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5시가 조금 지난 시각. KBO는 kt와 NC를 제외한 8개 구단의 ‘2016년 신인 1차 지명 선수’을 발표했다. 명단 속엔 고졸 투수가 여섯 명.포수 한 명 그리고 대학 야수가 한 명으로 채워져 있었다.
여전히 투수 선호와 어린 유망주를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극명하게 드러난 결과였다. 그러나 다른 선택을 한 유일한 팀이 있다. 바로 한화 이글스다. 한화는 올해 충청권내 마땅한 자원이 없어 고민해 왔고 결국 최선이라는 판단 하에 경희대 4학년 1루수겸 외야수 김주현을 낙점했다.
김주현
1993년생 3남매 중 장남.
188cm 103kg 좌투좌타
잠신중학교- 천안북일고- 경희대
7월의 첫 날 광주행 KTX에 몸을 실었다. 유니버시아드 야구 대표팀 일원으로 강화훈련에 참가 중인 김주현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이건열(동국대)감독이 이끄는 이번 대표팀 엔트리는 총 26명. 그 중 4학년이 17명이다. 김주현 이외 16명은 다음 달 열리는 신인 2차 지명 회의에 나선다. 이미 진로가 확정된 그를 향한 부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난 2년간 대학 타자가 1차 지명을 받은 선수는 강민국(2014년 NC), 이현석(2015 SK). 김주현은 세 번째에 해당된다.
29일 1치 지명 발표 이후 블로그를 통해 김주현에 대해 알고 싶은 내용이나 궁금한 점을 직접 질문해 달라 요청했더니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다. 이 자리를 통해 감사의 말씀 전하며 팬들의 질문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이하 인터뷰 전문]
- 1차 지명을 받은 소감은 ?
“ 대표팀 소집 이후 KIA 3군과 연습경기를 치르고 있던 중에 소식을 듣게 됐다. 기대를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막상 됐다는 소식에 너무 기뻤다. 그동안 솔직히 싱숭생숭했다. 안 되면 안 되는데 나름 걱정 많이 했다. 그런데 시간이 가까워 오면서 편하게 맘먹자는 생각이 들더라. 발표 되자마자 대표팀 감독님들은 물론이고 동기, 후배들이 일제히 내 일 인 냥 기뻐해주시고 축하해 줬다. 정말 감동이었다. 그때 비로소 진짜 됐구나 싶었다.”
-여기저기 축하 전화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게임이 끝나고 숙소에 들어가 확인해 보니 부재중 전화가 60통, 문자가 300개가 넘게 와 있더라. 깜짝 놀랐다. 많은 분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많이 노력하고 잘해야 할 것 같다.”
- 야구팬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이 많았다. 일단 가장 많은 질문이 한화에서 뛰게 된 소감이었다. 그런데 원래 충청도권 선수는 아니지 않나?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는 부여. 어머니는 홍성이 고향으로 부모님 두 분 다 충청도 출신이시다. 잠신중학교를 졸업하고 경기고에서 1학년 마치고 천안북일고로 전학을 갔다. 당시 부임 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좋은 성적을 내고 계시던 이정훈 감독님에게 관심이 많았다. 훈련 스타일이나 방식이 내랑 잘 맞을 거 같아 부모님께 전학 가고 싶다고 말씀 드렸는데 평소 한화 팬이셨던 아버지께서 내 의견에 찬성하셔서 가게 됐다. 북일고에서 2년을 보내면서 한화 구단에 정이 들었고 대학 진학 후에도 꾸준히 한화 유니폼을 입는 꿈을 꿔 왔다. 그런데 1차 지명을 받다니 나를 높게 평가해 주신 것 같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경기고의 훈련량에 만족하지 못해 천안북일로 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진짜인가?
“(웃으며) 난 빡세게 많이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경기고는 내 기대치를 채워주지 못했다. 혼자 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웃음)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북일고 훈련이 가장 세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그런 팀이 내게 맞는다고 생각해서 결정하게 된 것이다.”
- 다시 이정훈 감독님과 만난다. 기분이 어떤가?
