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달인’이라는 제목의 TV 프로그램이 인기 절정이다. 개그콘서트에 등장하는 개그맨 김병만의 ‘달인’과 특정 직업의 숙련가를 소개하는 ‘생활의 달인’ 등 달인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은 언제 봐도 흥미롭다. 개그맨 김병만 이야기는 특집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방영되기도 했다. 주말에 방송되는 개그콘서트에서 6분 정도 출연하기 위해 김병만은 6일 동안 연습하고 준비한다고 한다. 6분을 위해 6일을 준비하는 김병만은 진정한 달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생활의 달인’이라는 방송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달인들 또한 오랜 시간 자신만의 기술을 터득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과 시간을 투자했다는 것은 한 번이라도 방송을 시청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보는 사람은 감탄하지만 정작 달인은 남다른 힘겨운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달인은 단순히 전문가라고 하기보다는 ‘혼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부르고 싶다. 달인은 요즘 표현을 빌자면 열정과 신념의 종결자라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리더십을 연구하고 고민해온 필자는 달인과 리더십의 관계를 생각해보았다. 조직에서 상사는 많은데 진정한 리더는 과연 얼마나 될까? 열심히 노력하고 숙련된 사람들은 모두 달인인가? 조직에서 아랫사람들을 거느리며 주어진 권한을 구사하면 모두 리더인가? 달인과 리더와의 관계는 동일한 맥락에서 유사점을 찾아볼 수 있다.
1 명확한 목표를 보유하고 있다.
달인은 자신의 최종 가치가 무엇인가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구체적인 목표와 실행방향을 설정하고 실천한다. 즉 자신의 비전을 명확하게 갖고 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조직의 리더들이 부하직원들에게 회사와 부서의 비전에 대하여 얼마나 자주 소통하고 그들로부터 어느 정도 동의와 이해를 구하는가?
얼마 전 한 자료에서 인재들이 회사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개인적인 비전을 찾지 못해서라고 한다. 회사의 비전을 잘 모르면서 개인의 비전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상황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 개인적 비전을 고민하겠지만, 조직에 몸담고 있는 직장인들은 회사의 비전이 곧 개인의 비전과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왜 떠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비전을 찾지 못하는 것일까? 부하직원들의 비전 찾기는 바로 리더의 몫이다. 리더는 비전을 제시하고 명확한 목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더 본인 스스로 자신의 회사의 비전을 알고 이에 대한 신념과 책임감을 보유한 후, 그 가치를 부하직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리더 스스로가 갖는 비전에 대한 가치는 고스란히 부하직원들에게 전달되고 그들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따라서 리더십의 달인은 자기 스스로 구체적인고 분명한 비전과 목표의식을 보유하는 것이 첫 번째 임무라고 할 수 있다.
2 늘 연습한다.
개그맨 김병만은 개그콘서트에서 6분 동안의 출연을 위해 6일 내내 연습한다고 한다. ‘생활의 달인’에 출연하는 달인들의 공통점 가운데 한가지가 바로 남다른 연습량이다. 본인의 의지에 의한 것이든 아니면 직업적 필요성에 의한 타의적인 연습이 되었든 연습량 자체는 매우 많다는 것이다.
달인이 된다는 것은 끊임없는 연습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때 인터넷에 소개된 축구선수 박지성의 거친 발 모습과 아름답고 유명한 한 발레리나의 처참한 발가락의 모습은 달인의 명성은 쉽게 얻어질 수 없는 명예라는 진실을 말해주었다. 이처럼 달인이라는 화려한 명성 뒤에 숨겨진 인내와 노력은 ‘연습’이라는 단어와 뜻을 같이한다. 늘 연습하고 노력하는 자세만이 진정한 달인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리더십 또한 다르지 않다. 리더십은 늘 연습하고 단련해야 하는 일종의 기술이다. 늘 연습하면 어떠한 상황이 발생한다 할지라도 실수할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듯이 리더십도 연습량에 따라서 일관된 리더십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서 리더십의 행동이 쉽게 달라진다면 이미 리더에 대한 신뢰는 없는 것이다. 리더의 행동이 그때그때 다르다면 아랫사람들은 윗사람의 눈치를 보는데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리더는 늘 자기계발에 신경을 써야 하며, 자신의 리더십을 반추해보고 자신의 말하는 법과 화내는 법 그리고 부하직원들을 코칭하는 방법 등에 대하여 늘 연습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3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
달인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잘 알 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들의 기대는 바로 달인의 목표가 된다. 고객들이 이미 잘 알고 있거나 관심이 적은 분야에 집중한다면,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한다. 개그맨 김병만도 고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이슈를 찾고 주변인들로부터 끊임없이 의견을 구한다. 생활의 달인에 출연한 달인들도 고객의 니즈에 매우 민감하다. 고객의 니즈는 곧 그들의 존재 이유가 된다. 이처럼 달인에게는 팬(?)들의 박수가 영양제다. 박수를 받으려면 그들을 기쁘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달인의 운명이다.
