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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6일부터 18일까지 #ABC = #안나푸르나_베이스_캠프 로 12박 13일의 트레킹 후기 4탄 마지막.
2025.02.13.목
#안나푸르나_트레킹 8일차
새벽에 보름달을 보겠다고 자다깨다를 반복해서 엄청 피곤했지만, 그래도 안나푸르나의 일출은 봐야하니까 5시 반에 기상했다. 따뜻하게 옷을 입고, 스패츠와 아이젠을 차고 롯지 뒤 작은 언덕으로 올라가 안나푸르나 봉우리가 촛불 켜지듯 붉게 밝아오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롯지의 모든 사람들이 다 몰려서 사진을 찍으며 여행의 종착점을 기념했다.
우린 안재영쌤이 준비하신 #홍천815 를 따라놓고 이젠 산이 된 #박영석_대장 과 산악인들에 대한 명복과 존경의 예를 드리고, #데니태극기 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침 식사 후 우린 안재영쌤의 가방에 항상 꽂혀있던 작은 태극기에 각자의 이름을 적고 베이스캠프 공용식당 벽에 걸어두었다. 10년 뒤 최연소 윤루리양이 친구들과 와서 다른 이름들과 다른 깃발로 바꿔놓기로 하고. 우리 중 누가 다음에 또 이 자리에 올지...
하산은 정신없이 진행되었다. 눈이 허벅지까지 쌓여서 선두팀을 제외하곤 현지 셀파 다와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앞선 발자국을 따라가지 않으면 눈 속에 푹 파묻히기 때문이다. 바람도 엄청 불어서 쌓인 눈이 날려 아주 따가운 눈싸대기를 맞곤 했고, 그때마다 우린 몸을 돌리며 걸음을 멈춰야했다. 그래도 #MBC 까지 제법 빠른 속도로 내려오면서 계속 뒤를 돌아보았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이곳을 이렇게 금방 떠나는 게 아주 많이 섭섭했기 때문이다.
MBC에서 데우랄리까지는 돌 내리막이 많다보니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쩡 쨍 소리를 내며 눈 아래에서 깨지는 얼음 소리와 물소리는 신비롭고 예뻤지만, 난 아이젠과 스틱으로도 미끄러울 거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혔고, 거의 기다시피 산길을 내려왔다. 점심을 먹으며 선두와 후미팀의 속도차로 간격이 벌어질 수밖에 없으니, 우린 다치지 않게 조심히 천천히 내려가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후미엔 항상 마실쌤과 쌍계가 있으니 큰 걱정은 없을 거라는 믿음과 조바심 없이 안전하게 여유를 갖고 싶다는 소망이 함께한 제안(?)이었다.
후미팀은 계속된 지연으로 점점 뒤쳐졌다. 등산화가 계속 발목을 짓눌러 통증이 누적되었던 노이정쌤은 중간 중간 신발을 재정비해야했고, 내리막을 무서워하는 난 두 세 번 경미한 엉덩방아를 찧으며 시간을 지체했고, 오르막에 취약한 조진석쌤은 오르막 때마다 조금씩 느려졌다. 그래도 우린 계곡물 속에서 얼굴 바위도 찾아보고, 점점 뒤로 밀려가는 풍경도 아쉬워 바라보고, #히말라야_카페 에서 커피도 나눠 마시며 갑작스런 비에 노이정쌤의 우비도 빌려 입고, #도반 에서 티도 한잔씩 하고, 날씨요정 해성선배를 칭찬하고, 체력 만렙인 허순자쌤을 부러워하고, 순간 흰 지붕이 보인 듯한 착각도 함께 느끼며, 너무 힘든 이 순간을 농담 섞어 희화하면서 낄낄거렸다. 그렇게 힘든 일을 함께 겪는 전우애가 쌓이고 있었다.
우린 6시가 넘어 날이 어둑해서야 #뱀부 근처까지 올 수 있었고, 마침 우릴 마중 나온 포터 대장의 플레쉬 불빛에 의지하며 무사히 롯지에 도착했다. 하산에선 샤워가 가능하다며 일찍 온 모두는 다 유료 온수로 깔끔하게 샤워를 한 후였다. 비누냄새를 풍기는 도시 사람들의 모습으로 우릴 맞는 선두와 중간팀원들의 모습은 반갑고도 부러웠다.
