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9>
색소폰 가족
심영희
동생이 다섯 명 있는데 그중 세 명이 학창시절 학교 밴드부였다. 그것도 공교롭게 세 명 모두 색소폰 연주자였다.
예능에 많은 소질을 갖고 태어난 우리 가족에게 부족한 것이 바로 음악성이다.
천부적인 음치도 없지만 그렇다고 노래를 썩 잘 부르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나도 가수는 부러워한다.
내가 노래를 잘 할 수 있는 소질을 타고 났다면 분명 가수가 되었을 것이다. 지금도 ‘가요무대’를 즐겨보는데 노래프로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몰래 무대로 흡수된다. 가수가 되었다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포즈를 취할까를 상상한다. 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 가수를 보고도 노래실력보다 패션에 관심을 둔다는 것은 벌써 음악성에 낙제점수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왕 끼를 타고 나려면 음악성까지 타고 났으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이렇게 음악성이 부족해도 타고난 예술적 끼가 보였던지 학교에서는 우리 남매들을 곧잘 선택해 주었다. 나도 중학교 2학년때 첼로 연주자로 뽑혔다가 걸스카우트 활동으로 시간이 맞지 않아 5일 연습하고 도중하차했지만 동생들은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밴드부 단원으로 졸업할 때까지 악기를 불었다.
그중 막내 남동생이 대학교 음악과에서 콘도라베이스를 전공했으며 지금은 음악선생님으로 근무하고 있다. 동생은 악기와 인연이 많은 것 같다. 고등학교시절에도 색소폰도 불고, 트럼펫도 불었는데 대학생일 때도 전공은 콘도라베이스였지만 부전공으로 선택한 피아노레슨으로 제자도 꽤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가족 모두가 머리가 좋다는 장점이 있어 악보를 쉽게 볼 수 있었다는 것이 밴드부를 할 수 있었을 것이며 거기다 큰 키와 용모가 받쳐주었을 것이다.
동생들이 악기를 불 때면 괜히 나도 몰래 흥이 나고 재미있었다. 우리민족은 옛날부터 가무를 즐기는 민족이라고 했는데 선조들의 피를 받아 노래하고 춤추기를 좋아한다면 즐거운 현상이다. 가무는 건강에 아주 좋은 운동이니까, 춤이 육체의 외부 운동이라면 노래는 내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운동이라니 마음껏 소리쳐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분다면 오장육부가 정말 튼튼해질 것이다.
(2006년 출간 포토에세이 “감자꽃 추억”에 수록)
첫댓글 이렇게 소중한 자료 잘 보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