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법궤가 성공적으로 예루살렘에 도착한다. 다윗은 이를 통해
이스라엘의 왕 됨을 모든 지파들에게서 공인받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갈로 대표되는 구세대의 권력집단을 제거하는데 성공한다. 그렇다면
그의 성공적인 정치행위를 기념하기 위한 기념비적 작업이 진행되어야
할 상황이다.
다윗은 자신의 성에서 하나님의 궤가 있는 장막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상념에 젖어 있었다. 어떤 일들을 추진해야 이스라엘의 백성들로 하여금
자신이 이스라엘의 왕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시킬 수가 있을까?
다윗의 눈에 장막이 보인 것은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다윗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직감한 것이다. 이만큼 다윗의 직감력은 놀랍기만
하다.
다윗은 늘상 자신의 편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던 선지자 나단을
부른다. 이런 일은 가장 우호적인 사람에게 맡겨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윗은 나단에게 자신의 뜻을 전달하고 이 모든 것을
하나님께 아뢰되 하나님의 뜻을 물어 자신에게 일러줄 것을 당부한다.
이스라엘의 왕이 하나님의 성전을 짓고 싶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간절한 마음으로 하나님의 집을 짓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아예 그렇게
이스라엘 전 회중을 모아놓고 공개적으로 선언할 수도 있는데 굳이
이런 은밀한 전달방식을 택한 까닭이 무엇일까?
선지자로부터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받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만큼
극적인 요소는 없을 것이다. 만약 하나님께서 그에게 성전 지을 것을
명령하기만 한다면 다윗의 영적 권위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높아질 것이다. 위대한 왕이 되려면 연출은 참으로 중요하다.
다윗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시리라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단으로서는 참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이스라엘에 수많은 선지자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자신을 지명하여 하나님의
뜻을 묻고 또 하나님께 아뢸 것을 요청하였기 때문이다. 나단은 다윗의 뜻을
하나님께 아뢴다. 그런데 의외로 하나님께서는 다윗의 요청을 거절하신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다윗은 자신의 힘으로 하나님의 집을 충분히 지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나단 선지자를 통해 전해진 하나님의
말씀은 그렇지 아니하다. 누가 하나님의 집을 지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이스라엘의 왕인 다윗 조차도 하나님께서 세우셨기에 왕인 것을 모르는가?
하나님께서 택하시고 하나님께서 세우신다.
다윗은 자신의 통치에 있어서 가장 뛰어난 업적이 하나님의 집을 세운
것이라고 말할 참이었다. 그러므로 다윗에 의해서 세워질 성전은 사실은
다윗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물이기도 하다.
하나님께서 나단 선지자에게 묵시를 주신다. 그 내용의 요지는 무엇
보다도 다윗이 하나님의 집을 세우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다윗의 집을
세우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윗에게 필요한 것은 사고의 전환이다.
내가 하나님의 집을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나의 집을
세워주신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나님께서 다윗을 이스라엘의 주권자로 삼으신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그의 후손들을 기르시고 보호하신다. 이처럼 나단의 묵시는 다윗의 생각을
수정해야만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왜 다윗이 하나님의 집을 세울 생각을 했을까를 살펴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기저에 공명심이 자리잡고 있지는 않았을까를 확인
해 보아야 한다. 아울러 우리의 믿음에도 다윗처럼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고
세상에 그렇게 알리고자 하는 공명심에서 우러나온 행동들은 없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단 선지자를 통해 전달된 하나님의 묵시는 다윗의 계획들을 철저하게
무력화시키는 것들이었다. 어떻게 감히 인간이 하나니의 집을 세울 수 있겠
는가? 그보다는 오히려 하나님께서 어떻게 사람의 집을 세우시는가를 물어
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다윗의 계획은 수포로 끝났지만 이를 통해 오히려 다윗의 가문은
견고하게 세워진다. 하나님께서 다윗의 열심을 인정하셨기 때문이다.
첫댓글 나의 욕심이 뜻에 맞지 않아 거절당할때...정말 속수무책일 것 같아요. 나단선지자를 통해 말씀하신 하나님께 '설득'을 원했다면 결과적이긴 하지만 '순종'이 있을 순 없지 않았을까 합니다. 저의 모자람을 또 한 번 느끼고 배우게 됩니다. ㅜ0ㅜ
음~~~. 인간들은 어느 한순간 자신을 드러내기를 소원하지요. 다윗도 그랬다니. .....깊이 제 자신도 돌이켜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