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카페 준비 2일차
필카추 학생들을 만나러 방화중학교에 가는 길에 카페 ‘미누플레르’에 들렸습니다.
미누플레르는 예지선생님께서 음료 선생님으로 추천한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카페입니다.
사장님께 학교 협력사업인 일일 카페에 관해 설명하고 음료 선생님이 되어 주실 수 있는지 여쭤봤습니다.
사장님은 당황하신 듯 보였지만, 이번 만남이 아이들의 성공 경험이자
좋은 마을 어른과의 관계를 쌓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말에 흔쾌히 수락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일일 카페에 필요한 컵홀더까지 지원해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방과 후에 학생들이 직접 카페에 음료 수업을 부탁드리기로
약속을 잡고 방화중학교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일일 카페에서 대접할 메뉴를 소개하고,
실습생이 만든 초대장을 전달한 후에 시간이 된다면 영상 대본까지 함께 쓸 예정입니다.
초대장에는 일일 카페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일시, 장소만 담았습니다.
필카추가 어떤 동아리인지, 무엇을 격려받고 싶은지에 대한 설명은 영상으로 찍어
카페 운영시간 동안 벽면에 틀어둘 예정입니다.
-필카추 점심회의
점심을 먹고 모이는 속도가 학생마다 다릅니다. 어제는 모두 모일 때까지 기다렸지만,
어제의 경험으로 배웠듯이 여유롭게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도착하는 학생 순서대로 초대장을 전달했습니다.
‘일일 카페 초대장이야. 여기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에 이름을 쓰고, 오늘 방과 후 전까지 다 나눠드려야 해.’
초대장은 실습생이 만들었지만, 학생들이 직접 이름을 쓰고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서
나의 카페에 손님을 초대하는 행위 자체에 초점이 맞춰지게 될 것입니다.
다음으로 카페 메뉴를 소개했습니다.
‘선생님이 고민을 좀 해봤는데, 어제 너희가 준 의견들이 다 너무 좋았거든.
우인이는 시원한 걸 대접하고 싶다고 했고, 사랑이와 혜원이는 레몬에이드,
규빈이는 아이스크림 크로플을 이야기했고, 송연이는 쿠키, 시율이는 빼빼로를 하고 싶어 했어.
그래서 선생님이 너희의 의견이 다 포함된 메뉴를 생각해 봤어.’
기대에 찬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납니다.
‘애들아 빨미까레 알아?’
필카추 일동 - ‘아니요~’
학생들에게 빨미까레 만드는 방법이 담긴 글을 보여주었습니다.
‘전에 보니까 베이킹을 해본 친구들이랑 초콜릿 중탕을 해본 친구들이 꽤 있었잖아,
엄마손파이에 초콜릿을 묻혀서 아이스크림에 귀처럼 예쁘게 꽂아서 나갈 거야 어때?’
학생들의 반응이 다채롭게 좋았습니다.
자신의 의견이 들어간 메뉴를 듣고 뿌듯해하는 얼굴을 봐서 정말 다행입니다.
오늘 방과후까지 학생들이 해 야할 임무가 있습니다.
초대장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초대장은 예지 선생님의 아이디어를 참고하여 시간대를 지정해서 나눠주기로 했습니다.
방과 후나 점심 운영 중 초대 손님들이 한곳에 몰리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필카추 방과후 회의
점심에 모이지 않은 우인이와 시율이 그리고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랑, 규빈이가 방과 후에 다시 한번 모였습니다.
방과 후 시간에는 점심때 하지 못한 영상 대본 쓰기와 음료 수업을 부탁드리러 직접 카페에 방문하기
이렇게 두 가지를 해야 합니다.
먼저 시율이와 우인이에게 초대장을 전달했습니다.
‘우인아, 시율아 초대장 받는 사람에 서로의 이름을 적었던데,
그 자리에 방화중학교 선생님 중에 한 분씩을 더 넣으면 어떨까?’
우인이는 남은 초대장을 드릴 분을 생각해 왔지만 이미 다른 친구가 초대한 선생님이었습니다.
비록 전하진 못했지만 4장 모두 전달하기 위해서 애써준 우인이가 참 대견합니다.
사랑이와 규빈에게 추천받아 시율이와 우인의 초대장을
교장 선생님과 영어 선생님께 전달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걱정하는 우인이를 보던 규빈이가
함께 가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우인에게 말했습니다.
너무 든든한 친구 규빈이입니다.
규빈이와 함께 간다면 우인이가 성공적으로 초대장을 전달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이제부터 영상을 찍기 위한 대본을 써야 한다는 소식에 시율이 표정이 암울해집니다.
소개 영상 대본에 대한 설명이 어려웠나 싶어 쉬운 말로 다시 한번 알려 주었습니다.
‘어때 시율아 할 수 있겠어?’ 시율이가 고개를 절제 절레 흔듭니다.
‘시율아 저번에 보니까 한강에서 소감도 길게 잘 썼잖아.
선생님은 시율이가 대본도 되게 잘할 것 같은데 어때?’ 이번에는 아예 등을 지고 앉아버렸습니다.
시율이가 등을 보이고 앉으니 더 이상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한동안 정적이 흐르니 서혜숙 부장님께서 시율이에게 바로 앉게 시키셨습니다.
시간 관계상 시율이와 우인이는 희영 실습생과 함께 영상 대본을,
사랑이 해원이는 저와 함께 동네 카페에 음료 선생님 섭외를 하기로 했습니다.
수업을 부탁드리기 위해서는 대본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사랑이 규빈아 일일 카페를 왜 하는 걸까?’ 아이들은 이미 이유를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랑 - ‘선생님이랑 친구들이 음료수랑 디저트를 먹고 힘내시고 필카추 여행도 응원해 달라고요.’