우리 때문에 저녁식사가 늦어졌기에 우린 대충 땀에 젖은 옷만 갈이입고 따뜻한 식사를 했고,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해 온수샤워를 했다. 7일만의 온수샤워는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집에 가서도 일상적인 모든 것들에 감사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떡 진 머리를 두 번이나 감고, 몸도 비누칠해서 두 번 씻고 나니 이제야 기분도 좋아지고 피로도 풀리는 것 같았다. 근데, 노이정쌤 내외는 샤워 중 찬물이 나와서 샤워를 제대로 못 하셨다고 한다. 수압은 낮지만 계속 온수를 쓸 수 있었던 난 운이 좋았나보다.
긴 트레킹으로 밤새 몸살이 와서 새벽에 일어나 약도 먹고, 가져간 휴대용 저주파치료기로 다리도 풀었다. 오늘로 힘든 건 끝이라니 그나마 다행이다.
2025.02.14.금
#안나푸르나_트레킹 9일차
어제의 긴 트레킹은 나만 힘들게 만든 게 아니었다. 히말라야까지의 눈과 얼음이 섞인 미끄러운 돌 경사에서 송영섭쌤이 미끄러져 허벅지에 멍이 심하게 들었고, 등산화에 대여 심하게 부은 발목 때문에 노이정쌤은 오래 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포니서비스. 히말라야에선 위급한 상황 시 사용할 수 있는 두 가지 교통수단이 있다. 헬기와 말. 헬기는 가까운 곳에 헬기 착륙장이 있어야 가능하고 꽤 많이 비싸지만, 말은 롯지마다 그 동네 서비스 전화번호가 붙어 있고 1인 100달러란다. 오늘 송영섭쌤과 노이정쌤, 노이정쌤의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오경훈쌤까지 세 분은 포니를 타고 우리보다 1시간 늦게 출발해서 #촘롱 에서 함께 점심을 하고, #지누단다 까지 이동한다. 말을 타고 가파른 산길과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재미있을 것 같긴 했지만, 완주를 못하시는 것 같아 좀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은 몇 시간 뒤 찐한 부러움으로 바뀌었다. 뱀부에서 시누와까지의 완만한 계곡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걸어갈 땐 괜찮았는데, #시누와 의 돌계단을 도가니를 부여잡고 내려올 때와 촘롱의 통곡의 계단을 오를 때 말을 타고 우릴 지나쳐가는 그들의 모습은 중세 부르주아의 고급진 여행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말 촘롱은 계단 지옥이었다.
촘롱 오르막 계단에서 허순자쌤이 프로의 네고로 사주신 사과와 포도, 며칠만의 닭고기 카레 #달밧 점심, 조진석쌤과 마실쌤이 문 닫힌 독일빵집의 주인을 불러내어 사주신 소문난 #애플파이 는 여정의 끄트머리에서 받는 특별상 같았다.
식사 후 또 도가니에 무리가 가는 엄청 가파른 돌계단을 내려와 지누단다 롯지에 도착한 우리는 방 배치와 짐정리를 하고 바로 #노천온천 을 즐기러 수영복과 샤워용품을 챙겨 슬리퍼를 신고 15분정도 비탈길을 내려갔다. 어디서 발생된 온천인지는 모르겠지만, 37~39도 정도의 온천이 인공 파이프를 타고 흘러나왔고, 3개의 탕은 네팔인 전용과 외국인 전용으로 나뉘어 유료로 운영되고 있었다. 우린 남녀 구분 없이 수영복을 입은 채 파이프 밑에서 샤워를 하고, 외국인 전용탕에 모두 몸을 담갔다. 모두 물 온도가 3~4도만 더 높기를 바랐지만, 손발 끝까지 노골노골해지는 기분 좋은 휴식은 나름 즐길 수 있었다. 1시간여 노천온천을 즐기고 우린 흙길에 슬리퍼를 끌면서 서둘러 롯지로 돌아왔다.
오늘은 오영철대장님이 쏘신 양 한 마리로 그동안 우릴 위해 수고해준 현지 스탭들과 #양고기_파티 를 하는 날이다. 다양한 요리와 반찬은 쿡팀이 이미 다 해놨고, 서둘러 온천을 마친 몇몇 분들이 양고기 굽는 걸 도우셨고, 나머지 몇 명은 서빙을 도왔다.
