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勳章)
이동아
제발 빨리 죽으라는 말은 살려달라는 뜻이다
장맛비가 눅눅한 방바닥 적실 때
아내는 나무토막처럼 굳은 남편 안고
독설의 외투 입은 기도를 쏟아낸다
슬픔마저 곰팡이처럼 피어오르는 정오
파킨슨 10년의 궤적 장판지처럼 깔고 누워
식어가는 체온 닦아내던 아내의 손마디
남편의 굳어가는 관절보다
더 깊은 골이 패여 고독 넘기고 있다
무표정한 남편의 턱 면도기로 밀어줄 때
까닥거리는 손가락 끝으로
그는 삼켜버린 고마움의 문장들 모아
천장에 소리 없는 하트 그린다
코로 들어가는 미음보다 절실한 눈물의 기도문
나를 두고 혼자 가지 말라는 절규가
빨리 죽으라는 모순의 언어로 터질 때
당신의 사랑이 다 마모되는 날에야
비로소 숨 놓겠다는 무언의 약속
현관에 놓인 아내의 낡은 신발 한 켤레
휠체어 밀며 기우는 생 붙들고
버텨온 바깥쪽으로 닳아 평평해진 밑창의 각도
사랑의 밑바닥까지 다 내려가야 끝나는
지독하고도 숭고한 소풍의 증거물
여백의 정적이 비로소
그 닳아버린 훈장 조용히 받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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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어(反語)
"제발 빨리 죽어"
아내가 쏟아낸 피맺힌 독설을
남편은 천장에 하트로 받아 적는다
현관엔 바깥으로 평평하게 닳아버린
아내의 신발 한 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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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공감 (핵심 반전) 훈장(勳章)
제발 빨리 죽으라는 말은 살려달라는 뜻이다, 장맛비가 눅눅한 방바닥을 적실 때 아내는 나무토막처럼 굳은 남편을 안고 독설의 외투를 입은 기도를 쏟아낸다 슬픔마저 곰팡이처럼 피어오르는 정오. 파킨슨 10년의 궤적을 장판지처럼 깔고 누워 식어가는 체온을 닦아내던 아내의 손마디 남편의 굳어가는 관절보다 더 깊은 골이 패여 고독을 넘기고 있다. 무표정한 남편의 턱을 면도기로 밀어줄 때 까닥거리는 손가락 끝으로 그는 삼켜버린 고마움의 문장들을 모아 천장에 소리 없는 하트를 그린다 코로 들어가는 미음보다 절실한 눈물의 기도문. 나를 두고 혼자 가지 말라는 절규가 빨리 죽으라는 모순의 언어로 터질 때 당신의 사랑이 다 마모되는 날에야 비로소 숨을 놓겠다는 무언의 약속. 현관에 놓인 아내의 낡은 신발 한 켤레 휠체어를 밀며 기우는 생을 붙들고 버텨온 바깥쪽으로 닳아 평평해진 밑창의 각도, 사랑의 밑바닥까지 다 내려가야 끝나는 지독하고도 숭고한 소풍의 증거물 여백의 정적이 비로소 그 닳아버린 훈장을 조용히 받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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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밑바닥까지 마모되는 날
이동아
장맛비에 젖은 마음 쥐어짜며
아내는 나무토막 같은
남편 붙들고 울부짖는다
"당신 빨리 죽어
제발 빨리 죽어"라는
피맺힌 신음이
어린 손주의 울음소리에 섞여
눅눅한 방바닥으로
스며드는 오후는
슬픔마저 곰팡이처럼
피어오르는 시간
파킨슨 10년의 세월
장판지처럼 깔고 누워
식어가는 체온 닦아온
아내의 손마디는
이제
남편의 굳어가는 몸뚱이보다
더 깊은 골이 패여
고독 넘기고 있다
무표정한 남편의 턱
