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30(목) 흐린 후 맑음
아침에는 구름이 잔뜩
끼었는데 조금씩 맑아지더니 오전엔 해가 밝게 비춰서 비교적 따뜻하게 느껴졌다. 11월의 마지막 날이다. 이제 하루가 지나면 2017년도 마지막 달이 시작된다. 세월의 빠름을 일컫는 말은 많다. 세월이 물과 같이 빠르게 흐른다
하고 화살과 같이 빠르고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가 문풍지 구멍을 스쳐 지나는 것처럼 빠르다고도 한다. 가장
빠르다고 표현 한 것은 아마도 눈 깜작 할 사이에 지나 간다는 표현일 것 같다.. 젊음은 눈 깜작 할
사이에 지나간다고 젊었을 때 열심히 살라고 하는 말이 다시금 실감나게 느껴진다. 젊음이란 20대에서 40대 즉 30년
정도를 말하는 것이리라. 열심히 살기는 살았는데 마치 산을 잘못 들어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해가 서산에
걸친 것을 보고 부랴부랴 산을 오르지도 못하고 내려와 버린 것 같다.
다기망양(多岐亡羊)이라! : 갈래길이 많아 도망친
양을 찾지 못함) 중국의 전국 시대 맹자와 같이 이름을 떨치고 존경을 받았던 양자라는 학자가 있었다. 하루는 이웃에 사는 사람이 양을 한 마리 잃어버려 온 식구들이 나서서 찾아 보았으나 못 찾고 양자를 찾아와
도움을 청했다. 양 한 마리를 잃어 버렸는데 왜 찾지 못했느냐고 묻자 온 식구들이 찾아 나섰으나 동네
어귀에서 갈라진 길이 많아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조금 후 머슴과 동네 사람들이 와서도
역시 찾지 못했다고 하자 양자가 어째 양 한 마리를 잃어 버렸는데 동네 사람들이 다 나서서도 찾지 못하냐고 물었다. 사람들이 동네 어귀를 벗어나니 또 다른 갈래길이 많아 어디로 도망을 갔는지 몰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후 양자가 하루 종일 근심 어린 표정으로 보내자 제자들이 선생님의 양도 아니고 양 한 마리를 잃어 버렸는데
왜 그리 심각하냐고 물었다. 양자는 양을 잃어 버린 것을 걱정하며 심각해 하는 것이 아니고 갈림길이
많으면 잃어 버린 양이 어디로 도망을 갔는지 몰라 찾지 못하는 것과 같이 학문이나 인생살이도 이와 같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한가지 목표를 향해 열심히 나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이와 같이 갈림길이 많이 나와 인생의 길도 잃어버려
한가지 일도 이루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세월이 살같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마음이 초조해 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한가지에
집중하지 못하고 어느 것이 더 이익이 되는 가를 따지는 갈래 길에서 헤매다 세월을 허송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임진 왜란 때 나라의 운명이 절대 절명의 위기일 때도 신에게는
아직도 10 척의 배가 남아 있다고 했던 이순신 장군의 말이 위로가 될까?
내일은 아내가 서울에 간다. 무릎 치료를 위해 다니던 병원에 간다. 아들도 혼자서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 내가 준비해 준 장어 탕과 간장게장을 조금 덜어서 가져다 줄 것이다. 꼭 서울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치료 중에 이사를 왔고 서울 살 때 다니던 정형외과 의사가 상당히 양심적이고 치료를 잘해주는 것도 이유가 된다. 동네 마다 우후 죽순처럼 생겨나는 정형외과의 비양심적인 치료방법을 경험한 사람은 많을 것이다. 비싼 주사와 의료 보험도 안 되는 검사와 수술 등을 강요하는 병원들이 참 많은 것 같다. 특히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노인들을 상대로 정형외과 병원 의사들의 무분별한 치료 사술 강요는 없어져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 마음을 더욱 춥게 느끼게 한다.
2017-12-01(금) 맑음
기운 내! 너는 이미 멋있는 사람이야! 나는 요사이 껌을 자주 씹는다. 담배를 끊기 위해서다. 40 여 년을 하루 1갑 정도씩 피웠고 때로는 하루 2갑도 피웠던 담배다. 담배가 피우고 싶을 때 입에다 뭐라도 넣고 있으면 담배 생각이 줄어든다. “기운
내! 너는 이미 멋있는 사람이야!” 이 글귀는 오늘 씹은
껌 종이에 인쇄되어 있던 글귀다. 40여 년 전 서울 삼양동에서 자취를 하면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때 삼양동 교회를 다니고 있었는데 한 여학생을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그
여학생한테 껌을 사서 그 껌 종이에 간단한 글을 몇자 써서 주었던 기억이 있다. 그 여학생을 모델 삼아
몇 편의 글도 써서 학교 신문에 올린 적도 있다. 내가 몸이 아파 학교도 2학년에서 자퇴하고 여수로 내려 온 후 한 번도 못 만났다. 지금은
길거리에서 우연히 지나쳐도 모르고 지나 갈 것 같다. 삼양동도 엄청스레 변해 버려서 그 여학생의
집은 어디쯤인지 짐작을 할 수도 없다. 이미 결혼해서 60대가
되어 할머니 소리를 듣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 모두는 이미 멋있는 사람일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각 개인은 그 자체로 멋있는 사람이다. 인생살이에서
성공과 실패를 누가 감히 평하겠는가? 모든
사람은 그 나름대로의 삶이 있고 그 삶의 단들이 쌓인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사람 이하의 사고를 가지고
사고를 치는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부자란 만족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말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