네팔스텝들은 트레커들과 겸상을 하지 않는다. 여정동안 우리의 식사 수발을 다 들어준 후, 자기들 음식은 따로 차려 뒤쪽 주방에서 먹는다. 확실한 서비스 정신이고 자신들의 식문화를 고수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러니 오늘처럼 겸상을 하는 건 아주 특별한 일이었다. 우린 다 같이 둘러앉아 각자의 식문화로 배를 채우고, 맥주와 콜라를 권하고, 각 팀 대장들의 소감을 들었다. 맛있게 잘 먹어줘서 감사하다는 쿡팀 팀장, 무사히 여정이 완료되어 좋다는 포터팀 팀장, 길을 리드한 다와는 지난해 눈사태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기상이 바뀔 때마다 마음을 졸였는데, 모두 무사히 여정을 마쳐서 다행이라고 했다. 눈사태로 사람이 쓸려 내려가는 걸 보며 자연의 변덕스러움과 포악함을 잘 알고 있을텐데도 불구하고 계속 여행자들의 길잡이 일을 하고 있는 그의 숙명이 안쓰럽고 대견했다. 우리의 가이드 리더 쌍계야말로 내놓으라는 등산가들과 호흡을 맞춰 수십년 히말라야를 오르락내리락 했던 전통 #셀파 다. 노련하고 영민한 그의 서비스와 배려에 우리 모두는 감동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작별이 다가오는 그 밤은 많이 아주 많이 아쉬웠다. 난 좀 더 호텔스러워진 롯지에서 허순자쌤에게 독방을 드리고 루리와 룸메이트를 하면서 아쉬움을 담아 긴 수다를 떨었다.
2025.02.15.토
#안나푸르나_트레킹 10일차
일어나니 한치 앞도 잘 안보이는 안개가 꽉 끼어있었다.
#지누단다 는 계곡에 위치해서 일교차 안개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한다. 안개 때문에 이번 여행 최장 최고 #출렁다리 건너편에 짚차가 도착을 안했다며 출발은 잠시 지연됐다. 잠시 후, 안개가 조금씩 흐려지면서 우린 천천히 계곡을 내려가 출렁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내려다보지 않고 조심스럽게 ‘할 수 있다’를 중얼거리며 천천히 건너는 내 앞뒤엔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 뜨끈한 전우애란 이런 것이다.
우린 그동안 발처럼 쓰던 스틱을 접어 배낭에 넣고 짚차에 올랐다. 덜컹이는 비포장 산길과 계곡의 밑을 볼 수 없는 안개로 우리의 트레킹은 끝나는 것 같았으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포터팀과 이별을 하고 짚차를 갈아타기 위해 우린 30분 정도 오르막 내리막 돌계단을 다시 걸어야했다. 스틱 없이 걸으려니 다리의 부담은 가중되었고, 스틱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지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돌계단을 내려가는 데 루리가 소리를 질렀다. ‘원숭이에요!’ 우린 히말라야에서 드디어 원숭이까지 본 거다! 정말 볼 거 다 봤다!
#나야폴 까지 1시간 정도 짚차로 산길을 내려오며 팔일 전 우리가 포카라에 도착했을 때 날씨가 정말 좋았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은 계곡 아래까지 굽이굽이 다 보이는 청명한 날씨였는데, 오늘은 우리가 떠나는 걸 슬퍼하듯이 옅게 낀 안개로 그 모습이 감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나야폴에서 식사 전 시장 산책을 하고, 쿡팀이 해주는 마지막 식사를 끝으로 쿡팀과 다와와도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다. 만남은 어색하고 헤어짐은 아쉽다. 모든 게 그렇다.
#포카라 까지의 짚차 안에서 우린 산길과 비포장도로를 불문하고 꾸벅꾸벅 잘도 졸았다. 그렇게 포카라 호텔에 도착하니 ‘문명’이 우릴 맞이했다.
푹신한 쇼파와 프리와이파이, 깨끗한 흰 시트가 깔린 침대와 온수가 펑펑 나오는 샤워부스 있는 욕실. 아, 문명의 천국이 따로 없었다. 짐을 풀자마자 우린 #폐와_호수 와 주변 거리를 보러 밖으로 나왔다. 호수가에서 구운 옥수수도 사먹고 바에서 와인도 마시며 우아하게 도시 라이프를 즐기는 순간이었다.
저녁은 포카라 거리가 내려다보이는 호텔 뷔페였다. 메뉴가 다양하진 않았지만, 뱃골이 커진 우린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며 아이스크림까지 다 챙겨먹었다.
