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기다리던 그날이 왔다. 나는 그동안 이런 저런 사정으로 함께 가지 못하다가 아주 간만에 참가하는 상산회 산행모임이다. 그것도 2박3일의 지방원정 산행길이다. 금요일날 늦은 저녁시간에 종합운동장역 근처에 모였다. 다들 이제는 산행에 베테랑급인 친구들.
김승기. 김형철, 김호경, 김부익, 방영민, 심달섭, 이종원, 박세훈, 한경록, 강신찬, 김상희. 이명인. 윤철수, 권중배, 정태성, 엄형섭
--이렇게 해서 모두 16명. 이중 강신찬은 울산에서 출발해서 토요일새벽에 삼천포에서 합류. 같이 가는 일행중에 낯이 익지 않은 친구도 하나 있다. 미남형에 몸집도 장대하고(철수구나). 인사나누고. 아마도 해외에서 오래 근무하였었나 보다. 우리 상대동창모임을 이렇게 저렇게 가지고 있지마는 가끔씩은 자주 보지 못해서 이런 경우도 있다. 참가예정되어 있던 서영준은 아마도 긴한 일이 생겨서 불참인가 보다.
첫날밤은 버스에서 이동하면서 대충 때우는 무박. 버스가 미니버스로 작고 불편하다. 크막하고 잠자기 좋은 버스면 좋으련만. 고생은 좀 각오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어쩌랴. 운수로 알고 이것을 타고 갈 밖에. 나중에 거제도집에 도착하여서 보니, 대형버스는 집앞에 주차하기가 쉽지 않음. 내가 뭐 미리 알 수 가 있나. 조갈조갈 재갈재갈, 언제라도 모이면 초등학교 소풍가는 것처럼 대화가 한없이 이어진다. 대화반, 깜빡깜박 반토막 잠자기 반.
2. 삼천포, 잘 나가다가 ---로 빠진다 하는 소리는 많이 들어 보았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이상하게도 지도에서는 찾기가 어렵네. 아하, 지금 이름이 사천이로구나. 그래서 잘 안보였구나. 토요일 새벽 4시도 좀 덜된 신새벽, 이런 포구의 어시장에 이처럼 이른 시각에 나는 아직 못와본 것 같은데 부산하게 뭔가를 준비하는 사람들 모습도 보이고 생동감이 몸으로 느껴진다. 음식점은 벌써 만원사례. 우리도 2개 그룹으로 나뉘어서 야참인지 때이른 아침인지 겨우 밥상을 받아든다. 복국이 씨언하구나. 강신찬이는 울산에서 승용차로 와서 어디 여관에서 좀 자다가 여기서 우리와 합류.
(사량도 향하는 배 타기전)
3. 삼촌포에서 통통배를 타고 사십여분, 사량도 도착이다. 7시반경 돈지마을에서 산행을 시작. 조그만 섬에 있는 산이니 자기가 높으면 얼마나 높겠어. 이곳에 대하여 사전 지식이 별로 많지 않지마는 산타는거는 나도 별로 빠지지 않는지라 크게 긴장할 필요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 수퍼에서 먹을 물을 사가지고 가는데 그집 가게를 안쪽으로 가로질러서 산행시작이라. 이집 장사는 아무개 보증회사에서 보증해도 되겠다.
(사량도 돈지항에서)
(잠시 암릉에서 휴식)
(돈지항 그리고 능선들)
한 여섯시간 가까이 산행을 했나 보다. 해발 398미터 지리망산-지리산이 보인다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진 듯, 도중에 간단히 김밥 한줄씩으로 요기하고 그만 그만한 가마봉, 옥녀봉을 지나 하산한 것이 1시가 넘은 시각이었으니. 산행 중간에 아내가 넣어준 얼린 오미자차를 가까이 있는 친우들과 몇번 조금씩 맛있게 나눠마시고 조금 남은 것은 김밥요기때 소주에 칵테일. 몇몇친구들이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고 나의 아내에게 말 전해달란다. 가지고 간 보람뿌듯. 또 이 이야기쓸 수 있는 것은 산행기쓰는 사람의 약간의 특권.
