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련
미 르
담장 위로 걸친
마른 목련가지
늘 그늘에 가린 밑둥의
외로움이 찬바람에 눈물겹다
지난날 마른융단 펼쳐 꿈꾸던
빚진 날의 오만가지 버거움이
솟구친 푸른 정맥처럼 가지를 뻗어
겨울 찬비 맞고 있다
보듬어야 했지
구멍 숭숭 뚫린 망사 넘어
실루엣으로 다가오는
홀로 뜨겁던 촛농의 아픔을
그렇게 헤아려야 했지
소명을 접은 긴 휴식의 나른함
저 깊은 땅속은 수맥을 찾아
촉수 굴리는 내밀함의 노동이
마침내 새날의 부활을 점지하다
아비여
천상의 모든 것을 보시고
다스리는 내 아비여
뿌려 도 뿌려도 도무지
성에 차지 않는
산란의 지상낙하를
채망 가득 거둘 것이니
순백의 목련 볼 그날은
볕든 어디 변방에서
난
말간 웃음 짓고 있겠지
<한해가 갑니다. 되돌아보면 부끄러움의 연속이었지요, 흰 목련의 꽃핌을 두레박질하는 뿌리의 수고로움이 세밑에 절절히 가슴을 칩니다.
농익은 우리의 아픔이 있다면 새해엔 천상에서 쏟아지는 하느님의 말씀을 모조리 쓸어 담아 한껏 더 풍요롭고 여유로운 삶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무는 한해의 끝자락에서 아직 일에 아웅다웅 하고 있는 제 모습이 싫어서 모든 걸 팽개치고 서둘러 귀가해 이렇게 가는 해와 오는 해의 인사를 함께 드립니다.
영성회원님들! 수고가 많았습니다. 카페지기 발 신부님 감사합니다.
주님 안에서 모두가 축복받는 새해 되십시요!!!>
첫댓글 선생님! '흰목련의 꽃핌을 두레박질하는 뿌리의 수고로움'이란 글귀가 제 마음에 와닿는군요.
누군가의 노동, 수고로움으로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있음을 감사드려야겠습니다.
특히 언제나 저의 배경이 되어주는 짝쿵 스테파노에게 감사함을 전하렵니다.
저 또한 아픈 이웃의 뿌리가 되어주고 배경이 되는 삶을 살기위해 노력할께요.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
미르님 목련 시를 읽으니 목련꽃을 닮은 안젤라 자매님 생각이 납니다. 한해 동안 고마웠습니다. 표현은 이렇게 밖에 못하지만 그 마음은 가슴에 담아 두고 있습니다. 새해에 가정에 주님의 축복이 듬뿍 내리시길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홀로 뜨겁던 촛농의 아픔을 생각해보는 시간입니다. 돌이켜보니 한해가 참으로 절절함과 함께 묻어 지나간 시간들이 오늘 제게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고 시작하는 마음을 선물합니다. 이곳의 모든 분들께 신부님께 그리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모든 분들의 가정에 주님의 평화와 은총이 가득한 새해가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미르형제님~
한해를 의미깊게 돌아보고 아파하시는 모습에 다시금 멋진 분이란 생각을 하게 되네요.^^
늘 깨어 노력하시기에 새해에는 보다 더 주님 보시기에 좋은 모습으로 나아가시리라 믿어집니다.
새해에도 안젤라님, 자녀분들과 함께 영육 모두 건강한 행복한 성가정되시길 기원드립니다~♥
숨길수 없는 계절 몽우리가 맺힌 목련가지를 보며 미르님의 멋진 글 가슴에 새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