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화천 비래바위산 - 전인미답 오지 탐험 6시간
글쓴이: 김충서 날짜: 2006.07.03. 16
★ 7월 2일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 비래바위산 (飛來바위山 * 970m)
장마 때마다 연례행사로 빚어지는 사건... 급하게 산행지 바꾸기..
막상 이런 사건이 또 닥치다보니 산행지를 싸고 씨름하기를 연 3일간..
금요일에 보아하니... 일요일 남부지방에 비가 집중될 것이란 예보에 따라
이를 피하려고 산행지를 서울 북쪽 강원도 화천의 비래바위산을 지목했다.
그리고 토요일 오전... 이번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많이 온다고 예보가 바뀌었다.
그래서 아침부터 비가 쏟아질 것으로 보고,
참가 회원이 소수일 것으로 예상하고 무도시락에 화천 두류산을 들렀다가..
사창리에서 목욕하고 이동에서 갈비파티를 하면.. 얼마나 어울릴까..!
그래서 두류산-명지현 코스로 돌렸는데.........
토요일 오후. 이번엔 날씨가 좋아졌다는 예보로 전혀 생뚱맞게 바뀌었으니..
어차피, 운장산 쪽의 전라도 지방의 비 소식은 여전하게 나오고.., 결국...
화천의 비래바위산으로 다시 원위치하자..... 무도시락 계획은 취소하기로 하고..
그리고는 산행 당일 일요일 아침, 눈 뜨자마자 다시금 기상청 홈피에 들어가보니..
앵??? 전국의 날씨가 뻥 뚤렸네?? 특히 전라도 지방에는 구름까지 없는 화창한 날씨라....
미쳐..!!! 괜히 3일간 혼자 쑈한 꼴이... 기냥 두면 아무일도 없었을 걸... 참~내..!!
● 09:40 상실내 (480m)
오늘의 산행코스는 일종의 짜집기 편집 코스이다.
월간 <사람과 산>에서 취재진들이 비래바위산 일부를 돌아보고 올린 기사
내용에다가, 지도를 펴 놓고 우리 산악회 실정에 맞게끔 버스의 진출입이
용이하도록 산행 코스를 짜 맞추어 넣은 것.
그래서 산행 입구가 상실내의 군사 작전도로를 따라 오르게 되었다.
산행에 순전히 도로를 따라 해발 표고차 400m 이상을 올리니 이것도 산행이라
해야하나? 좀 우습긴 하지만 막상 도로를 따라 가보니.. 오호?? 매우 좋으네요.
전혀 도로 맛이 안나고, 첩첩산중 시골 산 속 길 나들이 가는 분위기라..
● 10:30 만산현(萬山嶺 850m)
막상 고개 마루에 다달으니 산바람도 시원하고.. 조망도 그런대로 괜챦다.
여기서 후미 오를 때까지 기다리며 쉬었다가.. 방향을 북쪽으로 돌려 주 능선을
향해 또다시 군용 도로를 따라 갔다. 도중에 헬기장이 두 군데나 나오고..
● 11:10 헬기장 정상 - 915봉(914.5m)
넓은 마당 같은 뺀뺀한 세번째 헬기장이다. 사방 조망이 비로소 확인된다.
지금까지 얼마나 높히 올라왔는지 감각이 별로 없었는데.. 막상 멀리 내다보니..
(도로만을 따라 오다 보니 너무 쉽게 왔다.. 이런 산행도 있네...)
그리고 이 헬기장을 벗어나자마자.. 깊은 숲 길이 비로소 나타났다...
이제부터가 산행이다.
숲이라기 보다는 정글이다. 잡목과 잡초가 빈틈없이 들어선 능선길에는
병사들이 오고간 족적인지 그래도 길만은 뚜렷하게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경사도 완만하게 이어지고...
이러기를 얼마만인가... 어허?? 뒈지게 올려치네?? 심한 깔딱이다.
오늘 처음으로 헬떽거려 본다. 정상을 향한 마지막 선물인가..
● 12:20 ~12:50 비래바위산 (970m)
원래는 이름없는 무명봉인데, 월간지 취재팀이 편의상 붙혀논 이름이다.
비래바위가 있는 최고봉이라고 비래바위산이라..?
편의상 했다해도, 한번 지어놓으면 그냥 이름이 되어 버릴텐데... 아뭏든..
정상은 좁은 마당에 돌이 깔려 있어 조망하기는 그런대로 괜챤은데,
그 위에 5-6명이 올라서니 빈틈없이 초만원이 올시다...
그러니 도로 뒤로 돌아 내려와 도시락 즐길 장소를 물색하고...
오늘은 회장님께서 단단히 벼르셨는지 직접 만세의 주인공이 되어주신다.
"비래바위 만세~~~~"
그런데 바위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거지? 바위는 커녕 비슷한 것도 없네???
사방이 온통 돌 하나 없는 빽빽한 숲 뿐이고......
이어서 올라온 만큼 내려 쏟는다. 무지하게 떨어진다. 한참을 곤두박질치다보니..
이윽고 평평한 능선길로 바뀌고.. 다시금 원시림 속에서 평안한 분위기에 젖는다.
얼마를 지났는지.. 가도가도 한없는 원시 정글 숲길.
● 13:35 ~ 14:00 비래바위봉 (688.9m)
숨을 고르며 좀 쉬어갈까 했더니.... 선두팀은 이미 남쪽으로 가버렸다???
