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6엔 경주에 일행 몇 명과 촬영을 갔다. 촬영을 가면 항상 미팅하는 심정 같이 행여나 하는 기대로 갔다가 그저 그런 것을 매년 열심히 역시하고 돌아서지만, 그래도 촬영 자체가 즐거워 매년 가는게 아닐지.....오후 5시경 불국사를 나와 토함산 석굴암 단풍과 석양의 서글픈 정서와 막걸리와 손 칼국수도 즐겼다.
고속도로가 정체되어 부산 노포동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밤 9시가 조금 넘었다. 막차 시간을 미리 알아서 그 시간에 맞출려면 다른 회원들까지 시간에 쫓겨서 편안하게 일정을 느긋하게 진행하지 못하고 허둥지둥하게 된다. 설령 막차를 놓치더라도 심야고속을 타면 경비는 약간 더 들더라도 집에 오는데 큰 지장이 없어 내 자신과 일행이 초조해지지 않게 일부러 막차 시간도 신경 쓰지 않았다.
터미널에 와보니 진주, 하동, 광양 가는 버스 모두 막차가 떠난 뒤고 남해 인근에 가는 심야고속은 순천, 여수행만 있었다. 사상 시외버스 터미널은 막차가 더 빨리 끝나고 심야 버스도 없기 때문에 노포동 터미널서 23시발 순천행을 탔다. 차를 세워둔 하동 요금소 근처까지 오는 방법이, 순천까지 가서 택시 타고 되돌아 오나, 아님 고속도로 중간에서 어떻게 내리나 하고 머리를 굴렸다.
예전 선배들 얘기 들어보면 고속버스나 시외버스 타고 지나다 중간에 내릴려면 갑자기 배를 움켜지고 죽는 시늉을 해 내려서 사진을 찍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용기가 나지 않아 그렇게는 못하고..... 상대방에게 내가 원하는게 50이면 먼저 70을 요구했다가 나중에 50을 요구하면 얻기가 쉽듯이, 버스 기사님한테 먼저 하동 요금소 근처에 세워달라니 고속도로 주변에는 보행할 수가 없고 사고 우려도 있어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 휴게소에라도 내려달라니 섬진강 휴게소에 내려줬다.
순천 방향 섬진강 휴게소에서 반대편 진주 방향 섬진강 휴게소로 들어갔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어디나 휴게소 근무자들이 출퇴근할 때 이용하게 일반 도로로 빠지는 샛문으로 출퇴근을 하는 것이다. 새벽 1시가 다 된 시간이라 택시도 없어 휴게소에서 트럭을 타게 되었다.
내가 트럭 조수석에 타니 기사 부인은 운전석 뒤 공간에서 쌔근쌔근 잠자는 아이 옆에 조심스레 가 앉았다. 부인이 잠을 3시간 잤다고 하는 것을 보면 최소한 대전 이북에서 출발한 것 같았다. 화물이 있으면 철야로 운행하는 관계로 부부가 운전을 교대로 하고 목적지는 부산이라고 했다. 어린 아이를 트럭에 태우고 다니며 부부가 교대로 24시간을 운행하는 고달픈 삶이지만 그들은 행복해 보였다.
하동 요금소까지 5km 정도 되는 거리라 얘기는 별로 나누지 못했지만 그런 모습을 보고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란 상투적인 말만 하기엔 아쉽고 부족한 생각이 들었다.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 앞에 사진 찍으러 다니는 노는(?) 모습에 대한 미안함과, 태워준데 대한 고마움과 행복한 삶이 영원하기를 빌어 주고 싶어서 궁리 끝에 "행복하세요!" 하고 내렸다.
못사는 나라의 국민들 행복지수가 높다고 한다. 우리가 어렸을 적엔 가난했지만 형제간 우애도 있었고, 이웃간에도 정답게 잘 지냈다고 생각한다. 동남아에서 우리나라 농촌으로 시집온 신부들의 결혼 생활 만족도도 비교적 높다고 한다. 주위에서 보면 어렵게 사는 이웃이 오히려 부부 금실이 좋고 가족간 유대도 좋은 것을 많이 본다. 현실에 만족하고 욕심 부리지 않는게 행복이 아닐까?
(20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