면도기로 정성껏 밀어줄 때
까닥거리는 손가락 끝으로
남편은 차마 뱉지 못한 서러운
고마움의 문장들 삼키며
천장에 하트 그린다
"당신은 나의 호흡
나의 영원한 고향"이라는 고백은
코로 들어가는 미음보다 절실하여
침대에 묶인 손목으로
아내의 고통 맛보는 그의 눈가엔
소리 없는 기도문이 맺힌다
앙상하게 마른 가슴팍 안고
내뱉는 아내의 독설은
사실
"나를 두고 혼자 가지 마"라는 절규
당신의 사랑이 다 닳아
마모되는 날
그때 비로소
숨 놓겠다는 무언의 약속 위로
현관에 놓인
아내의 낡은 신발 한 켤레가
10년 세월의 하중 묵묵히 증언한다
휠체어 밀며 기우는
생 붙들고 버텨온 바깥쪽으로
닳아 평평해진 밑창의 각도
그것은 사랑의 밑바닥까지
다 내려가야 끝나는
이 지독하고도 숭고한 소풍의 증거물
여백의 정적이 비로소
그 닳아버린 훈장
조용히 받아 적으며
눈물로 인을 친다
닳아진 각도
"빨리 죽어" 울부짖음 "혼자 마라" 절규 되어
십 년 세월 휠체어 밀며 닳아진 신발 밑창
사랑의 밑바닥까지 다 닳아야 끝날 소풍
사랑의 마모(磨耗)
303동 윤씨가
장맛비에 젖은 마음 쥐어짠다
나무토막 같은 남편 양씨 붙들고
"당신 빨리 죽어, 제발 빨리 죽어"
피맺힌 신음이
어린 손주의 울음소리에 섞여
눅눅한 방바닥으로
스며드는 오후
파킨슨 10년,
아내는 고단한 세월을
장판지처럼 깔고 누워
식어가는 체온과
굳어가는 몸뚱이 닦아왔다
그렁거리는 목구멍 사이로
고독 넘기며
무표정한 남편의 턱
면도기로 정성껏 밀 때
남편은
까닥거리는 손가락 끝으로
서럽도록
고마운 문장 삼킨다
말을 잃은 양씨가
천장에 그리는 하트
"당신은 나의 호흡, 나의 영원한 고향"
관을 통해
코로 들어가는 멀건 미음보다
아내의 주름진 손마디가
더 절실한 식량이었으리
침대에 묶인 손목으로
아내의 고통 맛보며
그의 눈가에 맺힌 이슬은
소리 없는 기도문이다
거북이 등껍질처럼
앙상하게 마른 가슴팍 안고
아내는 다시
"당신 빨리 죽어"라고
울부짖지만
그것이 사실은
"혼자 가지 마"라는 절규임을 안다
양씨는 미안한 마음에
고개 천천히 끄덕인다
당신의 사랑이
다 닳아 마모되는 날
그때 비로소
숨 놓겠다는 무언의 약속
현관에 놓인
아내의 낡은 신발
남편 부축하고
휠체어 밀며 보낸 10년
바깥쪽으로 닳아
평평해진 밑창의 각도가
기우는 생 붙들고 버텨온
아내의 가장 깊은 절이고
사랑의 밑바닥까지
다 닳아야 끝나는
이 지독하고도 숭고한
소풍의 증거였다는 것을
여백의 정적이
비로소
조용히 받아 적는다
양씨의 아내
303동 양씨 아내
윤씨가 긴 장마비에
젖은 마음 쥐여짜며
당신 빨리 죽어
당신 빨리 죽어 하며
나무토막같은 남편을
붙들고 통곡하는 데
어린 손주 정우도 따라운다.
이동아
파킨스 병으로 10년을
하루같이 수발해온 아내가
오늘따라 지치고 곤한
마음을 쏟아 놓는다
피맺힌 외로움을 토한다.
식어가는 체온
굳어가는 몸둥아리
그렁거리는 목구멍
남편의 무표정한 얼굴을
더듬으며 면도를 할 때면
손가락을 까닥까닥
서럽도록 고마운 마음을 삼킨다.
당신은 나의 손발이야
당신은 나의 호흡이야
당신은 나의 영원한 고향이야
당신이 있어 행복하다고
언어를 잃은 양씨가
가끔 천장에 하트를 그린다.
독방에서 왼종일
고단한 세월을 깔고 누워
새가 되는 꿈을 꾸며
환한 세상만 더듬다 온다.
오늘도 동해바닷가를
아내와 걷는 꿈을 꾸었다.
불러도 대답이 없고
손목을 침대에 묶힌채
아내의 고통을 맛보며
눈가에 흐르는 이슬은
구도자의 소망의 기원인가
거북이 가슴처럼
열어제낀 앙상한 가슴팍
코구멍으로 관을 통해
음식을 먹는 남편을 안고
당신 빨리 죽어
당신 빨리 죽어
사랑에 지친 아내의 신음에
양씨는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당신의 사랑이 끝나면 죽을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