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리 아름등걸, 그린농원
아침 8시 30분,
대전의 월드컵 경기장 지붕 위의 햇살은
마치 보름달처럼 걸려 있다.
날이 추워질 거라더니 햇살조차 우중충하다.
그런데 대전을 떠나 음봉으로 접어들자 거짓말처럼 화사했다.
원준농장 이일원 사장님의 안내로 처음 찾아간 농장은
같은 마을 산정리, 산너머 저쪽이었다.
도착하자 곧 정운섭 사장님이 밖으로 나와 맞이하신다.
지난 아산 세미나 때 뵌 적이 있으니 나도 구면인 셈
구면이라는 건 참 반가운 일이다.
집앞에는 수령을 짐작하기 힘든 거대한 고목이 떡 버티고 있다.
정운섭 사장님에 의하면 이 나무는
정사장님의 할머니가 시집 오시던 때에도 이 모습 그대로였단다.
이곳에서 6대가 내리 살아왔다는데
정운섭 사장님은 저 나무와 함께 산정리 지킴이인 셈이다.
이 마을은 6.25때 피난처일 정도로 깊은 산골이었단다.
인민군들이 미처 들어오지 못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길이 잘 나 있고 아산이나 천안이 가까워
비교적 교통이 편리한 곳이다.
그린농장의 계사에는 크고 작은 닭 약 8,000여 마리가 살고 있다.
놓아 먹이는 닭이어서 8,000수 규모만 해도
수만 마리를 기르는 여느 양계장 못지않게 큰 규모다.
계사는 햇빛이 풍부하도록 한쪽을 터놓았고
지붕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만큼 양계 환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곳에서 생산되는 달걀은
한살림공동체에 정해진 값에 남품되어
하루하루 계란값이 요동치더라도 별 구애받지 않는다고 한다.
농장 옆의 모과나무
계사 안의 닭들은 자유롭게 노닐고 있다.
자유롭게 먹이를 먹고 산란통에 알을 낳는다.
나는 사실 이것조차 신기하다.
알통을 만들어 놓으면 거기다 알을 낳는다니...
오랜 기간 닭의 심리를 엿보고 활용한 인류의 지혜일 터..
산란통 - 정운섭 사장님이 손수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정운섭 사장님은 올해 여름부터 아미렉스를 사용했다고 한다.
다른 영양제가 필요없이 아미렉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그린농장은 원준농장과 더불어 아미렉스를 오랜 기간 사용해온
매니아 그룹의 일원이다.
공격당한 닭들을 격리시켜 놓는 곳
사람도 결국 마찬가지겠지만
닭을 놓아 먹이다 보니 약한 개체를 공격하고
왕따시키는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
세심히 살피지 않으면 골고루 건강하게 키우기가 쉬운 일이 아니란다.
심하게 공격당한 닭이 제때 발견되지 못하면 죽음에 이를 뿐 아니라
뼈만 남도록 다 쪼아먹는 잔인함이 이들에게 있단다.
그래서 매일매일 계사를 살피며 공격당하는 약한 닭들을 찾아
별도로 마련된 계사에 격리시켜 놓는다고 한다.
수양산 그늘은 천리를 간다고 했다.
이 고목의 그늘은 산정리를 뒤덮고 남으리라.
곤한 사람들이 편안한 휴식을 얻는 곳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들녘은 을씨년스럽지만
그린농장은 언제나 푸른 기운이 가득하다.
그루터기 / 노찾사
천년을 굵어온 아름등걸에 / 한 올로 엉켜 엉긴 우리의 한이
고달픈 잠 깨우고 사라져 오면 / 그루터기 가슴엔 회한도 없다
하늘을 향해 벌린 푸른 가지와 / 쇳소리 엉켜붙은 우리의 피가
안타까운 열매를 붉게 익히면 / 푸르던 날 어느새 단풍 물든다
대지를 꿰뚫은 깊은 뿌리와 / 내일을 드리고선 바쁜 의지로
호롱을 밝히는 이 밤 여기에 / 그루터기 가슴마다 사랑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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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농장을 떠나오면서 자꾸만 이 노래가 생각났던 것은
단지 오래된 나무 때문만은 아니었다.
산정리 땅을 길이 지켜온
정운섭 사장님과 그린농장이
이 노랫말에 자꾸만 오버랩 되는 것이었다.
2010. 11. 25.
첫댓글 현재까지는 아미렉스 액상을 투입하였으나 계사의 특성상 겨울에는 음수 라인이 얼게 되므로 음수를 계속 흘려준다함 (얼지 않게) 그런이유로 겨울철에는 액상 대신 아미렉스 분말을 사용하실 계획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