식사 후 소화를 핑계로 시작된 쇼핑. 산중에서의 미니멀한 삶은 완전 잊은 채 우린 #물욕의_화신 이 되어 한푼이라도 더 깎아 조금이라도 더 사려는 한국관광객이 되어 거리를 쏘다녔다. 야크 뿔 열쇠고리와 목걸이, 유기농 비누, 핑크솔트, 야크털 헤어밴드, 옴마니반메훔 깃발, 싱잉볼 등을 보며 우린 눈을 반짝였다. 산에서 받은 좋은 정기를 그렇게 쇼핑의 열정으로 불태웠다. 이게 사람 사는 거지 뭐. ㅎㅎㅎ
호텔로 돌아온 난 뜨거운 물로 긴 샤워를 했다. 자연은 경이롭고, 문명은 위대하고, 인간은 나약하다. ㅋㅋㅋ
2025.02.16.일
#안나푸르나_트레킹 11일차
문명을 누리는 아침 샤워를 따끈하게 하고, 조식 뷔페에서 푸짐하게 식사를 즐긴 후 우린 #포카라_공항 으로 향했다. 미니버스 안에서 우린 산 위의 모험담을 다시 나누며 ‘순자의 눈물’, ‘순자의 남자‘, ’순자 오르다‘ 등의 제목을 창작하며 허순자쌤의 용감무쌍하면서도 여리여리한 감성의 아이러니에 대해 수다를 떨었다. 우리의 버릇없는 농담에 호응해주신 쌤께 정말 감사드린다. 참 좋은 여행 파트너시다.
#카트만두 행 비행기는 2시간 반 정도 지연되었고, 우린 공항에서 프리와이파이를 누리며 핸드폰만 보는 도시인의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늦게 이륙한 카트만두 행 비행기는 이상 기류 때문인지, 인도 국경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네팔 내륙으로 들어왔고, 그 바람에 우린 구름 위 히말라야와 네팔 강줄기까지 더 오래 잘 볼 수 있었다. 히말라야는 그렇게 우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카트만두 도착 후 우린 바로 #파슈파티나트_사원 으로 가서 #네팔_전통_장례식 을 볼 수 있었다. 집에서 죽은 사람을 데려와, 히말라야 산맥에서 인도 겐지스강으로 이어진다는 사원을 관통하는 물에 발과 몸을 씻기고, 깨어나지 않으면 화장을 한단다. 쌍계 말에 의하면 발을 씻기는 과정에서 깨어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 사람은 집으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고, 사원 내에 있는 요양원 같은 곳에서 죽을 날을 기다리게 된단다. 그리고 숨을 거두면 다시 발과 몸을 씻기고 화장하는 것이다. 사원 안은 #링가_요니 (힌두교에서 우주의 기둥을 상징하는 가장 성스러운 것들 중 하나) 탑들과 장례식에 참여한 사람들과 사도들, 신자들, 유료 포토를 위해 치장한 사도들, 관광객들로 부산했다. 조용하지만 복잡하고, 슬프지만 화려한 모습이었다. 삶과 죽음, 멈춤과 윤회, 신과 인간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늦은 점심으로 한국에 이주노동자로 왔다가 네팔로 돌아가 호텔을 운영하는 사장님의 레스토랑에서 달맛을 먹었다. 이번 여행 중 세 번째 달밧이었는데, 가장 고급지고 감칠맛이 좋았다. 우린 도시인들답게 미향언니가 쏘는 시원한 맥주를 반주로 한낮의 열기를 식혔다.
