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부터 교육받은 건 '세상과 타협해선 안 된다' '그리스도인 중립을 지켜라'
이런 종류들이었죠.
증인 2세였기 때문에
어렸을 적부터 중립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1. 초등학교 때 국기에 대한 경례 문제.
경례를 할 수가 없었죠. 모든 아이들이 모이는 운동장 조회시간에
당당하게 손을 내리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손을 가슴에 올린 것도 아니고 내린 것도 아닌 엉거주춤한 자세로 있는 것은
매번 고역이었습니다.
물론 국가에서 강제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도록 만든 건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엔 기본권 침해라고 보여요.
국기 경례 문제는 중립문제를 넘어 제가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감과 당당함에 영향을 주었던 것 같아요.
2. 생일
아.. 생일 때 선물을 못 받는 게 얼마나 억울하던지.
파수대 기사 말은 정말 잘 합니다.
평소 364일을 아이들에게 잘 해주고 선물을 평소에 해주라고.
그런데 증인 부모들 중에 그렇게 자녀교육 하시는 분들은 손에 꼽을 정도.
3. 고등학교 교련
교련도 고역이었습니다. 다들 수업 받는데 나만 홀로 남겨져 있는 그 느낌이란.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난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이 싫더군요.
다르게 취급받기 싫은데 달라야만 하는 현실.
4. 대학교
제 연구 사회자는 열혈 증인이셨어요.
본인은 대학을 갔다 오셨는데 저에겐 대학의 영이 매우 위험하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대학을 가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전 인문계를 다녔기 때문에 대학을 가게 되었는데요,
사회자님은 자신이 OT나 MT도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식의 우매한 조언을 해주셨답니다.
그래서 전 대학 합격하고 나서 OT와 MT를 한번도 가지 않았어요.
전 그게 자랑스러운 일인 줄 알았어요.
OT / MT 안 가니 수강신청하는 것도 전 혼자서 해야 했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수강신청하는 지도 몰라 미친 듯이 헤매었던 기억이..
수업에 들어가니 반 아이들이 서로 다 친해져 있더군요.
저만 완전 모르는 사람. 왕따는 아니었지만 저만 낯선 이방인이었죠.
20살 어린 마음에 그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남자, 여자급우들이 서로 잘 지내고 교우하는 모습을 보며 전 좌절했었습니다.
내성적인 제 성격 상 이미 잘 지내고 있던 아이들의 관계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 저의 삶은 학교가서 혼자서 수업 듣고 혼자서 점심 먹고 수업 끝나자 마자 집에 오는
무슨 외로운 오타쿠 같은 삶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사회자 형제 미친듯 욕해버리고 싶습니다..어린 사람에게 조언해줄 때엔 정말 잘 해주어야 합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학교 친구들을 보니 저는 너무나 어두운 생활을 하고 있더군요.
오죽하면 학교 1년만 다니고 그만 학교 다니자는 생각을 했었을까요?
5. 중립문제
중립을 지키는 건데 왜 보충대에 가야 했을까요?
정말 진정한 중립이라고 했다면 가지 않고 잡혀 갔어야 했는데.
선배들이 다들 그렇게 했고 주위에서 다 그렇게 하는 것이라 해서 저도 그냥 제발로 들어 갔습니다.
그런데 난 중립을 지키러 온 건데 왜 군복을 입어야 했을까요? 군번도 받았습니다.
장호원에선 소대장, 중대장에게 경례도 했습니다. 완전 군인의 모습이었죠.
더 웃긴건 제가 제대를 했네요. 불명예 제대였죠. 행정상으론 분명히 제대였습니다.
이게 뭡니까? 중립을 지키면서도 양심에 꺼림칙한 개운치 않은 듯한 느낌.
이건 진정한 중립이 아니지 않습니까? 군대에 가지 말라고 해놓고 그냥 어린 청년들을 방치해버린 느낌입니다.
이런 부분이야 말로 정말 현실적이고 필수적인 교육이 필요한 부분인데
아무 준비없이 중립을 지키지도 못하고 나온 것 같습니다.
6. 사회생활
직장에서 남자들끼리 항상 나오게 되는 이야기가 군대 이야기.
저에게 어느 군대 갔다왔냐는 질문할 때마나 말꼬리를 흐리기 일쑤였습니다.
여증이라고 당당하게 밝힐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밝힐 수 없는 제 자신이 혐오스러웠습니다.
여증이면 도덕적으로 완전 깨끗하고 타의 귀감이 되는 바른 생활을 해야 되는데
전 스스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밝힐 수가 없었습니다.
이건 자아존중감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전 어렸을 적부터 내 자신을 당당하고 자신있게 드러내보이지 못하는 환경 아래에서 컸기 때문에
자아존중감이 적절하게 발달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까 참 여증 2세들은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내놓으며 살기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다른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면 조직 차원에서 2세들이 자신감있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마련들을 해주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들을 제한하는 것들은 정말 더럽게 많고
어려움에 봉착한 부면들에선 도와주는 것은 없고
그러니까 지금 많은 2세들이 그냥 조직을 떠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첫댓글 공감 만땅입니다..ㅠ.ㅠ
예전 분위기에서..국기경례 거부하는거..초등1.2학년 아이한테 너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잔혹한 일이기도 했고요.
물론 그걸 강제하는 국가적 방침이 먼저 문제맞지만..
그 어린아이들에게 종교적 이념을 실천하도록 가르치는것 또한 무서운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썩을...ㅠ.ㅠ
자신이 선택하게끔 교육을 했어야 하는데 ㅠㅜ
국기에 대한 경례문제를 알았더면 증인들만 다닐 수 있는 '대안학교'를 세워주던가.
세력 확장에만 관심이 있었던 거겠죠?