“감독님 아니었으면 지금의 나는 없었다. 경기고에선 투수로 뛰다 북일고 오면서 외야수로 바꿨다. 감독님이 정말 많이 가르쳐 주시고 챙겨주셨다. 이제 또 뭘 배우게 될까? 뭘 가르쳐 주실까 기대된다. 다시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감독님은 멘탈을 중요시 여기셨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해내고야 말겠다는 강한 정신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마음가짐을 어떻게 갖고 훈련에 임하고 게임에 나서는 법을 알게 해 주셨다.”
-김성근 감독님과 인연은 있나?
"전혀 없다. 그래서 항상 직접 한 번 뵙고 싶었다. 감독님의 지옥훈련? 강도 높은 그런 훈련을 꼭 한 번 받아보고 싶었고 함께 야구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 왔는데 그 꿈이 이뤄졌다. 올 겨울이 기대된다. 과연 얼마나 혹독하고 힘든지 겪어보고 싶다."
- 원래 성격은 어떤가? 평소엔 주변 사람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입담도 있는 것 같은데 그라운드에선 화난 것 같기도 하고 무서워 보일 때도 있다.
“게임 중엔 집중을 하다 보니 표정이 나도 모르게 굳어진다. 연습이나 훈련 때도 마찬가지다. 승부욕이 지나칠 정도로 강하다. 무슨 일이든 적극적으로 부딪치는 스타일이다. 외향적인 편이다. 하지만 그라운드 밖으로 나가면 내 또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연습벌레로도 유명하다. 지금도 여전한가?
“성격이 어디 가겠나?(웃음) 고등학교 때도 그렇고 지금도 단체훈련 이외 할당량을 정해 놓고 매일 혼자 연습을 한다. 스윙, 웨이트 또 가장 부족한 수비 연습도 빼먹지 않고 하는 편이다. 상대가 없을 땐 벽치기라도 해서 스스로 만족할 만큼 해야 속이 풀린다. 정해 놓은 연습을 다하지 못하면 뭔가 개운치 않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잘하지 못하면 인정받지 못하는 세상이다. 포지션에 대한 질문도 많았다. 외야, 1루 어디가 편한가?
“물론 오랫동안 해 왔던 외야가 편하긴 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된 상태다. 대학이 아니 프로 수준에서 보면 아직 많이 부족할 것이다. 그 부분에 고민이 많다. 하지만 노력해 보완하면 나아질 수 있다고 본다.”
-주루에 대한 질문도 많았다. 아무래도 체격이 크다 보니 발이 어느 정도인가 궁금해 하는 것 같다. 도루를 자주 시도하는 편은 아니지 않나?
“도루는 솔직히 많지 않다. 그렇다고 발이 느린 건 아니다. 중간 정도(웃음)? 작전이 걸렸을 때나 주자로 나섰을 때 수행 능력이 뒤처지진 않는다. 하지만 꼭 발만 가지고 야구를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투수의 피칭 유형에 따라 타이밍을 잡는 거나 수비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는 순간 판단력도 중요하다. 어느 한도까지는 연습으로 커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장점은 타력이다. 발 대신 방망이로 대신하겠다.”
-어떤 분이 대학성적을 언급하며 장타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홈런도 많은 편이 아니라는 냉정한 평을 던졌다. 스스로를 평가한다면? (대학 1학년 때부터 2개 대회를 마친 현재까지 통산 74경기 출장 311타석 257타수 88안타 타율 0.342 5홈런 52타점 3도루를 기록했으며 장타율 0.514 출루율 0.445 OPS는 0.959를 보이고 있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솔직히 1차 지명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나름 대학에서는 선구안 있고 장타생산 능력도 있는 편에 속한다. 홈런은 쳐야지 맘먹는다고 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연습게임이나 예선 같은 경기에선 제법 쳤는데 공식대회에선 많지가 않다. 큰 거 한방 욕심을 부리다 보면 전체 팀 분위기를 깰 수 있다. 점수를 뽑고 이기는 쪽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삼진이 의외로 적어 놀랐다(웃음). 대체로 거포들 보면 ‘도 아니면 모’ 식으로 안타도 많지만 서서 아웃을 당하는 경우도 많지 않나? (김주현은 4년 간 볼넷45개. 몸에 맞는 볼 5개였고 삼진 47개를 기록했다.)
