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지칠 대로 지친 우리가 유치원 교실에서 모였다.
지금 몸과 마음의 상태를 감정카드로 체크했다.
나는 혼란스러움. 왜냐하면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아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상담샘은 신경 쓰이다. 갑자기 신경 써야 할 일이 생겼다고 했다. 유치원샘은 지친다. 오늘 원아들이 금쪽이가 되어 힘들다고 했다. 영양샘은 피곤하다. 오늘 일처리를 많이해서란다.
우리는 그림을 보고 떠오르는 생각을 이야기했다.
가샘은 가샘은 아이가 거인이 되어 자기보다 작은 집 뒤어 서서 지붕위 농구골대에 공을 넣고 친구들이 농구공을 들고 놀라는 모습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어렸을 때 자신이 거인나라에 살고 있는 소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단다.거인이 늘 자신을 지켜보는 것 같아서 무서웠다고 했다.
나샘은 주인공이 거인이 되어 물위에 얼굴을 내밀고 씨잇 웃는 장면을 보고 그림 속 아이와 쏙 닮은 표정을 가진 금쪽이 학생이 떠오른다고 했다.
다샘은 형이 동생을 업고 걷고, 형이랑 동생이 그네를 함께 타고 공놀이를 하려고 준비하고 책을 읽는 장면을 보며 함께 놀았던 자매들이 생각난다고 했다. 자신과 자매를 비교하며 자신이 늘 자매들보다 무엇이든 잘하고 싶었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모두가 능력이 다른데 그 당시에는 이상하게 그걸 모르고 시샘했다면서 웃었다.
우리는 다함께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샘은 "결국 나는 사과를 다 먹어 치웠어. 근데 키는 하나도 안자랐지 뭐야. 배만 살살 아팠지."라는 글과 수십개의 사과를 먹고 사과 몸통을 쟁반에 가득 쌓아 들고 버리려고 밖을 나가는 동생을 보고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고 했다. 형보다 커지고 싶어 사과를 저렇게 많이 먹고 배까지 아픈 아이가 안쓰럽다고 했다. 양평원 폭력 예방 강사 대면교육에서 만난 사람들이 형처럼 느껴져 한참 위축되었던 내가 떠올랐다. 저 아이처럼 무모하게 사과는 먹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내 능력 밖의 일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배는 아프지 않았지만 마음이 아팠었다.
나샘은 주인공이 형이 시킨 바보같은 원숭이 역할을 안 하겠다고 뿌리치고 나무로 다리를 만들어 형보다 키가 커진 모습에서 통쾌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다샘은 어릴 적 부모님이 바빠 오빠랑 온 동네를 후비고 다녔던 일과 오빠랑 싸워서 항상 이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오빠가 항상 져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는 자신에게 범접 할 수 없는 형에 대해 이야기했다.
가샘은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가 자신에게는 형이라고 했다. 절대 그 무엇으로도 어떻게 이길 수 없는 존재란다. 친언니도 형 같은 존재라고 했다. 어릴 적 공부 잘하고 착한 언니를 시기 질투해서 친구들에게 언니 욕을 하고 다녔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언니에 대한 시기 질투가 존경심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나샘은 어떤 상황에서 당황하면 말문이 막혀 상대에게 아무 말 못 하는 자신이 형이라고 했다. 아무 말 못 하고 집에 가서 혼자 '이렇게 말할 걸'이라고 후회한다고 했다. 우리 모두 다 그런 경험이 있다고 혼자만의 형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 형보다 커지기 위한 그림책의 맨 마지막에 있는 나무다리를 찾기로 했다. 한 선생님은 다음에 또 그 상황이 올 수 있으니 그런 상황에 어떤 말을 할지 미리 연습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나는 그 상황을 글로 써서 치유하라고 말했다. 다선생님은 자신은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쓸데없는 말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때도 미리 어떤 말을 할지 연습해보고 치유의 글을 쓰자고 말하며 다 같이 웃었다.
다샘은 중고등학교 때 절친이 형 같은 존재였다고 했다. 같이 다니면 뛰어난 외모로 친구는 주목을 받고 자신은 긴 있다는 말을 들었단다. 내가 긴있다는 것이 예쁘다는 것보다 좋은 말 아니냐고 묻자 그 당시는 긴있다는 것이 뭔지 몰랐다고 했다.
자신은 어떻게 해도 예뻐질 수 없다는 생각에 친구를 형처럼 느꼈다고 하자, 다들 친구사이에 은근히 그런 것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라샘은 자신보다 공부 잘하는 친구를 이길 수 없는 형처럼 느껴 스트레스를 받았던 경험이 있다고 했다. 시험기간에는 스트레스받아 친구랑 멀리 했단다. 성인이 되고 난 후 이제는 공부를 안하니 좋은 친구가 되었다고 했다.
그림책 읽기가 끝난 후 감정카드로 감정을 찾아 이야기했다.
가샘은 뿌듯함, 가슴 뭉클함을 느낀다고 했고 나샘은 여유롭다, 다샘은 평온하다, 라샘은 따뜻하다와 감동받다를 선택했다.
그림책으로 마음을 읽으며 변화된 감정에 모두 깜짝 놀랐다. 나는 이것이 바로 그림책의 마법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오늘 충족된 욕구를 찾았다. 가샘은 우정과 회복을. 나샘은 자기표현과 공감 마음 알아주기, 다샘은 소통과 연결 친밀함. 라샘은 수용받아주기와 희망을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