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산책] 화엄경(華嚴經) ⑧
발보리심이 부처 이루는 인연
<사진설명>해인사 화엄경변상도
보살이 부처님 세존의 형모가 단엄하고, 색상이 원만하여 사람들이 보기를 즐겨하며, 만나 뵙기 어렵고, 큰 위력이 있음을 보며, 혹은 신통을 보며, 혹은 수기함을 듣고, 혹은 가르침을 듣고, 혹은 중생들이 온갖 심한 고통 받음을 보며, 혹은 여래의 넓고 큰 불법을 듣고, 보리심을 내어서 온갖 지혜를 구하느니라. 「十住品」
불자라면 누구나 성불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부처님처럼 되고 못 되는 것은 보리심을 일으켰는지 아닌지에 달려있다. 즉 발심의 여하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신심이 원만하면 발심하게 된다고 했는데, 그 발심의 인연은 무엇인가? “보살이 발심하여 보리 구함은, 인이 없고 연이 없는 것이 아니다”라는「현수품」말씀이 아니더라도, 모든 것이 인연법임은 익히 알고 있는 터이다.
스님들의 출가를 일반적으로 포고발심(怖苦發心) 이라고 한다. 고통 때문에 보리심을 내어 출가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고통은 모든 존재가 무상해서 일체가 다 괴로움인 무상고이다. ‘나’ 도 무상하고 괴로운존재이므로 진짜 나라고 할 수 없으니, ‘참나’를 찾아 떠나는 것이 발심출가인 셈이다. ‘참나’는 ‘본래자기’로서 부처님과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보리심을 낸다는 것은 세속가(世俗家)를 버리고 여래가(如來家)에 태어나는 것이다. 세속가는 고해(苦海)이니 생사의 바다이며 애욕의 바다(愛慾海)이고 범부의 자리이다. 반면 여래가는 각해(覺海)이니 부처님 지혜바다이며 보살의 원해(願海)이며 대비해(大悲海)이고 부처의 자리이다.
『금강경』에서는 보리심을 일으키면 무주에 머무른다고 설하고 있다면, 『화엄경』에서는 처음 보리심을 일으킬 때에 부처님 집에 태어나 머물게 된다고 한다. “보살의 머무는 곳이 넓고 커서 법계와 허공과 같다. 보살이 삼세의 모든 부처님 집에 머무나니 저 보살이 머무는 곳을 내 이제 말하리라.” 고 하여, 발심보살의 주처를 부처님 집[如來家, 諸佛家]이라 하고, 그것을 10주(十住)로 펼치고 있다.
그 열 자리는 처음 발심한 자리[초발심주], 중생을 위해 내는 갖가지 마음으로 자기 마음자리(心地)를 다스리는 자리[치지주], 일체법이 무상·고·무아· 공임을 관찰하는 수행의 자리 [수행주], 성인의 교법으로부터 나서 법을 성취하는 자리 [생귀주], 중생을 위한 방편을 구족하는 자리 [구족방편주], 바른 마음으로 흔들리지 않는 자리 [정심주], 마음이 견고하여 퇴전하지 않는 자리 [불퇴주], 동진과 같이 업에 허물이 없는 자리 [동진주], 법왕자의 자리 [법왕자주], 법비로 관정받는 자리 [관정주] 이다.
이러한 10주로 전개되는 여래가에 머무르는 발심의 원인[因] 역시 10가지로 보이고 있다. 그 인을 크게 묶어보면 불법승(佛法僧) 또는 불법중(佛法衆)이다. 즉 부처님의 단엄한 모습과 위신력 등을 보고 보리심을 내며, 불법의 가르침을 듣고 보리심을 내며, 중생들이 온갖 고통 받음을 보고 보리심을 낸다는 것이다.
선재동자는 문수보살로부터 부처님 법, 부처님의 공덕을 듣고 발심하였다. 그리고 부처님처럼 되려면 지혜가 구족해야 한다는 말씀을 듣고, 선지식에게 법문을 들으러 순례의 길에 올랐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혜를 얻으려는 것이 발심의 연[所緣]이 된다고도 할 수 있다. 그 부처님의 지혜 역시 10가지 지혜[十智]로 보이고 있으며, 그 지혜의 구체적 행위라는 의미로 10력[十力] 또는 10종지력(十種智力)이라고도 한다.
“보살은 열 가지 얻기 어려운 법을 인연해서 마음을 내나니, 이른바 옳은 도리와 그른 도리를 아는 지혜[是處非處智], 선악의 업으로 받는 과보를 아는 지혜[善惡業報智], 모든 근이 수승하고 하열함을 아는 지혜[諸根勝劣智], 갖가지 이해의 차별을 아는 지혜[種種解差別智], 갖가지 경계의 차별을 아는 지혜[種種界差別智], 모든 곳에 이르러 갈 곳을 아는 지혜[一切至處道智], 모든 선정과 해탈과 삼매를 아는 지혜[諸禪解脫三昧智], 숙명을 걸림없이 아는 지혜[宿命無碍智], 천안이 걸림없는 지혜[天眼無碍智], 삼세의 번뇌가 모두 다한 지혜[三世漏普盡智]이다”「十住品」
발심의 연이되는 이러한 지혜의 힘은 우리가 그처럼 닮고자 하는 부처님의 지혜, 부처님의 힘인 것이다.
해주 스님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출처 :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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