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랑의 고통
송인성
고통의 저울이
아픔 쪽으로 기울어지면
사는 날이 흐릿하지만
사랑 쪽으로 기울어지면
인내와 친구가 된다
현재의 고통이
철조망을 깔아 놓아도
눈먼 사랑의 길은
발자국에 혈흔만 남긴다
그 길을 가겠냐고 물으면
고개 숙인 어깨는 더 깊어져
저녁노을과 마주 서 있는
저미는 가슴에서 답을 찾는다
2. 아름다운 것에 대하여
송인성
아름다운 것은
비교할 수 없는 그 자체
비교한다는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시기
아름다운 것은
살아있다는 것 그 자체
살아있다는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믿음
아름다운 것은
선물로 받은 그 자체
선물로 받지 않은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모방
아름다운 것은
희생하여 얻은 그 자체
희생 없이 받은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흑역사
3. 계절 사랑
송인성
겨울 사랑이 깊어지면
마른 장작 같은 봄이 되고
봄 사랑이 짙어지면
뜨거운 모닥불 같은 여름이 되고
여름 사랑이 농익으면
불꽃으로 물든 가을이 되고
가을 사랑이 읊조리면
참숯에 내린 겨울이 된다
겨울이 녹아내리기 전에
숯에 그을려진 얼굴에서
첫사랑을 읽는다
4. 봄바람
송인성
봄이라는 명분으로 따라와
겨우내 창문 한 번 연적 없던
나뭇가지의 잠을 깨운다
남들이 자고 있을 때
살갗을 파고 나온
새싹 같은 사랑을 노래하고
새들이 지저귀기 전에
푸른 옷 갈아입고
변치 않는 사랑을 보여달란다
할 수 없던 천 가지 일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잔잔한 마음에 실어 놓았다
5. 꽃의 가시
송인성
들여다보면
아프고 저리다
마음을 보면
꽃을 감싸 안은
어미 같은 날개
좋은 것 줄 수 없어도
한 시절만큼은
활짝 웃어라
시들어지면
외면할지라도
외길 사랑으로
너만 바라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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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향문학 14호 원고방
덕향 14호 원고 / 송인성 시인 -5편-
영원 김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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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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