(달콤한 휴식과 경치)
남해바다에 여기 저기 떠 있는 섬들, 그 사이 사이에 굴양식장, 구불구불한 해안선, 바다와 산이 어우러지니 절경이 안될 수가 없겠다. 탄성, 또 탄성. 그러다가 만성이 되어가나보다. 적응이 되어가나보다. 그만그만한 것 같다. 다리도 조금씩 무거운 것 같고.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옥녀봉 조금 못미쳐서 높은 봉우리를 호경과 영민이 올라갔다 왔단다. 그 강인한 체력과 도전정신에 치하를 보냄. 나머지는 대부분은 우회. 우회한 사람들은 뭐 올라갈 줄 몰라서 안간 것이 아니고 돌아 갈 줄도 알고 리스크 관리를 한다 이거지. 우회한 사람들에게 더 큰 신뢰점수를 주는 것으로 하였슴. 우회한 사람들끼리 왈.
(가마봉과 계단 그리고 우리들)
온 산 전체가 바위나 마찬가지인데, 이게 뭣이냐하면, 돌판자를 세로로 쌓아둔 것이 바위가 된 듯하여. 여기도 뽀쪽, 저기도 뾰쪽. 실수해서 무릎이라도 찧을 양이면, 이건 타박상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고, 찰과상에 중상임이 분명할 터. 조심 조심이다. 여기 한번 다녀가고 나면, 비싼 등산화를 최소한 바닥은 교체해야 할 듯.
(하산길에서 그리고 목적지 금평항)
땀흘려 오늘 등산한 우리 친우들 시원한 맥주로, 치어스! 낙오한 사람 없고 모두 모여서 초고추장에 멍게와 해삼이다.
(하산길에 만난 유채밭 그리고 한잔)
4. 2시배를 타고 통영 가오치항으로. 거제대교를 지나 거제도로. 이번 모임에 참석한 산우들 가운데 2명이 거제도가 고향이다. 거제도가 제주도에 비하여 휠씬 작지마는 해안선이 꾸불꾸불해서 해안선길이는 제주도보다 길단다. 거제도에는 서쪽에 삼성조선소가, 동쪽에는 대우조선소가 있는 곳으로 울산과 함께 우리나라 조선공업의 메카이다. 지금 해상 및 수중으로 연결되는 교량이 내년말에 완성되면 부산에서 거제도까지 현재 4시간가까이 걸리는 것이 40분정도로 크게 단축될 것이다. 수중으로 연결되는 침매구간공사는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현재 해저기초부문공사를 하고 있는 현장이다. 길이 180미터의 콘크리트상자 18개가 바다밑으로 갈아 않혀져서 연결되는데 우리회사가 하고 있는 것은 그 해저 기초공사. 매우 정밀도가 높아야 한다. -으쓱.
5. H회원의 거제도 사환마을 집에 여장을 푼다. 나는 참가하지 못했으나 몇년전에 우리 상산회에서 이곳으로 왔을 적에도 이곳 옛날 이집 구옥옆 사당에 여장을 풀었다더라. 수백년동안 조상대대로 살아온 곳에다가 근년에 신축했단다. 후대에도 이 집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세밀히 신경써서 지었단다. 아름답고 넓고 쾌적한 집이다. 나이드신 어르신을 위하여 1개층을 오가는 소형 엘리베이터도 설치. 곳곳에 자상한 배려가 돋보인다. 이번에 방문한 회원들이 와서 개별적으로 가족단위로 오던지 해서 언제든지 이용하는 것 환영이란다. 이번에 가길 여러모로 잘 했구먼. 말만 들어도 감사하고, 남녘에 나의 활동전진기지-베이스캠프가 하나 생긴 것 같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버스타면 4시간 안걸려서 도착한단다.