"나름 컨택이 좋다(웃음).서 있다가 물러나는 건 타자의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몰리고 있는 상황에선 치고 나가는 게 여러 모로 유리하다. 실책도 나올 수 있고 또 빗맞은 안타가 될 수 도 있고 그런데 가끔 너무 적극적인 나머지 쓰리 볼에서도 방망이가 나갈 때가 있다. 그런 점은 고쳐야 한다. 투수들이 던지는 여러 구종에 대해서도 연구를 많이 하는 편이다. 지금까진 주로 대학 투수들을 봐왔지만 이제 부턴 프로야구 중계도 틈틈이 봐둬야 할 거 같다.”
- 한화 정영기 스카우트가 2000년 김태균을 뽑을 당시를 언급하며 본인에게도 충분한 그 정도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며 지명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그런 기사도 나왔고 기분이 어떤가?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나이 상으로도 10년 이상의 차이가 나는 대선배님이시자 최고의 타자가 아닌가? 그런 대스타와 감히 나란히 이름이 거론된다는 것만으로 가문의 영광이다. 그런데 그렇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져 있는 거지 내 수준이 그 단계라는 건 아니질 않나?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모르는 일 아닌가? 5년, 10년 뒤 나도 그 정도의 급이 될 수 있을지 도(웃음)”
- 고교 시절부터 큰 체구에서 내뿜는 방망이의 질이 좋아 프로직행의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런데 정작 3학년 때 부진했다. 허리 부상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다 핑계일 뿐이다. 못하니까 뽑히지 못한 거다. 솔직히 동기들(엄태웅.윤승렬,송유석.길민세)이 프로 입단 하는 것 보고 많이 부러웠고 속상했다. 과연 대학에서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 지도 알 수 없는 일이고 그래도 대학 진학을 후회하진 않는다. 실력도 많이 늘었고 무엇 보다 야구 자체에 대한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대졸 선수에겐 늘 따라다니는 걱정이 있다. 바로 군문제다. 팬들도 군대를 어떻게 해결 할 것인지 대해 많은 분들이 묻더라.
“내가 언제 가야겠다고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단 1년 정도는 팀에서 뛰지 않을까? 군 문제는 나 뿐 만 아니라 누구나 고민하는 부분이다. 미리 그런 것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진 않다. 일단 유니버시아드 금메달을 목에 걸어야 하는 게 급선무다.”
-작년 21세 이하 세계 선수권대회에 이어 대표팀은 2번째 인가?
“연맹에서 주최한 미국대학팀과의 교류전까지 합치면 3번째다. 그땐 나라를 대표로 해 간 건 아니니까 따지면 2번째다(웃음).
-고등학교 때 청소년 대표가 되지 못해 낙심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프로에 지명 되지 못했을 때 보다 더 많이 아쉬워 했었는데 그 꿈을 대학와서 이루고 있는 셈이다.
“정말 그렇다.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태극마크를 목표로 잡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운이 참 좋은 것 같다.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말이다. 꿈을 이뤘다고 끝이 아니다. 꼭 금메달 꼭 따겠다.”
대표팀에서도 그는 4번타자로 나서고 있다.
1차 지명 발표 후 이틀이 지나서였을까? 그는 비교적 차분하게 소감과 각오를 전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면서도 시선은 동기들의 움직임을 ?았다. 그의 머릿속엔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국가대표라는 막중한 책임감과 우승의 의지로 가득 차 있는 듯 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무등구장 바로 옆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에서는 KIA -한화의 게임 개시가 가까워 오고 있었다.
김주현에게 ‘김성근 감독님께 달려가 인사라도 하고 오면 어떠냐 '며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이라며 농담을 던지니 그는 배시시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글쎄요. 알아보시지도 못하시겠죠. 지금은 때가 아닌 거 같고 금메달 목에 걸고 가야죠. 그럼 반겨주시겠죠? 우승을 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늘었네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