사랑이가 떠올린 문장을 규빈이가 들어주고 규빈이의 문장은 사랑이가 들어줍니다.
‘오 좋다!!!’ 서로의 문장에 엄지 척! 해줍니다.
제가 개입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칭찬이 오고 가며 대본을 완성하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사랑아 ,규빈아 우리 일일 카페에 필요한 물품 중에 카페 사장님한테 부탁드릴 수 있는 게 있을까?’
오전에 미리 컵홀더를 부탁드려 놓았습니다. 저의 임무는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
규빈이와 사랑이가 어려워하는 것 같아 힌트를 줬습니다.
‘우리 시원한 음료를 대접하잖아~ 음료에 필요한 게 뭐 없을까?’
규빈 - ‘오! 네 컵홀더요!’
사랑 - ‘근데 이래도 돼요?’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는 과정을
성공적으로 경험하도록 밑 작업을 해둔 탓에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예지 선생님께서 대신 답변해 주셨습니다.
‘우리 컵홀더가 딱 30개 정도 필요한데, 인터넷으로 시키려 보니까 100개씩 사야 하는 거야~
이거 너무 낭비 아닐까? 그리고 우리가 학교 안에서 선한 취지로 카페를 여는 거잖아.
잘 설명해 드릴 수 있지 않겠어?’
아이들이 듣고 바로 수긍합니다. 다음부터는 아이들의 시선에서 흐름을 읽는 연습도 필요하겠습니다.
만약 저였어도 어떻게 모르는 사장님께 수업을 부탁하면서 컵홀더까지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을 것입니다.
이제 대본이 완성되었으니 직접 부탁드리러 갈 차례입니다.
교실 문을 나서며 규빈이가 후후 숨을 내쉽니다.
규빈이는 조금 떨린다고 합니다.
‘사랑이도 떨려?’ 저의 질문에 사랑이는 떨리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만큼 일일 카페와 필카추의 활동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겠죠.
‘우와 멋지다~ 사랑아 규빈이랑 같이 자신 있게 해줘!’
사랑 - ‘네 감사해요’
이제 실전입니다.
규빈이와 사랑이가 사장님 앞에 수줍은 얼굴로 서서, 준비해 온 대본을 또박또박 읽어 내려갑니다.
사장님께서 흐뭇한 미소로 수업해 주겠다고, 컵홀더도 준비해 뒀다고 대답하셨습니다.
아이들 얼굴에 오색 빛의 무지개가 떠올랐습니다.
이제껏 본 모습 중 가장 신나 보이는 사랑이와 규빈이었습니다.
제 눈으로 본 첫 번째 성공경험입니다.
학생들과 헤어진 후에 일일 카페에 필요한 재료와 준비물을 사기 위해서 마트로 갔습니다.
저는 다이소에서 일회용품을 구매하고 희영 실습생과 예지 선생님은 위층에서 장을 보고 만나기로 했습니다.
살 것들을 챙겨 위층으로 올라가니 희영 실습생의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희영 실습생이 조심스럽게 카톡창을 내밀어 보여주었습니다.
시율이가 필카추 모임을 탈퇴하고 싶어 합니다.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했습니다.
방과 후에 등을 돌리던 시율이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카톡을 받은 희영 실습생의 마음이 다치지 않았을까 걱정됩니다.
희영 실습생에게 제가 해줄 수 있는 말들을 전했습니다.
제가 건넨 말이 희영 실습생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예지 선생님의 조언대로 내일은 희영 실습생과 시율가 따로 만나,
활동에 대해 더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시율이가 마음을 다시 한번 다잡아 준다면 참 좋겠습니다.
17일 인사캠페인이 있습니다. 함께하는 실습생 동료들과 4명이 하는 첫 과업이라 기대했지만,
일일 카페 준비로 일정이 바빴기에 캠페인을 함께 준비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가영 윤주 실습생들이 인사캠페인을 준비하며 고생한 것 같아, 미안하고 함께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저녁에 합류하여, 미안하고 고마운 만큼 열심히 간식 포장지에 라벨을 붙였습니다.
학교에 나가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나의 역할에 대한 혼돈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필카추 학생들의 회의를 이끌 때는 아이들의 선생님이 된 것 같기도,
서혜숙 부장님께 피드백을 받을 때는 그저 학생이 되기도,
내가 생각한 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을 때는 미숙한 실습생이기도 합니다.
프로그램 워크숍에서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슈퍼비전을
왜 주신 것인지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당시에는 ‘아이들이 그저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 정도로 생각했다면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저의 역할이 단순히 정의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싶은지, 또 어떻게 사회사업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첫댓글 오늘 아이들에게 음료 제조 방법을 알려주실 마을 선생님을 찾아가 인사드리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부탁해야 하는 일이지만, 아이들의 부탁이 성공의 경험이 될 수 있도록 먼저 찾아가 과업의 의미를 설명해 드리고 섭외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과업에 대해 물어보시길 부탁드렸고, 칭찬해 주시길 부탁드렸습니다.
아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스스로 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이 성공의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 이루는 경험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게 사회사업가의 역할입니다.
사회사업가는 당사자와 지역사회를 앞세우고 뒤에서 보조하는 사람입니다.
사회사업가는 주선하고 거드는 사람입니다. 얻게 하고 주게 하는 사람입니다.
오늘의 실천 과정에 이런 사회사업가의 역할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과업 안에서 선생님들이 거들어 줄 역할과, 짧은 회의의 연속에서도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잘 세워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