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day 7"
오늘의 암호는 6,7,8.
06시 모닝콜 레몬 꿀차 한 잔으로 새로운 아침을 연다. 몸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아침마다 침낭 접어 커버에 넣기는 끙차끙차~ 몸을 좀 더 빨리 따뜻하게 해준다. 룸메 언니도 이젠 혼자서 끙끙 잘 한다.
오늘 부턴 빙하에서 불어 오는 계곡 바람이 엄청 차다고 하니 방한 준비를 철저히 한다.
07시 아침밥상은 언제나 처럼 근사하다. 미역국에 7~8가지 반찬, 숭늉과 과일 커피와 차.
회사 사장님 직원 팀 두분은 결국 고산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헬기로 하산 한다고 한다. 아침 식사하며 인사를 전하는데 참 안타깝다.
정리한 카고백을 늘 하던대로 문 앞에 내어 놓고 출발하려고 마당으로 나간다.
준비 체조하고 08시에 출발.
롯지를 떠나 골목길을 줄지어 걸어간다.
어제 낭가르상에 올라가서 보았던 아마다블람과 디보체와 촐라체, 설산의 파노라마로 둘러싸인 페리체 너른평원을 오늘은 걸어간다. 가까이 지나가니 그 위용이 엄청나다. 순백으로 빛나는 거대하고 날카로운 설산들.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힘들어도 잘 견디어서 이런 진 풍경을 접하는구나......
오늘은 4,410m 딩보체에서 출발하여 4,910m 로부제 까지 500m 이상 올리는 코스라 고소증이 올 위험이 아주 크다. 최대한 천천히 걸으며 수시로 보온병의 따뜻한 보리차를 마신다.
언덕 위에 올라선다. 아래에 황량한 회백색 바닥이 보이는 계곡과 바윗덩어리로 이루어진 너덜지대가 보인다. 빙하계곡이라 바람이 차지만, 햇살이 내리 쬐어 걷기에 좋은 날씨다.
회백색 너덜겅 바윗돌 무더기 아래로 백옥빛 강물이 돌돌돌 흐르고 있다. 두드시코강의 발원지인 에베레스트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개울 사이에 놓인 좁은 나무다리를 건넌다. 드디어 저만치 투클라가 보인다.
11시30분 투클라(4,620m) 롯지에 도착한다. 고도 200m를 올랐다. 성수기라 시즌엔 쿡팀이 점심을 만들기 위한 롯지 사용이 제한되어서 점심식사는 현지식 볶음밥이 제공 되었다. 간만에 밥알이 알알이 살아 날아가는 밥을 꼭꼭 씹어먹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4,910m 로부제로 올라간다.
6,000m 이상 봉우리들 사이 협곡을 걷는다. 촐라체(6,355m)와 푸모리(7,165m)를 보며 걷는다. 투클라에서 추모비까지는 오르막이다.
고갯마루에 오르니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다가 사망한 셰르파와 산악인을 기리는 탑인 주룽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바람부는 투클라 패스(험한 고갯마루) 전체가 망자를 기리는 추모공간이 되어 있다. 낡은 주룽 사이에 한국 산악인 추모탑을 발견한다. "ㅇㅇㅇ, 하늘의 별이 되다. " 가슴이 아련해진다.
모두 말을 안하지 힘든가 보다. 선두는 선두대로 자주 앉아 있다. 후미가 가면 일어나 가고, 후미가 그 자리에 앉는다. 반복이 된다.
말을 타고 가는 사람들이 자주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팀에 제일 뒤쳐진 한분도 말을 타고 싶어 한다. 가이드는 말린다. 험한 길이라 말들도 한번씩 넘어지거나 떨어지는데 크게 다친 사고가 한번씩 있었단다. 포기하는가 싶더니 한참 걷다보니 그분이 마부가 끄는 말을 타고 지나가신다. 솔직히 부럽기도 하다ㅠㅠ
주룽 오르막을 넘으니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비몽사몽 무거운 발걸음을 겨우 걸어
오후 2시45분 오늘의 종착지인 로부제(4,910m) 롯지에 도착한다. 거의 5,000m 이다.
따뜻한 보리차 한잔 마신 후, 뜨끈한 갈릭(마늘)수프가 나온다. 갈릭수프는 진저티와 함께 고산증 예방약이란다. 한그릇 후루룩 마시니 속이 편안히 가라 앉는다. 한그릇 더 달래서 마신다. 온 몸이 따뜻하게 싸악 풀린다.
로부제, 고락셉 구간의 롯지는 협소하고 제한적인 관계로 원래 오늘부터는 다인실을 사용해야 하는데 운이 좋게도 단체팀이 취소되어 2인1실을 사용한다.(취소되었다는건 날씨 때문에 루클라행 경비행기가 못 떴다는거다. 그럼 그 팀은 줄줄이 일정이 꼬이는 거다)
말이 방이지 넘 춥다. 카고백 받아 대충 정리하고 우모복 껴입고 다시 난로가 있는 로비로 간다. 빈자리가 없는데 의자 하나 들고 다가가니 조금씩 비켜준다. 이번 우리 팀 참 좋은 분들이다(한분만 빼고). 난로 앞에서 멍 때린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귓가에서 점점 멀어진다. 꾸벅꾸벅 존다.
어느덧 저녁 시간이다. 메뉴는 부대찌개. 우리 잃어 가는 입맛을 사수하겠다는 쿡팀의 의지와 열정이 눈물겹다. 메인 셰프에게 엄지 척 날린다.
보온병 물로 양치하고 티슈로 대충 세안하고 머리는 치익 드라이샴푸 뿌려 쓱쓱 만져준다.
오늘 내일은 고산증 약 복용하기로 마음 먹어서 한알 먹고, 기침감기 증상이 종합감기약으론 컨트롤이 안되어서 일행들에게 수소문해 얻은 목감기약도 먹는다.
전력이 부족해 조명도 희미한것이
그나마 들어오는시간이 짧다. 해드랜턴 꺼내 침대 머리맡에 두고 핫 물주머니와 물병을 껴안고 침낭으로 들어간다.
약을 먹었음에도 기침을 간간히 하다가 잠이든다.
-24.10.12.토요일-
첫댓글 수목한계선을 넘어서인지 거친 광야와 빙산의 위압감이 대단합니다.
헬기타고 내려가신 분들은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시는게 맞고, 또 헬기에서 바라보는 장엄한 히말라야를 봤으니, 일견 부럽기도 합니다.
우리 릴리님도 살푼 피곤한 모습이 스치네요.. 힘내시고, 고지가 바로 저기!!!
고지가 바로 저기 인데
어휴~~
풍광 때문에
그 모든걸 극복합니다.
대단한 체력과 도전정신 존경스럽네
나는 옛날 말레시아 코타키나바루 탐험시 3500고지 부터는 고산증세가 오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로는 고산은 아예 가지 않았어요, 릴리님은 5000고지 가까이에도 끄덕없어 보이네요
목표한 고지까지 화이팅. 비스따리 비스따리.....
에휴
힘들었어요 대장님
악으로 깡으로
걸었습니다^^
점점 글에서 힘듦이
조금씩 느껴집니다.
화이팅 입니다^^
힘들때가 되었지요
용짱님 화이팅에
힘내서 아마 잘 이겨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