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 100세 시대의
행복한 은퇴생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한국인의 고령화 특성분석 보고서’ 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0년까지 20년동안 기대수명은 남자 77.39년에서 82.16년, 여자 81.29년에서 86.63년으로 남녀 각각 4.77년, 5.34년 증가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늘어난 이유는 뇌혈관질환 등 각종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감소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고연령층의 사망률 감소에 따라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은퇴후 기대수명의 연장으로 인한 생활은 재무적 준비 뿐만 아니라 구체적 목표를 세워야 한다. 미국은퇴자연맹은 가입자가 무려 4000만명에 달하는 비영리단체다. 이 단체에서 중장년층(46~64세)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가 흥미롭다. 경기악화로 노후생활전망이 어두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은퇴에 대해서는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수명 100세를 잘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은퇴생활을 잘 보내야 한다. 이를 위한 우리의 실천전략을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한국의 중장년층에게 은퇴에 대해 물어보면 경제적 어려움이나 두려움, 지루함을 떠올린다고 한다. 은퇴의 사전적 의미는 하던 일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 한가롭게 지내는 것이다. 한창 일할 수 있는데 그저 은퇴할 나이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일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게다가 노후생활비는 물론 자녀 교육비나 결혼비용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월급과 일자리가 사라져 버린다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평균수명 100세를 만족스러운 삶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기존 은퇴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즉, 이 시간을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다. 선진국에서는 최근 은퇴(Retire)를 다르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즉, 다시(re) 타이어(tire)를 갈아 끼우고 20~30년을 힘차게 살아가는 나이라는 것이다. 또 은퇴기를 황금시기, 제3의 인생으로 인식하면서 최근에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징(creative aging), 다시 말해 ‘창조적으로 나이들기’라는 개념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은퇴를 사회생활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와같이 은퇴의 개념을 바꿔 생각하면 은퇴는 더 이상 걱정의 대상이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한 행복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둘째, 균형을 잡아야 한다. ‘인생의 행복은 균형에 있다’는 의미이다. 100세 시대를 살기 위한 준비도 마찬가지다. 재무적인 준비가 전부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비재무적인 준비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아무리 경제력이 탄탄해도 균형을 잡지못한 자전거처럼 중심을 잃고 무너진다. 가족과의 관계, 사회활동, 취미나 여가, 건강 등으로 균형있고 종합적인 ‘행복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이런 요소들을 골고루 갖췄을 때 비로소 행복한 100세 시대의 설계가 완성된다.
셋째, 부부가 함께 서로 마음을 맞추어 준비해야 한다. 100세 시대의 생애 재무설계는 부부가 함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중장년층은 부모를 부양한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에게 부양을 기대하기 어려운 첫 번째 세대다. ‘자식농사’ 가 가장 믿을만한 노후대책이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한다. 나이 들어서 결국 의지할 곳은 자식이 아니라 지금 자신의 옆에 있는 배우자다. 만약 100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엄밀하게 예측하고 싶다면 부부 중심의 재무설계를 해야 한다. 특히 은퇴생활에도 단계가 있다는 점을 유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은퇴후 노후생활은 은퇴 시점에서 70대까지 이르는 활동기, 80대 초반의 회고기, 80대 중반에서 사망까지의 간병기, 부인 홀로 생존기 등 4단계를 거치게 된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놓치는 부분이 마지막 단계인 부인 혼자 살아가는 기간이다. 일반적으로 부인은 남편을 보내고 10년 정도를 홀로 살아간다. 여성의 기대수명이 남성보다 7년 정도 길고 대개 2~3살 차이로 결혼하기 때문이다. 고령자일수록 여성의 비중이 많은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얼마 남지 않은 노후자금마저 남편을 간병하는데 다 소모하고 아무런 준비없이 맞이하는 부인의 10년이란 시간은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수 있다.
넷째, 항상 할 일이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평균수명 100세 시대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거나 반대로 막연한 꿈을 갖는 경향이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이유 혹은 딱히 갈 곳도 없어지면서 “오늘 뭘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고, 대부분의 시간을 TV앞에서 허비할 수도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조지 버나드쇼는 “끊임없이 계속되는 휴일이란 지옥이나 다름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지혜롭게 살아가려면 자신만의 구체적인 관심사와 목표가 있어야 한다. 어느 연구에 따르면 은퇴생활의 만족도가 높은 사람들의 공통적 특징은 은퇴후 목표가 확실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삶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고 이를 이루기 위해 상세한 계획을 그려야 한다. 예를 들어 ‘가난한 아이들의 교육을 돕는다’ 는 삶의 목표를 세웠다고 하자.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아동후원단체에 돈만 내면 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만족을 얻기 위해서는 직접 그 현장에 나가보는 것이 좋다. 현장에 직접 나가 아이들에게 교육시킬 것인지 아니면 가난한 아이들의 교육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조직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인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과거에는 은퇴후 귀농하여 농사를 짓는 것으로 끝났다면 요즘에는 귀농해 관련되는 책을 내거나 정보기술 노하우를 농가와 접목해 그들을 도우며 살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는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서 행복해질 수도 있고 불행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