(횟집에서)
저녁은 인근횟집에서 성찬. 모두가 자연산이란다. 싱싱한 도다리, 놀래미에다가 부익이 중국 칭따오에서 이번 모임에 참여하였는데, 오면서 가져온 52도짜리 백주, 또 누가 가져온 발렌타인 17년산,시바스 18년산, 그리고 소주. 우리 상산회원 가입자격심사에 노래실력 가창력도 들어 있는 듯. 내가 보기에 음치는 하나도 없다. 너 맞고 노래부를래, 그냥 부를래? 너 맞고 나갈래, 그냥 나갈래?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추고. 우정이 더욱 다져졌다. 계산대에서는 다소의 실랑이. 나의 나와바리니 뭐니 하였다더라. 몇몇이는 어디로 원정을 간 듯, 후일담이 무성하다. S옆에 그쪽으로 고개가 꺽인 사람이 있었다나, 장사가 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나 뭐 그러면서. --모르겠는 사람은 패스.
6. 일요일 아침이다. 저녁에들 그렇게들 마시고 잘 들 놀고도 다들 일찍 일어나서 끼리끼리 산책도 하고 담론벌이는 친구도 있고. 여기는 참으로 먹을거리가 풍부한 것 같다. 바다에서 해산물 풍부하게 나고 산에서 나고 하니까, 값싸고 몸에 좋은 것 맛있는 게 많다. 이번에 향긋한 멍게비빔밥을 못먹은 것이 나에게는 아쉬움.
거제포로수용소 기념관방문. 거제도사람도 이번 방문이 처음인 사람이 있었다. 뭐 서울 사람이 남산 안가보느는 것이나 비슷하겠지. 6 25때 17만명을 수용했다하니 여러가지 일이 많았겠다. 내가 중동건설현장에 있을 적에 우리현장에 근로자가 4,500명 있었는데 그때 있었던 오만가지 일들이 생각난다. 간단치가 않은 일이지. 사람이 많이 모여 있으면 그 스스로 폭발력이 대단하지. 분리 감시 통제--필요. 감시와 처벌이라는 책자가 있었는데. 감시자는 피감시자를 모두 관찰할 수 있고, 피감시자는 오로지 감시자만을 볼 수 있을 뿐. 이런 구조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서)
거제를 아듀하고 오는 길목에, 천리길이라 진주에 들러서 놋그릇에 담아 내주는 진주냉면을 하나씩. 거제나와바리 철수가 공양한 듯. 나는 다른 보고라인은 없고 그저 내 눈과 귀를 통해서 얻어 듣는 것으로 내 앎의 근거를 삼을 뿐.
오늘 길에 산청 조금 지나선가 고속도로 우측 산등성에 주욱 연기. 산불이다. 안타깝다. 이러다가 좁은 우리 국토 다 타버리지나 않을까 걱정. 그래도 옛날부터 다 타지는 않고 얼마 지나면 꺼지기는 꺼지는 것 같더라. 누구 말마따나 집안일등 사소한 것은 아내에게 맡기고 우리는 나라걱정, 세계평화걱정을 해야 할까보다. 이것이 가정평화의 기본이라나.
이번 원정산행은 멤버구성도 훌륭. 숫자도 음식점에서 4개상으로 적당. 목표산행지역 훌륭. 잠자리 편안. 음식 맛깔스럽고 흠잡을 일이 없네. 산행자체는 편안치는 안했다고 볼 수 있다. 계속 뾰족한 바위를 탓으니까, 편안한 하이킹을 기대했던 산우가 있었다면 기대와는 달랐을 것. S2친구가 그랬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에이 플 주고 싶다. 이번 산행을 기획하고 준비한 회장,총무, 그리고 참가한 친구들, 즐거운 동행이 되어준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끝---
2 0 0 9 . 4 . 2 3 .
권 중 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