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아래
' 표시하기'
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

제 9회
2015
'한사모 송년의 밤' 행사 후기
글 : 박동진
(한사모 회원, dongjin0101@dreamwiz.com
)
사진 : 김민종
(한사모 사진위원, mjmjk123@hanmail.net
)
사진 : 장주익
(한사모 사진위원, 46mtpine@daum.net
)
사진 : 이창조
(한사모 회원, lc191@hanmail.net
)
 
[ 한사모 2015 송년의 밤 참가자 ]
(여학생 단독 참가) _ 10명
김소영, 김정옥, 김정희, 노은자, 안명희,
윤삼가, 윤정아, 윤현희, 이복주, 이영례,
(남학생 단독 참가) _ 12명
고영수, 김석진, 김성래, 박찬도, 박해평, 심상석,
윤봉수, 이석용, 이영균, 장주익, 허필수, (최승준)
(부부 회원 참가) _ 40명
권영춘.신금자, 김동식.송군자, 김민종.김춘자, 김영신.윤정자,
김용만.이규선, 김창석.김경진, 박동진.방규명, 박화서.신애자,
신원영.손귀연, 이경환.임명자, 이달희.박정임, 이성동.오준미,
이창조.정광자, 임병춘.이정수, 정전택.김채식, 전한준.유상실,
정정균.임금자, 주재남.김운자, 진풍길.소정자, 황금철.한숙이
* 참가 회원 총계 : 62명(여 30명, 남 32명)
* 참가 신청은 하였으나 나오시지 못한 회원 : 4명(함수곤.박현자, 오기진. 이규석)




얼굴 시리고 손 시린 세밑. 그리고 마음 우울한 날.
태양도 잿빛 하늘 뒤로 몸을 숨겼습니다.
이런 날엔 차라리 크리스마스 트리에 매달려
까르륵 춤추던 천상의 별님들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보이는 건 피곤에 찌든 도시의 군상뿐입니다.


을미년 양띠해. 불기 2559년, 단기 4348년, 서기 2015년.
마음 가다듬는 한 해의 끄트머리 달 스무사흘날 저녁 5시.
프레지던트호텔 31층 모짜르트홀.
범접하기 어려운 기품서린 할매들,
고귀한 인품 폴폴 풍기는 할배들이,
62개의 자리에 앉아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한반도 동녘 허리쯤에서 걷기에 나서 남녘 바닷가를 거쳐
서녘하늘에 지는 해 좇다가 북녘하늘 우러르며
사슴길 따라 제자리로 돌아온 역사적인 산증인들.
이들이 오늘 자리를 함께 한 것은
소중한 인연의 끈을 보듬기 위해서,
혹여 가슴에 남아 있는 응어리 있다면
훌훌 털어버리기 위해서 입니다.

한 해를 보내면서 닫았던 마음의 빗장 활짝 열고
지난 날의 허물 벗어던지며 용서를 구하고,
고마운 마음 가슴에 새겨둔 채 겸손의 길,
그 새 길을 걷겠다는 다짐도 해봅니다.
안부 물어오는 사람 있다는 것만으로 가슴 떨리는 일이니까요.
우리는 그런 한사모 가족이니까요.


4시 5분 전.
부지런한 고영수, 장주익, 오준미회원이
방명록 펴놓고 손님을 맞고 있습니다.
그들의 부지런함에 얼굴 붉어지는걸 어쩌지 못했습니다.



궂은 일 티내지 않고 챙기는 이경환 회장의 아름다운 ‘일병’은
오늘도 여전해서 행여 행사에 지장있을까 이것저것 챙기기에 바쁘고,
‘말보다는 행동’을 우선하는 한사모 살림꾼 정정균 사무국장은
기념품 챙기느라 곁눈도 흘리지 않습니다.




이창조 님과 김민종 님, 장주익 님은 혹여 좋은 그림 놓칠세라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카메라 셔터 누르기 바쁩니다.
주말 걷기에서 땀 흘리고 그많큼 발품 팔았으면
오늘이라도 한번쯤 느긋하게 여유시간 가질법 한데
그 천성으로 지닌 ‘봉사병’은 아무래도 가시지 않은 모양입니다.
더구나 하모니카 공연 앞두고 정신 가다듬어야 할
김민종님의 그 열성 DNA에 머리숙일밖에요.
여러분이 있어 우리들 모습을 가슴에 담는 행복을 맛보는 게지요만.




그리고 홀 안. 할미꽃하모니카 앙상블 단원들이 맹연습 중입니다.
대한민국 하모니카계를 떠들썩하게 한 그들이 아직도 연습이 필요하다니....
아니 어쩌면 ‘땀 흘리면서도 땀 흘리지 않는 듯 땀 흘리는 모습’이
공든 탑을 쌓아올린 진면목이겠습니다.