카트만두 호텔에 도착해 각자의 캐리어를 받아 짐을 옮기고, 우린 또다시 물욕의 화신이 되어 #타멜거리 로 나갔다. 에스닉한 바지, 등산복, 야크털 지갑 목도리, 캐시미어 목도리, 수공예품 등은 우리를 현혹시켰고 서로의 루피를 빌려가며 여행 선물을 골랐다. 비싼 것들은 아니었지만 귀국했을 때 작은 선물은 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저녁으로 우린 호텔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여행의 소회를 나누고 서로에게 감사해 했다. 2년 전 백두산 갔을 때 함께 여행을 또 가자고 제안했고 이번엔 힘들어하며 울며 웃으며 우리에게 다양한 에피소드를 선물해주신 허순자쌤, 만성천식증상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비스타리 우리의 뒤를 책임져 준 조진석쌤, 조용히 고수의 자세로 물 흐르듯 산을 타시다가 막판엔 말까지 타신 송영섭쌤, 멋진 사진과 차분한 내조로 팀에게 낭만을 선사해주신 마실 정회동쌤, 고산의 위기 속에서도 꿋꿋하게 태극기를 지키며 한국인의 긍지를 보여준 안재영쌤, 다정다감하게 모두를 케어하며 격려와 용기를 건네준 손미향언니, 등린이들에게 스틱 사용법부터 등산장비 용도와 구입까지 등산의 A to Z를 교육시켜준 이종현쌤, 소년미와 특유의 웃음소리로 꼴찌를 자처하며 적응 안 된다던 단체생활에 누구보다 잘 적응한 오경훈쌤, 조용히 분석하고 파악하지만 가끔씩 귀여운 허당미를 발산하며 귀여운 미소를 간직한 노이정쌤, 이번 여행을 계획하고 혹시나 누가 쳐질까 혹시나 차질이 생길까 노심초사하다 지름신이 강림한 이해성선배, 최고의 코스를 짜고 여행을 준비하면서 현지팀과 계속적인 조율로 핸드폰을 놓지 못했던 카일라스 오영철대장님, 최연소로 체력과 자연친화 감성을 겸비한 좋은 사람이 될 자질이 충분한 윤루리양. 모두가 정말 고맙고 대견한 사람들이다. 함께하며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
2025.02.17.월
#안나푸르나_트레킹 12일차
오늘은 #서울 로 가는 긴 여정의 시작이다.
아침 식사 후 간단한 쇼핑으로 몇 가지 선물을 더 구입하고, 빨랫감으로 터질 것 같은 캐리어에 올라타 잠그고 공항으로 향했다. 대한항공으로 따로 오신 노이정쌤과 오경훈쌤과는 서울에서 다시 볼 것을 기약하며 호텔에서 짧은 작별인사를 나눴다.
붐비는 터미널 같은 공항 검색대를 거쳐 #방콕 행 비행기에 오르자 그동안의 피로가 몰려오며 다들 잠에 빠져들었다. 밥 주면 깨고, 다시 자고.
방콕 공항에서 4시간 동안의 환승대기 시간동안 우린 흩어져 차도 마시고, 이종현쌤이 사주신 맥도날도도 먹고, 프리와이파이로 핸드폰도 하며 시간을 때웠다. 그리고 서울 행 비행기 5시간 25분.
2025.02.18.화
#안나푸르나_트레킹 13일차
아침 6시 14분 인천공항 착륙. 수하물 컨베이어벨트에서 짐 챙겨 나오는데 내 캐리어 손잡이가 깨져있는 걸 발견하고 항공사 직원이 오기까지 30여분. 그동안 우린 마지막 단체 사진을 찍고 조만간의 뒤풀이를 기약하며 헤어졌고, 루리는 웨건에서 떨어진 배낭을 찾아오고.
그렇게 우린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각자의 일상 속으로 다시 빨려 들어갔다.
그 후~
빨래를 세통 돌려 네팔의 냄새를 제거하고, 사온 선물을 나눠보니 모자라서 몇 개 더 살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오고, 피곤한 다리를 풀겠다고 매일 붙인 휴족시간의 자리엔 열상이 남아 피부가 아직도 거무죽죽하고, 엄지와 검지 손끝은 경미한 고산증세 때문인지 혈액순환이 잘 안되었는지 굳은살이 생겨 야들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저산증세인지 배변활동이 엄청 원활하고, 삼시세끼에 두 주먹 가량의 간식을 12일 동안 챙겨먹다가 하루 두 끼만 먹어서인지 붓기와 살은 좀 빠졌다.아직도 아른거린다. 그 날씨, 그 산세, 그 숲 향, 그 안개, 그 비, 그 우박, 그 눈, 그 눈싸대기. 그리고 우리들의 웃음.
다음에 기회 되면 또 가고 싶다, 그때도 이번처럼 히말라야의 모든 걸 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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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한번씩 히말라야가 그립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박선생님 글 읽으니 너무 좋은 것 같아요.ㅎㅎ 한번씩 들리겠습니다
네 오늘에야 박대표님의 글을 기억을 되살려 생생하게 모두 읽었습니다
다시 히말라야를 다녀온 기분입니다
정리해주신 덕분에 간간히 들어와서 즐겨 읽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잘정리하셨어요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