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물들이기
정경숙
“원장님 손가락이 왜 빨갛게 되었어요?” 손가락이 아야야해요“? 라고 묻는 울 꼬맹이들과 ”원장님 손가락 봉숭아 물 드리셨네요 예뻐요!“ 라고 이야기해 주는 우리 식구들
추석 명절을 보내고 달라진 내 손가락을 보고 주변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추석 명절 가족과 함께 친정집에 내려갔다. 친정집 앞 화단에 작고 탐스럽게 피어 있는 봉숭아 꽃을 보고 딸과 나는 ”와 예쁘다“ 하며 꽃을 만져보았다. 어릴적 봉숭아 꽃과 잎을 따서 소금을 넣고 콩콩 찧어 손톱에 올리고 비닐로 감싼 후 무명실로 칭칭 감고 아픔을 참고 자고 일어나면 자다가 잠결에 실을 풀어 이불에 봉숭아 물이 들고 그렇지 않은 손가락은 퉁퉁부어 감았던 실 자국이 손가락에 돌돌 감아 있는 듯 남아 있었다.
그렇게 손톱에 물도 들고 손가락 두 마디 만큼도 같이 물이 들어 2주일 정도는 붉은 손가락으로 생활해야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손톱에 물만 예쁘게 남아 있어 손톱 매니큐어를 바르지 못했던 어린 시절에 매니큐어보다 더 예쁜 색깔로 치장할 수 있었고, 물 드린 손톱이 첫눈이 내릴때까지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소리에 사춘기 시절에는 설렘을 갖고 첫눈이 올 때까지 손톱이 다 자라지 않기 기도도 하고 첫눈이 내리기 직전에 손톱은 최대한 자르지 않고 첫눈이 내리기만 손꼽아 기다렸다
꽃을 한참을 바라보고 있을 때 딸이 ”엄마 우리 봉숭아 물 들일까?라는 말에 어려서 딸과 함께 물들여 보고 오랜 시간 함께 한 적이 없어 “그래 그럼 저녁 먹고 하자”라고 이야기를 나눈 후 소쿠리를 갖고 와 봉숭아 꽃과 잎을 따기 시작했다. 딸과 함께 봉숭아 꽃을 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친정엄마도 함께 따기 시작해 금방 한 소쿠리가 되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작은 절구통을 준비하고 따 놓은 봉숭아 꽃과 잎, 백반을 절구에 넣고 딸이 콩콩 찧어보기도 하고 그 뒤에 내가 찧어 물 들릴 수 있는 상태로 만든 후 일회용 투명 비닐 장갑에 손가락을 맞는 부분을 자르고 무명 실 대신 고무줄을 준비하여 곱게 빤 것을 딸에 손톱 위에 도톱하게 올리고 비닐로 쌓아 주려고 하자 불편하다고 손을 탁자에 올린 체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고, 옆에 지켜보고 계신 친정엄마를 보고 딸이 “할머니도 함께 하세요” 라는 말에 친정엄마 “손이 쭈글쭈글한데 무슨 아니다”라고 말씀하셔 “손이 쭈글쭈글 하면 어때 나이를 드시면 다 그런 걸 그리고 손톱에 하는 건데 하세요” 라고 말씀을 드리자 “그럼 두 손가락씩만 해볼까?” 라고 하셨다. 그렇게 우리 3대 여자들은 손톱에 봉숭아 물을 친정엄마는 양손 약지와 새끼 손가락에 곱게 반 것을 올리고 비닐로 감싸고 고무줄로 묶어 밤을 지새웠고 딸 역시 두 손가락에 올리고 비닐을 감지 않은체로 몇 시간 난 열 손가락에 올린 후 비닐로 싸고 몇 시간을 버티다 아픔과 불편함을 참지 못하고 중간에 뺐다. 이렇게 3대가 앉아 물 드리기에 의미는 같았지만 세대가 다르듯 견디는 시간과 방법도 달랐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시간이 짧았던 딸에 손톱이 가장 엷게 봉숭아 물이 들었고 그 다음 나, 손톱을 보고 미련이 남아 절구통에 있던 곱게 찐 봉숭아를 다시 손톱에 올려 놓고 2시간을 꼼짝 안고 있었지만 밤새 인고에 시간을 견딘 친정엄마만큼 곱게 들지 않았다. 3대 여인들이 식탁에 손을 올려놓고 서로 예쁘다고 이야기하며 사춘기에 셀렘보다 3대가 앉아 소소한 추억이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주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게 큰 의미로 가슴 깊이 와 닿았다. 그리고 이렇게 세대를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행복한 추억 만들기는 대를 이어 꾸준이 전달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첫댓글 봉숭아 물들이기가 3대 화합의 장과 추억을 선물했네요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샬롬
꼭압력을 넣어야 글을 쓰니 / 숨은 재능 활용 하시고 족적에 모든 이들의 사랑을 흠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