개회선언에 이어 환우들의 완쾌를 비는 묵념이 있었습니다.
그 동안 병마와 싸워 건강을 되찾고 계신 정형진 고문님, 김태종 전 회장님,
남정현 회원님, 김채식 회원님, 장정자 회원님, 그리고 정완호 총장님,
이제 곧 완쾌되어 우리 곁으로 오실테지만,
병석에서 우리들 얼굴 떠올리며 참석 못한 아쉬움 달래고 계실
함수곤 전 대표님의 “위취하 당취평” 하는 소리
다시 듣고 싶다는 뜻이지요.




이 회장은 인사말에서
“한사모에서 좋은 사람들 만나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된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새해에도 한사모의 더 나은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과 함께
새 회장단과 운영위원들을 소개하자 회원들이 박수로 격려해주었습니다.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만큼 값어치 있는 일은 없을 터.
또한 땀 흘린 다음에는 보답이 따르는 법.
‘할미꽃하모니카앙상블’을 오늘이 있기까지 이끌어 준
최승준 교수에게 특별상을 드린 것을 비롯,
일년동안 한사모를 위해 땀 흘리신 회장단과 임원들,
할미꽃하모니카앙상블 단장에게 공로상을,
사진위원과 봉사활동 하신 분들에게도
봉사상을 드려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또한 오늘 참석하신 회원님과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모든 회원들에게도 따뜻한 양말을 기념품으로 나누어 드렸습니다.


콩밥누릉지처럼 늘 구수한 유머와
촌철살인적인 김동식 고문님의
‘한사모는 영원하라’는 건배사가 창문을 흔들었습니다.
그 소리가 환우들에게도
큰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로 전해졌으리라 믿습니다.




누구였던가요?
사람이 사는 이유는 먹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사람이.
먹는 것만큼 즐거운 일 또 있을는지요?
고급뷔페로 먹는 즐거움을 만끽했습니다.
좋은 사람, 편안한 사람과 함께 먹는 밥은
그래서 맛이 있는 모양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회원들은 회식비로 25,000원을 냈지만
1인당 5만원 짜리 고급뷔페로 모자라는 비용은 회원들을 위해
한사모 운영경비에서 충당한 것이라 하였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렷다?
할미꽃 하모니카 앙상블이 분위기를 띄우자
갑자기 굴뚝타고 내려온 빨간 옷에 빨간 모자 쓴 산타할아버지가
덩실덩실 춤추며 익살을 부립니다.
행여 선물이라도 주지않을까 눈 비벼 살폈건만
선물 보따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선물 주지 않는 산타는 대신 희망과 용기를 준다던가요?



칸초네의 나폴리 민요 ‘O Sole Mio’로
흥겨운 여흥의 문을 열었습니다.
하모니카와 가장 잘 어울린다는
'돈나돈나’와 ‘처녀 뱃사공’이 이어집니다.
‘돈나돈나’는 송아지와 제비를 통해 자유에 대한 갈망을
표현했다고 해서 한때 금지곡이 되기도 했습니다만
언제 들어도 싫증나지 않는 처녀 뱃사공은
실제 인물이라고 하지요 아마?



박해평 회원님이 박현자 시인의 ‘할매도 사람이다’를
감칠 맛나게 읊었는데 어쩐 일인지 장내가 잠시 숙연해집니다.
마음도 정신도 젊음을 잃지 않았는데
너희들은 왜 물리적인 잣대로 늙은이라고 구박하냐며
세상을 향해 일갈하는 분노의 소리가 가슴을 울립니다.
낭송자의 암송 경륜에 힘입어 감정이입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권영춘 시인이 자작시 ‘궁’으로 바통을 이어갑니다.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그때 그 순간’이
사진처럼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구중궁궐 감춰진 공간에도 신분 낮은 사람이나 벽안의 이방인,
그리고 사람 눈길 닿지 않는 곳에도 채송화가 함께 어우러져 있던 그때나,
‘별똥’처럼 수많은 사람이 북적거리며 살고 있는
21세기 지금의 삶의 현장과
다르지 않다는 역사 인식이 탁월합니다.

노익장의 화신,
한국 걷기 골든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정전택 님이
사유의 시간을 공간이동시킵니다.
‘오빠생각’. 하모니카 소리로 듣는 동요가 색다르게 다가옵니다.
독립운동하러 멀리 떠나면서 차마 말할 수 없어 꽃신 사러 간다고 한
오빠 마음 헤아리는 어린 동생의 애틋함이 가슴을 찌언하게 합니다.
‘울고 넘는 박달재’ 가락이 하모니카 선율에 녹아 옛 향수를 자극하는 노래.
기약 없이 헤어지는 농부 부부의 이별 장면이 눈에 밟힙니다.

멋대로 부르는 노래방 스타일로 향수가 이어집니다.
많은 뒷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특별한 노래지요.
성악가 박인수가 이 노래를 부른 뒤
성악가의 품위를 떨어뜨렸다는 질책과 함께
오페라 극단에서 쫓겨났다는 뒷얘기로 유명한 곡.
김희갑 작곡가가 8개월 동안 뜸 들이다
9시간 고심 끝에 만들었다는 노래.
이 노래가 인연이 돼 뮤지컬
‘명성황후’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설픈 하모니카 연주솜씨로 좋은 곡의 명성에
먹칠하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데....