리더에게 팬은 누구인가? 바로 부하직원들이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리더에게 기대하는가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은 리더의 몫이다. 부하직원들의 박수를 바기 원한다면 그들을 기쁘게 만들어야 한다. 그들을 기쁘게 만들려면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물론 부하직원들이 원하는 것만 들어줄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의 니즈를 반영한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높은 리더십의 효과를 거둘 것이다.부하직원들의 생각을 알지 못한다면 절대로 그들과 함께 할 수 없다. ‘동상이몽’의 리더십이 성공했다는 사례는 어디에도 없다. 뜻을 같이하려면 생각을 읽어야 마음을 예측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고단수의 리더가 보유하고 있는 기본 원칙이다.
4 멘토와 교감한다.
누구나 홀로서기가 필요하다.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홀로서기에 성공한 사람들을 살펴보면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멘토가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기란 힘겨운 일이다. 멘토는 반드시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존재일 필요는 없다. 멘토링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교감’하는 것이다. 나를 잘 알고 나를 잘 이해해주는 사람을 멘토라고 부른다.
김병만과 함께 출연하는 동료는 2명이다. 그러나 이들은 무대 위에서 함께 연기하는 사람들이고 그밖에 도움을 주는 가려진 스텝들은 훨씬 많다. 김병만이라는 달인을 만들어낸 주역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김병만은 출연료를 걱정하는 평범한 개그맨에 불과했을 것이다. 김병만은 그들과 끊임없이 교감하고 협력한다. 그래서 오늘의 달인이 되었다.
리더십의 달인도 혼자서는 달성하기 어렵다.유능한 리더의 조건도 변하고 있다. 과거와 같이 남달리 잘난 사람을 리더로 인정하던 시대는 지났다. 더불어 살고 함께 할 수 있는 리더가 존중받는 시대이다. 따라서 모두가 스승이고 멘토다. 부하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들의 도움과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바도 진정한 리더십의 달인이다. 리더는 늘 외롭다. 그래서 늘 남의 도움이 필요한 지점의 끝에 서 있는 사람이다. 또한, 리더가 자신의 외로움을 이겨내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즉 자신을 도와줄 멘토를 용감하게 찾고 그들로부터 힘을 얻어야 한다.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도 자신을 감춘다면 리더십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 의심으로 가득 찬 완벽주의자가 되기는 쉽다. 그러나 멘토 없는 완벽주의는 리더 자신을 더욱 외롭고 독선적인 인물로 만들고 말 것이다.
5 긴장을 풀지 않는다.
한번 달인이면 영원한 달인인가? 대답은 NO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특히 특정분야의 1인자는 언제나 바뀌기 마련이다. 추종자와 고객의 관심에서 멀어지면 모든 것이 종결된다. 단, 생명연장의 기간을 남보다 더 오래 이끌 수는 있다. 영광스럽게 은퇴하는 모습과 시기를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면 오케이다. 성공의 시간을 장기간 유지했던 인물들은 늘 긴장한다. 잠시라도 긴장을 늦추는 순간에는 많은 것을 잃고 많다.
개그맨 김병만은 방송이 끝나자마자 무엇을 하느냐고 취재진이 질문하자 서슴없이 다음 주 방송에 대한 고민부터 한다고 한다. 피곤한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김병만의 긴장감이 개그맨 김병만의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유일한 노하우였던 것이다. 항상 자만하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한다. 역시 달인의 자격은 긴장의 대가였던 것이다.누구나 달인의 과거만으로 현재의 달인을 평가하지 않는다. 늘 처음 보는듯한 신선한 달인의 연기에 찬사를 보내는 것이다.
조직에서 리더에 대한 평가도 늘 변한다. 한 때 호평을 받던 리더가 하루아침에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물론 과거의 실수나 독선이 용서되고 새로운 모습의 리더십으로 존경받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리더에 대한 평가는 달인에 대한 고객들의 평가처럼 늘 냉정하고 잔인하다. 리더도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늘 자신이 내뱉은 말은 누군가가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리더의 행동 하나, 말 한마디가 모두 평가의 대상이다. 그래서 상사는 될 수 있어도 존경받는 리더가 되기란 어렵다. 그리고 부하직원들도 잘 봐야 한다. 그들은 언제든지 나의 허점이 생기면 평소와 같이 리더의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부하들도 반드시 생긴다. 부하들도 성장한다. 그리고 판단한다. 따라서 리더는 늘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긴장감을 유지하기 피곤하면 리더십을 희생해야 한다. 리더의 자리는 늘 부족하고 누구나 오르고 싶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리더는 늘 미래를 준비하고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미래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많은 경쟁자들에게도 열려 있는 철저한 정글의 법칙이 존재하는 땅이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이 달인에게서 배우는 리더십의 교훈들을 살펴보았다.물론 또 다른 교훈도 많고 논리적 허점도 많을 것이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달인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듯이 리더 또한 하루아침에 탄생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그만큼 리더로 성장하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달인의 경지는 리더십의 경지와 유사하다. 긍정적인 마인드와 끊임없는 노력과 건강한 긴장감은 여러분을 훌륭한 리더로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