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09 09:43:07최
8일 아침 일찍부터 팔달산 언덕에는 어르신들의 반가운 얼굴들로 웃음꽃이 넘쳐흘렀다. 오늘은 그동안 설레며 기다려오던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 문학관을 가는 날이다.
오전 7시50분까지 모이기로 한 이 자리에는 그동안 중앙도서관에서 글쓰기 공부를 해온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인터넷 홈페이지의 공지를 통해서 알고 참석한 어르신들까지 모두 만 차를 이뤘다.
마침내 8시가 되자 예정대로 45인승 버스는 팔달산 언덕의 도서관 앞을 출발했다. 더없이 맑은 하늘과 팔달산의 물들어가는 가을 서정이 저마다의 가슴 속을 출렁이기도 하며 달구어 왔다.
언제나 그렇듯 수업이 있는 날이면 어르신들의 글쓰기 교실을 찾아와 불편함은 없는지 보살피며 많은 애정을 쏟아온 김용각 관장께서는 바쁜 일정 탓으로 함께 하지 못하였고, 그 서운한 마음을 조경수 팀장이 대신해주었다. 언제나 웃는 낯으로 어르신들의 마음을 읽으며 동분서주,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이 시대 우리가 바라는 공무원상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 항상 고마운 마음들이다.
그리고 수년째 어르신들의 인격적 존경심과 사랑을 받으며 글쓰기 지도를 해 오신 윤수천 시인이며 동화작가께서 특별히 모셨다며, 박미경 시인을 소개하여 이 자리가 더 빛나 보였다.
수원을 벗어나 차는 곧 경부고속도로를 달렸다. 참석자들 모두의 인사 소개가 끝나자 윤수천 지도 선생님의 주특기인 퀴즈문제 풀기가 있었다. 스무 개의 문학과 우리 수원에 관련된 문제들이 나왔고, 많이 맞추는 세 명에게는 물론 상품도 주어졌다.
그렇게 저마다의 문학 상식도 겨루며 좋아하는 시도 낭송하는 가운데 우리는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장장, 네 시간 반 동안을 달려간 전남 보성의 조정래 문학관은 시내를 벗어나, 제석 산자락 아래에 현대적 건축 양식으로 우뚝 그 모습을 드러내며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러나 이미 점심시간이 기운 때여서 금강산도 식후경이었다. 그 유명하다는 꼬막정식을 맛보고 오지 않을 수 없다며 기대를 모았던 보성의 꼬막정식이었다. 하지만 찾아간 식당의 사장님 너스레와는 다르게 실속이 없는 것 같았다.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평이 나와야 하겠지만 저마다 하는 말이 제값에 못 미친다는 것이 대세였다. 그 기준은 물론 우리 수원이 되었겠지만 아무튼 우리는 다시 문학관 앞에 모였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수원중앙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4차 기행을 따라서_1
수원중앙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4차 기행을 따라서_2
그리고 우리를 위해 나와 주신 임삼순 이곳 문화관광해설사님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었다. 소설 태백산맥은 여순사건이 있었던 1948년 늦가을 벌교 포구를 배경으로 하여 이곳 제석 산자락에 자리 잡은 현부자네 제각 부근에서부터 시작하여 빨치산 토벌작전이 끝나가던 1953년 가을 어느 날까지 우리 민족이 겪었던 아픈 과거를 반추해 내고 있다고 했다.
지식인 출신인 임상진과 그를 따르는 하대치, 결국 회의 하는 지식인이지만 역사로부터 끊임없는 선택과 실천을 강요당하는 김범우, 이성적인 국군장교 심재모, 우익 청년단장 염상구, 손승호, 서민영, 안창민, 소화와 이지숙, 외서댁, 들몰댁, 등 그들이 엮어내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태백산맥이라는 거대한 베로 짜여 진 것이라고 했다.
수원중앙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4차 기행을 따라서_3
먼 길을 달려온 자리여서 더 소중한 시간이었고, 우리는 저마다 귀를 기울이며 해설사를 따라 이곳저곳 많은 자료들을 둘러볼 수가 있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작가가 자녀들에게 공짜로 인세를 넘겨 줄 수 없다며 16,500매나 되는 육필 원고를 필사본으로 쓰게 했다는 것은 작가의 살을 깎는 집필의 아픔을 느낄 수가 있을 것 같았다. 또 얌전한 모습의 해설사의 입에서 뜨겁게 들려오는 말이 있었으니 "야! 이~씨발놈들아! 살아서 빨갱이지, 죽어서도 빨갱이냐"며 동생 염상구가 형 염상진의 잘려진 목을 보며 외쳤다는 비명소리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형제간에 좌우파로 갈라져 이렇듯 피의 전쟁을 불러온 민족사의 비극 앞에 우리는 또 한 번 가슴이 터질 듯이 메어왔다.
수원중앙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4차 기행을 따라서_4
그런 분단의 아픔을 종식하고 통일을 간구하는 문학과 건축미술이 조화를 이룬 최초, 최대의 옹벽이라는 이 모습도 우리는 쉽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고개를 들면 제석 산의 가을 하늘은 저리 맑고 푸른데, 통일의 하늘은 언제일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소화의 집과 현부자의 고택을 둘러보고 먼 길을 우리는 서둘러 와야만 했다. 저마다 가슴에 품어온 뭔가를 하나 해냈다는 즐거운 표정들이었고, 소설 태백산맥을 읽어보지 못한 나에게는 좋은 공부가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