음악을 사랑하는 음악인,
삶 자체를 음악처럼 즐기는 임병춘 님이
색소폰으로 흐트러진 분위기를 추스릅니다.
사람 목소리와 가장 닮았다는 악기로 전문가도 어려워 한다는
‘오 대니 보이’를 멋들어지게 연주합니다.
부드럽고 감미로운 소리가
우리네 시린 마음을 따듯하게 감싸줍니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독립운동사를 감안한다면
애상적으로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한사모 회원들의 호를 지어주고, 회원 사진첩을 만들고....
매사 적극적인 전한준 님이 530번째로 작곡한
‘친구야 인생이란’ 을 들려줍니다.
인생 달관의 가사 내용이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라는
'하여가'를 연상케 합니다.
공자와 맹자가 이 노랫말을 들었다면 틀림없이 얼굴 붉혔을 것입니다.
요즘 ‘~라고 전해라’란 말을 유행시킨 노래 ‘백세인생’은
우리들 마음을 잘 표현했는데 끝까지 듣지 못해 조금 아쉬웠습니다.

백발의 젊은 신사, 친화력 넘치는
김창석 님이 마이크를 잡으니 무대가 꽉 차보입니다.
굵직하고 육중한 음성이 장내 분위기를 휘어잡습니다.
60년대를 지낸 세대라면 모를 리 없는 곡.
‘입으로
부는 바이얼린’이라고
찬사를 듣는
애커 빌커의 클라리넷 연주나 케니지의 색소폰 연주가 곁들였다면 제격이었을 것을...
애잔한 음색, 낭만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노래를
원어 발음으로 부릅니다.
아마 앤디 윌리엄스가 이 노래를 들었다면
틀림없이 얼굴 붉히며 돌아섰을 터.

일공 심상석 고문님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함수곤 전 대표님의 빠른 건강 회복을 바란다면서
특유의 창법으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리운 님 그리워 하는 연인의 심정이 듬뿍 담겨
듣는 이의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누구를 기다린다는 건 기쁨이라던가요?
그것이 오래된 신발처럼 편안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마지막 노래 순서를 신원영, 손귀연 부부가 나섰습니다.
아는 것 많고 사리 분별 뛰어난 달변의 신원영 님과
평소 겸손하시고 누구에게나 머리 숙여
뭇사람의 존경을 받는 손귀연 님이
‘그 겨울의 찻집'을 감칠 맛 나게 부릅니다.
눈내리는 날 빨간 홍차향 맡으며 들으면 어울릴 것 같은 노래.
호소력 짙은 노래가 구슬픈 색소폰 소리와
어우러져 가슴 미어지게 합니다.





주말걷기 주제가를 부를 때마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은 어제의 미래고 내일은 오늘의 과거라지만
중요한 건 오늘 이 순간이라는 것일 겝니다.
지금은 비움의 시간. 마음의 빗장 활짝 열고 사랑하는 이,
고마운 이에게 엽서 한 장 띄우는 마음으로 내일을 기다리시지요.
설레는 마음으로.



아참! 한사모에도 겨울방학이 있네요.
연말과 신정으로 2주를 쉬고 내년 1월10일(일) 제414회 주말걷기에서
만나 새해 인사를 반갑게 나누어야 하겠네요.
내년부터는 매주 주말걷기 안내를 담당한 사람이 안내 당일의
출석 체크는 물론 뒤풀이 진행까지 모두 처리해야 한다니
정신 바짝 차리고 실수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올 한 해 힘차게 달려온 한사모 회원님들이여,
두루두루 건강하시고
새해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늘 행복한 새 세상 맞으소서.
아듀 2015년이여.

|
첫댓글 박동진 운영위원님, 훌륭한 솜씨로 2015 한사모 송년의 밤 행사를 잘 표현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고 보고 갑니다. 후기 2편도 잘 읽었어요. 댓글을 처음 달기가 그러해서 여기에 인사 첨부합니다. 12월 28일이니 금년도 3일 남았군요, 송구영신하소서! 수고 많으셨습니다. 어리 드림
잘 읽어 보았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글을 맛있게 쓰셨는지, 박동진 운영위원님의 필력은 녹슬지를 않네요.
앞으로도 기대가 많이됩니다. 새해 새마음으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송년의 밤을 맞아 함대표님의 쾌유를 빌며 문을 엽니다. 모두가 가라앉은듯한 기운이 감돕니다.
"한사모는 영원하라"라는 건배사로 기운을 얻어 순조롭게 식순은 진행됩니다.
산타는 희망과 용기를 줍니다.우리 모두 새로운 마음으로 행복한 새해를 맞으라고.
아울러 너무도 멋진 후기를 써주신 박동진 운영위원님께 감사와 박수를 보냅니다.
졸필을 이처럼 예쁘게 봐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격려해 주시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어휘구사력과 멋진 구성으로 당시장면을 생생하게 회상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시때때로 읽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격려의 말씀 가슴에 간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