이미 조직 안에 있던 어린 사람들이 나중에 커서 나갈 거라고 생각을 못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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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증 교리가 어떻고 저떻고 UN가입이 어떻고 간에
여증 내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많이 헀더라면 여전히 여증조직이 좋았을 것 같아요.
근데 이건 뭐 아동기 때부터 자신감 상실 경험의 연속들이니.....ㅠㅜ
이거 정말 하나하나 다 공감되는 것들이죠..이런 느낌은 지구상에서 오직 증인청소년만 느끼는 것이죠..엑소에는 이런 분들이 좀 왔으면 좋겠습니다
맞는 말씀이네요. 휴...TT 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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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죠.
재판관이나 군인들이 얼마나 우릴 한심하게 생각했겠어요?
이 새끼들 경례도 다 하고 군복도 다 입은 주제에 무슨 중립이냐고 했겠죠.
그 사람들 눈엔 우리가 '군무이탈'과 별로 차이가 없었을 것 같아요..
저도 중립때 영창에서 가장 이해가 안됐던게 보고시 거수경례와함께 "이병ㅇㅇㅇ는 ~~에 용무있습니다"라고 하는 거였죠. 어떤것은 안되고 어떤것은 해도되고 기준이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허긴...그러니 UN가입도 했겠지요...
그러니까요. 교육 할려면 제대로 해주던가.
총만 잡지 말라고 해놓고.
그 교육이란게 군복무거부를 자신의 의지로 하는 것임을 명확히 밝히라는 것이지요. 즉 "장로가 하지마라고 해서" 라거나 협회로부터 "해서는 안된다고 교육받아서" 라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지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지요. 가지 말라고 가르치며 군대가면 제명시키면서 정작 그렇게 가르침 받았다고 말해서는 안된다니
와...이병... 전 그건 몰랐네요... 훈련소 안나와도 이병계급 주는구나...
아침부터 정말 울컥하게 만드시네요. 대학시절 그리고 사회생활에서 술자리 문제도 떠오릅니다. 건배안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기에 그냥 그런 자리에 참석안하고 말았던 많은 순간들. 사실 전 말술인데 말이죠. 증인 청년을 아웃사이더화시킬 수 있는 장치들이 참으로 많이 존재합니다. 스스로를 믿음이 부족한 인간이라 여기고 경멸했던 그 많은 순간들.. ㅡㅜ
맞다맞다.. 건배문제도 있었어요~
사회적 괴리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장치들이 참 많기도 많아요~
건배하지 않게 하는 실용적인 지혜를 좀 알려주던가....
따지고 들면 금지해야 하는게 너무너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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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에겐 힘든 일들이 많습니다. 집회 3번 가던 시절 아르바이트를 못해 돈이 없어서 친구들에게 비굴해졌던 경험이 없으신 분들은 모르실 듯
이런 경험들 때문에 주류 컴플렉스라고 해야하나...어쨌든 다시 사회의 주축으로 반드시 자리잡아야겠다는 마음이 강하네요. 이것이 집착이 아니라 소망으로, 그리고 자연스러운 발전으로 변하길 바래봅니다.
증인2세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입니다..저역시 그렇구요 아무것도 모르고 시키는대로만 하며 마음속으로 힘들었던 시간들이었어요...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물어보지도 못하고... 시간이 지나 세상을 알고, 인생을 알아가면서 기억들이 더 생생해지고 이제는 냉정하게 돌아보게 되는것 같습니다 개개인의 삶과 자중심, 복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도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 이 조직, 시스템
전 국기에 대한 경례도 그랬지만, 생일이.. 정말...;;; 성경에 부정적인 생일의 예가 나왔다고 해서 생일을 지키지말라니... 이게 말이나 되는건지... ㅡㅡ... 그리고 결혼식 행진이나... 부케 던지는거나 가지가지 금하는것도 많음~ 하여간.. 진짜 귀에걸면 귀걸이고 코에걸면 코걸이라더니.. ㅈㄹ도 가지가지합니다~~!!
저도 모르겠네요.
사실 기원을 따지자면 이교 숭배와 관련된 것들이 무수히 많을텐데
그럼 지금 밝혀져 있지 않은 많은 관습들을 지키면 안 되는 건데....
증인2세로서 정말 공감 100프로인 내용들!!!!!! 이 기억들을 딛고 일어서서 제 자녀들에게는 이런 패턴의 삶을 물려주지 않고 싶습니다.
백번 공감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여증에 대해 긍정적이에요. 사람들은 전체적으로 보면 나쁘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뭔가 순화하는 마련이 필요한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은 잘못된 여증의 구조 때문에 감정이 상한 거거든요.
그렇게 보면 전체적으로 나쁜 사람들이란 있나요? 나쁜놈 되라고 가르치는 종교조직은 없죠..여증처럼 종말론 교리 세워놓고 인생을 올인하라고..그게 의로운 거라고 가르치고..그걸 목숨바쳐 따르는 순간 다단계 피해와 유사한 피해가 발생합니다.
그 종말론 교리 없이는 여증이 성립이 안되구요..일반 기독교의 천당지옥설의 레드오션이 아니라..심판날후 땅에서 영생..이게 여호와의 증인 조직이 택한 블루 오션인샘입니다.
증인들은 이 교리를 남에게 전하려고 나이스가이가 되도록 요구받죠., 그 결과가 이겁니다.
생각해보니 나이스가이인척 하는 것이 참 힘든 것 같기도 하네요...
왕공감
제 글이 이렇게 많은 공감을 받을 줄 몰랐네요..
다 비슷한 삶을 사셨었군요?? (ㅠㅜ)
밝힐수없는 종교.밝힐수없는 전과기록...이런걸 여지껏 대물림하고 있으니 그 죄과가 얼마나 큰건지 모르겠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