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金모(62ㆍ서울 강남구)씨는 최근 투자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할 계획을 세웠다가 늘어난 세금에 깜짝 놀랐다.
지난해 말 만해도 아파트는 기준시가로 증여세를 낼 수 있었으나 올 1월부터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개정되면서 시가로 내야 했기 때문이다. 金씨는 “증여세 부담이 너무 커 아예 양도나 상속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증여세 지난해보다 배 늘어
요즘 강남권 다주택자들은 늘어난 증여세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증여세율(금액에 따라 10∼50%)은 종전과 변동이 없지만 올해부터 증여하는 부동산을 평가할 때 시가로 보는 범위가 넓어진 때문이다.
정진희 세무사(02-3452-5588,011-9975-5588)는 “증여ㆍ상속세 과세기준이 강화하면서 요즘 상담 건수가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50% 이상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현행 상속 및 증여세법 시행령(49조)에 따르면 올 1월부터 부동산을 증여한 날을 기준으로 3개월 전후에 이 부동산과 면적ㆍ위치ㆍ용도 등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부동산이 거래된 사실이 있으면 이 거래 가격(시가)으로 증여세를 납부하도록 돼 있다.
그동안 증여 대상 부동산이 증여일 3개월 전후에 거래된 경우에 한해 시가를 적용했다. 이러다 보니 거래 사실을 찾기 어려워 증여세 산정은 시가보다 낮은 국세청 고시 기준시가를 적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국세청(1588-0060) 관계자는 “ 아파트ㆍ오피스텔ㆍ빌라 등은 가구(실)수가 많거나 거래가 잦아 비교할 수 있는 가격이 쉽게 파악되므로 올해부턴 시가를 기준으로 증여세를 내야 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증여세를 실거래가로 납부할 경우 아파트 기준으로 세금 부담액이 기준시가 납부 때보다 많게는 2배 가까이 늘어난다.
실제로 3년 전 서울 강동구 25평형 재건축 아파트를 시가 2억8000만원(기준시가 1억8000만원)에 매입한 다주택자 B씨가 올해 자녀에게 실거래가 기준으로 증여(시가 4억원,기준시가 2억5000만원)할 경우 세금 부담은 5760만 원에 달한다. 시세ㆍ기준시가가 변동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지난해 말 이 아파트의 증여세 부담액(3060만 원)보다 2700만 원 증가한 것이다. <표 참조>
다만 거래가 많지 않은 단독ㆍ다세대주택, 상가ㆍ토지를 증여할 땐 종전처럼 기준시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세무서 관계자들은 본다. 서울 강남세무서 관계자는 “납세자들이 유사 부동산 거래 사실을 파악하기 힘든 경우 시가로 굳이 납부하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빚 떠안는 조건으로 증여하면 절세
일반적으로 자녀에게 재산 전체를 증여하기보다 부모 명의의 대출금(빚)을 자녀가 승계하는 방법으로 증여(부담부 증여)하는 게 세금 부담이 덜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부담부 증여 때 이 대출금은 양도세(세율 9∼50%)로 부모에게 세금을 매기고 대출금을 뺀 부동산 가액은 자녀에게 증여세를 부과한다.
한 세목당 금액이 많을수록 세금을 많이 매기는 누진세를 적용하는 점을 감안할 경우 부담부 증여는 세금 분산 효과가 있는 셈이다.
마철현 세무사(02-3432-1188)는 “대체로 증여 대상의 부동산 가격이 높은 경우 부담부 증여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1가구 3주택 이상 보유자가 올해 보유 아파트를 처분할 경우 증여보다 양도하는 게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A씨가 강동구 25평형 재건축 아파트를 지금 팔 경우 내는 양도세는 실거래가로 납부(강동구는 주택 투기지역)를 하더라도 3000만 원 정도에 그친다. 증여 때보다 세금부담이 절반 가량 줄어드는 셈이다. 기준시가로 양도세를 낼 수 있는 비주택 투기지역의 경우 양도세 부담은 더 가벼워진다.
김종필 세무사(02-2202-1193)는 “특히 시세차익이 크지 않으면서 시가 6억 원 초과(고가 주택)의 아파트는 증여보다는 양도를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다만 1가구 3주택자는 내년 이후에 양도할 경우 되레 세금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양도세 중과 조치(기본세율 60%)가 시행되기 때문으로 탄력세율 15% 포인트까지 부과되면 세부담이 82.5%(주민세 포함)까지 올라간다. 반면 기준시가로 증여세를 낼 수 있고 가격이 싼 소형 다세대 주택 등은 증여가 유리하다.
양도세는 양도소득 과세표준(양도차익에서 장기보유 특별공제와 기본공제를 제외한 금액)에 대해 매기지만 증여세는 증여 금액 전체에 대해 부과하기 때문이다. 현행 증여세율은 ▶1억 원 이하 10%▶1억 원 초과∼5억 원 이하 20%▶5억 원 초과∼10억 원 이하 30%▶10억 원 초과∼30억 원 이하 40%▶30억 원 초과 50%다.
민경현 세무사(02-464-1811)는 “재산 규모가 10억원 이하로 증여세 부담이 과중할 경우 자녀와 배우자에게 상속하는 방법으로 비과세를 받는 게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녀에게 상속 때 5억원, 배우자가 생존해 있을 경우 추가 5억원(총 10억원)까지 상속세 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상속세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상속세 산정 때 아파트 등은 증여세처럼 시가로 평가한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점 조심
국세청 관계자는 “올해부터 관련법이 개정됐는데도 아파트 증여세를 기준시가로 따져 내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사실이 적발될 경우 차액을 추징당하고 납부불성실 가산세(매일 세액의 1만분의 3)도 내야한다”고 말했다.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직장이 있는 성인인 무주택자 등 일정조건을 갖추는 게 좋다. 이우진 세무사(02-557-0082)는 “집을 증여받은 자녀가 3년을 보유하지 않고 매도할 경우 우회 양도로 간주해 부모에게 양도세를 별도로 물리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아파트 증여세 부담 얼마나 늘어날까 <단위:천원> |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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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말 이전 증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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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월 이후 증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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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증여재산가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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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00(기준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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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00(실거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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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증여재산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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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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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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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과세표준(①-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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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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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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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세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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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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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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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산출세액(③×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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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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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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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신고납부 세액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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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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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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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납부세액(⑤-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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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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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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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25평형(시세 4억원,기준시가 2억5000만원)를 자녀에게 단순증여하고 시세는 지난해 말과 변동이 없다는 점을 전제로 함. *취득 당시 시세 2억8000만원,기준시가 1억8000만원. *증여세,취득·등록세를 부모가 대납하면 세부담 더 늘어남. 자료:김종필 세무사(02-2202-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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