름이 하늘로부터 무겁게 내리면서 풍경이 구름 속으로 사라진다. 그저 바라만 보고 감격하다가 추위에 밀려 마리아 산장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마리아 산장에 있는 마르몰라다 빙하 사진을 보니 녹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2022년 7월 정상의 빙하가 붕괴되어 사상자가 많이 발생했다고 한다.
따듯한 커피가 당기는 분위기다. 창밖으로 전경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니 커피 맛이 최고다. 아내와 형수는 좀 걸어본다고 바람과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엄청 춥고 눈발도 날리는데, 담요로 몸을 둘러싸고 돌아다닌다. 병날 것 같아 걱정이다. 마리아 산장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한국인 가족을 만났다.
자녀들이 부모님 환갑을 맞이해서 부모님을 모시고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있단다. 건강해 보이는 누나와 남동생의 얼굴이 훤하다.
아내와 형수도 나중에 들어와 요거트와 라떼를 마신다. 사람들이 많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제법 산장이 시끄럽다. 우리는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케이블카 탑승장 밖에는 기념상이 세워져 있고 자전거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이 기념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이탈리아 자전거 전설인 아우스토 코피(Fausto Coppi)의 기념비다.
마르티노 로렌츠가 제작했다. 자전거 경주중인 코피의 모습이 보인다. 이 기념상이 여기에 세워진 것을 보면 이 파소 포르도이가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꽤나 의미있는 곳인 것 같다.
주차장에 차가 꽉 차고 다른 차들이 길가에 불안하게 차를 주차해 놓았다. 조심스럽게 이제 올랐던 지그재그 길을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