이거 뭔일??? 거기는 갈목골이 아닌 남쪽 하만산동으로 떨어지는 길인데??
바위 끝에 올라서서 재확인해 봐도 틀림없다. 저거저거.. 워쪄????
"오~~륜~~~!!! 빠~~~꾸~~~!! 뒤~~로~~ 빼~~ㄱ~~"
한참만에 몇 명씩 되돌아 올라오는데..?? 표정들이 묘하다...??
그리고는 오히려 항의하는 것이 아닌가벼?? 어째서 불렀냐는 표정들...
그러면서, 한번 가보란다. 경치가 무지무지 좋단다... 기막히단다...
그려?? 산행길을 동쪽으로 알려주고, 몇 명이 남쪽으로 발을 옮겨보았다...어허..??
햐~~~~~~~~~!! 경치 죽여준다~~~~~~!!!! 아니~~~ 죽인다.!!!
고추 솟은 직각 바위절벽에 어지럼이 와락 느껴지고...
(약간의 현기증만 있어더 그냥 추락할 것 같다... 사람살려.. 애구애구..)
발 아래 보이는 풍경에.. 그만... 거대한 바위 병풍이 기절할 만치 절경이다..!!!
여태까지 안 보이던 '비래바위'라는 것이 비로소 이거로구나..!!
"감탄사 곱하기 따블 감탄사 보태기 또 감탄.. 그리고 또 더하기 감탄...!!"
기이하게도 사방이 모두다 육산 덩어리인데, 대체 어디서 이런 수직바위 덩어리가
날아 들어와 서 여기 박혀 있지?? 이제야 왜 <비래(飛來) 바위>라고 했는지 알겠다...
● 14:00 죽여주는 하산길
비래바위를 정신없이 즐기다보니 일행은 모두 다 떠나버리고 우리 몇 명만 뒤쳐져
뒤 쫓아 가려했더니..(??????). 사람살려..!!!
눈 아래 수직절벽에 굵은 동아줄이 연이어 매어져 있는데..............
이걸 내려가야 한다??? 헉!!!!
이거야 장난이 아니여 !!!! 촌각의 여유도 폼잡을 형편이 아니라네...
게다가 어제 내린 비 때문에 바닥이 미끄럽기도 하고...
'조심조심'의 정도가 아니라... 온 몸이 얼어 붙듯.. 이거이거 숨도 쉬지 못하겠다.
얼마만인가?? 내려서자마자 장탄성이 절로 나왔다..
"나 살아 나왔다.....! 나 살았다........!! 나 안 죽었다!!!"
● 14:30 능선 네거리를 벗어나서
앞서간 일행이 달아 논 표시기를 따라 능선을 벗어나서 북쪽 갈목골을 향했다.
그런데 능선에서 내려서자마자 등장한 희안한 풍경.
능선과는 또 다른 녹색(綠色)의 절경이다. 역시나 길은 또렷하게 나 있어 헷갈릴
염려는 전혀 없고... 내려 갈수록 졸졸 흐르던 맑은 도랑물이 점점 굵은 물소리로
바뀌어가는데.. 이 물소리가 주변 녹색의 풍경과 어울려 곱고도 아름다운 자연의
음악(?)을 연주해준다. 죽어 천당이 무슨 일이 있으랴.. 바로 여기가 천당인데..
● 15:20 갈목 (이름 모를 농가 과수원을 지나가며)
한없이 가고푼 아름다운 자연의 오솔길을 따라 무아지경을 헤메다.. 드뎌 끝이 왔다.
밝은 세상에 나오자 마자.. 왠 개(犬)들이 이리도 많이 울부짖노??
우릴 환영해주는겨?? 애구.. 그 뒤에는 뚱뗑이 아주멈이 손을 마구 행가레 하며
뭐라고 짖어댄다. 과수에 손 대지말라고 악을 쓰고 있는 거 아닌감..??
이에 조심스런 권순왕님께서 또한 회원들에게 주의를 강조한다...
손댔다간 피박 쓸테니.. 과수나무는 처댜보지도 말라고...........!!!!!!!!
● 15:40 갈멜교 (200m)
농가 앞 개울에서 신발 벗어 들고 개울을 건넌 다음.. 여기부터는 비포장도로.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은 줄 알았는데...
먼저간 일행이 되돌아 오면서 버스가 조만치 있댄다.... 어허?? 벌써라??
물이 넘쳐 우람찬 폭음을 내며 흐르는 봉오리 계곡물에 땀을 씯고
버스에 가보니... 다리 이름이 뜻밖에도 "갈멜교"라네...
우리가 목표로 했던 갈목교가 아니고?? 그러고 보니 갈목교는 한참 밖에 있다.
송희국 기사가 긴 거리에 버스를 후진하면서 여기까지 와 준 덕분이다.
역시나 사방은 조용하고 사람은 우리 뿐인 지구촌 한 구석...
우리는 여기서 또 다른 원시 자연의 처녀림을 만나고 간다...
지난주 춘천 바위산에 이어서 오늘 화천의 비래바위에까지........
맑고도 맑은 산과 계곡을 누볐다...
이래서 산에 간다.
이러고도 맑고도 깨끗한 자연을 찾아 또 다른 산을 찾아 보게 될 것이다..
아무리 다니고 누벼도 새 맛이고,
다니고 다녀도 또 다시 새로운 맛이고..
그리하고도 또 다른 자연이 궁금하고......
이래서 산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