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깊은 산 속에 홀어머니와 오누이로 이루어진 가난한 가족이 살고 있었다.
어머니는 장터에
떡을 내다 파는 일을 했으며
[1], 장터에 가려면 고개를 몇 고개 넘어가야 했다. 그러던 어느 늦은 밤 장터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는 첫번째 고개에서
호랑이를 만나고, 호랑이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하자 벌벌 떨며 떡을 하나 던져줬다.
그러자 호랑이가 조용히 그 떡을 받아먹고 사라졌는데 고개를 하나하나 넘을 때마다 계속해서 아까 그놈의 호랑이가 또 나타나 같은 대사를 계속하며, 하나 하나 계속 뺏어먹다가 급기야는 떡이 다 떨어지자 잡아먹었다.
바리에이션으로 떡이 다 떨어지자
팔 한짝, 다리 한짝씩 내주면서 몇 고개를 더 넘는 경우도 있다. 이 바리에이션의 경우 나중에는
몸통(혹은 머리)만 남아서 집을 향해 데굴데굴 굴러가는 전개도 존재한다. 이 부분은 광복 이후 어린이용 책으로 개작되면서 삭제된 경우들이 많다.
참고(잔인주의) 이어령의 경우도 자신의 책인 <흙속에 저 바람속에>에서 어린 시절 이 부분에서 트라우마에 걸렸다고 한다.
이후 떡과 어머니를 다 먹고도 배가 덜 찬 그 호랑이가 이번엔 오누이도 낚아서 잡아 먹으려고 어머니의 옷을 입은 채로 그 집을 찾아가는데, 아직 어린
여동생은 문 밖에서 발소리 듣고 기뻐하며 바로 문을 열려 하지만
오라버니 는
엄마인 걸 증명해 보이라고 한다. 오누이가 호랑이에게 물어본 질문은 총 세가지로 '목소리가 왜 그러냐', '손은 왜 그러냐', '왜 이렇게 늦게 왔냐'이며, 이 중 왜 이렇게 늦었냐는 다른 질문으로 대체되는 경우도 있다. 다른 동화 판본에선 문에 구멍을 내어 눈동자를 한번 보여달라고 오누이가 말하는 경우도 있다.
또 여기서 바리에이션이 존재하는데 처음 왔을 때는 들키지 않고 집안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하나, 이후 밥을 해 주겠다며 부엌에 들어간 호랑이의 치마 뒷자락 밑에 꼬리가 길게 늘어진 것을 보아 들키는 버전도 있다. 들어가자마자 먹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을.
어쨌든 호랑이를 피해 오누이는 몰래 뒷문으로 빠져나와 나무 위로 올라가고
[2], 뒤이어 나무 옆의 우물에 오누이의 모습이 비쳐진 것을 호랑이가 발견하는데, 이에 호랑이가 상냥하게 목소리를 변조해 "착한
초딩들아. 거긴 어떻게 올라갔니?"하고 묻자
[3] 오라버니가 "손발에
참기름을 바르고 올라왔지!"라고 거짓말을 쳤다.
상식적으로 참기름을 바르면 미끌미끌해져서 아예 올라갈 수가 없으니 자꾸만 나무 줄기에서 우스꽝스럽게 미끄러져 구르는 호랑이를 보며 오누이는 무서움도 잊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신나게 웃던 여동생이 눈치없이 자기도 모르게 '도끼로 나무를 찍으며 올라오면 쉽게 올라올 수 있는데 말야.'라고 올라오는 방법을 발설해 버렸다. 버전에 따르면 호랑이가 "아무래도 이 방법이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솔직히 말해주지 않을래?"라고 묻자 순진하고 눈치 없기 짝이 없던 여동생이 "도끼로 찍고 올라오렴."이라고 다 가르쳐줬다는 것도 있다.
호랑이는 얼른 집에 뛰어들어가
도끼를 꺼내들고 와서 쿵쿵 찍으며 올라오기 시작했고, 오누이는 나무의 꼭대기까지 올라가지만 더 이상은 올라갈 곳이 없어져 버린다. 이제 곧 있으면 호랑이가 발목을 덜컥 낚아챌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 되는데…
이에 오누이가 최후의 수단으로 눈물을 흘리며 "
하느님 저희를 구해주시려면 금 동아줄을 내려 주시고 그렇지 않으면 썩은 동아줄을 내려주세요"라며 하늘을 향해 싹싹 빌자 실제로 금동아줄이 내려왔고, 오누이는 그 금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 이를 본 호랑이도 같은 말을 하는데 내려온 동아줄은 썩은 동아줄이었고, 이를 모른채 그걸 잡고 하늘로 올라가던 호랑이는
도중에 동아줄이 끊어지면서 결국... 이 때 하늘에서 떨어진 호랑이의 피가 배어 수수밭의
수수가 붉게 변했다고 한다.
[4] 배리에이션으로는 호랑이가 멍청하게도 "하느님 저를 구해주시려면 썩은 동아줄을 내려 주시고 그렇지 않으면 금 동아줄을 내려주세요"라고
반대로 말해서 썩은 동아줄이 내려왔다고도 한다.
그리고 하늘로 올라간 오누이는 그대로 하늘의 해님과 달님이 되었으며, 동아줄을 내려주거나 오누이를 해님과 달님으로 만든 주체 또한 명확하게 드러나질 않는다.
원문에선 처음부터 누이가 해님, 오라버니가 달님을 맡는다. 추후에 덧붙여진 설정에선 원래 오라버니가 해님, 여동생이 달님을 맡았었는데 밤을 무서워한 꼬꼬마 여동생이 무서워해서 오라버니와 역할을 바꿔 결국 여동생이 해님, 오라버니가 달님이 되었다고 한다.
[5] 그렇게 해님이 된 여동생은 이번엔 낮에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을 자꾸 올려다보는 게 부끄러워서, 빛을 눈부시게 많이 뿜어 사람들이 자신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게 했으며, 태양빛이 눈부신 게 이런 이유라고...
[6] 어쨌거나 '해님달님' 이야기의 최초 기록물인 1922년 천도교 잡지 <개벽>에 기술된 주요섭 저술의 원문에선 오라버니가 달, 누이가 해가 됐으며, 아무튼 간에 결론적으로 오누이 중 여자아이가 해를, 남자아이가 달을 맡는다는 것이 가장 메이저한 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