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칠단의 비밀
방정환 글/ 김병하 그림
2024.05.27 13기 김은수
어린이의 대부 어린이의 창시자 방정환 선생님의 작품에 강한 믿음과 호기심을 자극한 책이다. 이전에 방정환 선생님의 책을 한 번도 접하지 않은 나로서는 큰 기대심과 흥미를 갖고 읽게 되었다. 탐정소설이라니~그 시대에 어린이를 위한 탐정소설?!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인 일제시대?! 책 표지부터 어떤 내용으로 전개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가 되고부턴 이런 아이들의 비참함과 학대의 내용으로 표현된 사건들에 공감이 많이 간다. 또한 가슴이 아파 어쩔 줄 몰라하는 시간들이 오래 지속되기도 해서 염려되기도 했지만 동화책이니까 하며 가볍게 읽기로 했다.
일본인 단장 부부에게 어릴 때부터 곡마단의 온갖 힘든 훈련과 학대를 당하며 자라난 두 남매는 서로를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느꼈다. 조선인 같다고 믿고 물어보는 외삼촌의 눈엔 이 남매의 외모에서 자신의 여동생 모습을 본 걸까 단번에 상호와 순자라고 알려줬으니 말이야~ 이 세상이 다 변해도 절대 변하지 않는 본질이 피붙이!! 내 가족의 끈끈한 정으로 그 어떤 어려움과 위험도 무릅쓰고 덤벼드는 건 시대를 넘어 나이와 상관없이 변하지 않는 영원한 인간의 본성인 듯하다. 어려서부터 단련된 훈련으로 민첩하고 변장술에도 능한 상호는 그 시대의 어린 아이들에게는 영웅적 존재로 희망이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곡마단 부부가 순자에게 행한 가혹한 채찍질로 인한 상처는 우리 민족이 한마음으로 느끼는 상처일 것이며 그로 인해 더욱 하나 되는 한민족의 결속력일 것이다. 오빠의 거처를 숨기려고 쪽지를 삼킨 순자에게 가해지는 맨살에 발길질과 학대장면은 너무도 리얼하게 묘사되어 영화 유관순의 감옥고문씬이 오버랩 되기도 했다
1920년대의 중국 홍등가의 밤 문화며 칠칠단 소굴에서 지하로 연결되는 홍등가 식당의 내부구조 묘사는 카메라가 따라가며 보여지는 듯한 생생함도 느껴졌다. 읽으면서 느낀 건 조금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16살 소년인데 너무 어른스럽고 철든 행동? 기호는 통역해준 외삼촌 이웃인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중국까지 같이 와서 위험을 감당하고 마지막에 아버지를 드라마처럼 극적으로 만나 조선으로 가는 급하디 급한 마무리로 소설을 끝맺어서 뭔가 빠진 듯한 허술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렇게 보는 것 또한 나의 어른들의 눈으로 판단한다는 것에 반성했다. 그 시대에 어린이의 눈높이로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게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방정환 선생님의 추리력에 감동했고 나의 얕은 판단력과 지적질에 반성했다.
나라를 빼앗긴 상황에서 어린이들에게 용기와 지혜를 갖게 하시고,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극복의 정신으로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우리 국민들에게도 희망을 준 내용이다.
33년의 짧은 생을 살면서 어린이만이 나라의 희망이라고 생각했던 방정환 선생님이 지금의 저출산 시대의 대한민국에 계셨더라면 확실한 출산 장려 정책을 펼쳤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 어린이 도서 연구회야말로 방정환 선생님이 만드신 그 색동회 명맥을 이어가는 모임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보며 이 시대의 모든 어린이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자라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