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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종교는 역사의 박물관에 걸어라!
 
 
 
카페 게시글
그래도 세상 교회에 간다면 스크랩 신도보다 비신도가 많은 교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발람의 나귀 추천 0 조회 57 14.02.22 11:2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성암교회의 변신, 주민은 전도대상 아닌 이웃

 


서울 은평구 녹번동 역촌역에서 성암교회(예수교장로회 통합교단 소속)로 가는 400~500m의 대로와 골목엔 요즘 흔하디흔한 카페 하나가 보이지 않는다. 으리으리한 강남이나 도심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박한 동네다. 그 좁은 골목 안에 보석이 숨어 있다. 성암교회 비전센터다. 이곳엔 반경 1㎞ 안엔 찾아보기 어려운 카페도 있고, 어린이도서관도 있다.

 


성암교회2.jpg
*바오밥카페와 다섯콩어린이도서관이 있는 성암교회 비전센터 앞에 선 성암교회 조주희 목사.

 

5일 오전 카페에 마을 주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평일이어선지 여성들 일색이다. 대부분 1000원~3000원 정도로 저렴한 커피와 음료수를 시켜 마시며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눈다. 성암교회 조주희(51) 목사 곁에서 차를 마시던 20대 여성들에게 “성암교회 다니느냐”고 물으니, “근처 다른 교회를 다닌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이 카페나 어린이도서관 이용자는 이 교회 신자들보다 오히려 비신자 주민들이 많다.

10시30분 이 카페에서 ‘인문학 아카데미’가 시작된다.  이호선(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의 ‘행복한 어른, 행복한 아이’라는 강의다.
“아이들이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죠? 아이들은 다 알고 있어요. 우리 아이는 ‘야동’도 안 본다고 생각하지요? 천만에 말씀. 중·고등학교 다니면 이미 ‘야동’의 단계별 코스를 다 밟았다고 보면 되요.”
 학부모들의 눈이 동그래진다. 이 교수는 “아이들은 매일 커가는데, 성장이 정지된 어른들은 아이들을 늘 아이들로만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한다.

“부모는 아이가 0~1살 때엔 보육자, 1~3살 때엔 양육자, 3~7살 때엔 훈육자지만, 7살이 되면 이제 훈육하려 들지 말고 격려자가 되어야 하고, 12살이 되면 상담자가 되어줘야 하고, 20살이 넘으면 인생의 동반자라고 여겨야 되요. 인격적 파트너로 대하지 않고 ‘나는 부모, 너는 자식’이라고 억압하려 들면 소통이 될 리가 없지요.”
수강자들은 아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강의에 눈이 커진다. 불통의 원인을 깨달은 듯 소통의 희망의 빛이 스치는 눈빛들이다.

이날 시작된 ‘행복한 어른 & 행복한 아이’란 주제의 인문학 강좌는 매주 화요일 △김흥식 서해문집 대표의 ‘엄마와 함께 만드는 교육’ △이영의 강원대 교수의 ‘과학적 교육’ △이수광 이우중·고교장의 ‘한국 교육의 미래’로 이어진다.
강남의 학부모들처럼 사교육에 많은 돈을 쓰지도 못하지만 자식들은 누구보다 잘 키우기 싶은 이 동네 주민들에게 요긴한 강좌들이 아닐 수 없다. 이곳에선 이번 강좌 말고 올해 3개 주제당 4번씩 12번의 강좌가 더 열린다. 
 
이곳 카페의 이름은 동화 <어린 왕자>에서 딴 바오밥, 어린이도서관 이름은 공기돌의 다른 이름인 ‘다섯콩’이다. 교회 느낌이 전혀 없는 이런 이름들은 마을 주민들의 공모를 통해 채택됐다. 
 
어린이도서관엔 8000권의 책이 채워져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고 있다. 성암교회엔 주일 600명가량이 출석하지만 부유층 동네 교회와 달리 넉넉지 않은 살림의 신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주일이면 집에서 들고온 폐지를 모아 팔아 책을 한 권 두 권 마련해갔다. 그렇게 채운 도서관이지만, 이 교회 신자가 아니라고 차별하기는커녕 ‘누구냐’고 묻지도 않는다. 주민들은 이 교회를 다니지 않아도 아무런 꺼리김없이 드나들 수 있는 카페와 어린이도서관이 있어서 행복하다.
 
교회에서 주는 더 큰 혜택을 받은 이들은 이곳 방과후 지역공부방을 이용하는 48명의 아이들이다. 대부분 기초생활보호대상자나 소년소녀가장, 조손가정, 외부모인 아이들은 집보다 좋은 공부방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고 먹고 공부한다. 신자들은 아이들에게 과자 사줄 돈이 없어서 직접 만들어 먹인다고 하지만, 패스트푸드가 넘치는 요즘 세상에 정성으로 직접 만들어준 간식을 먹는 아이들은 행운아들이다.
 
이런 비전센터를 교회 주차장에 만든 것은 4년 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훈련원이 여는 ‘목회자 인문학 아카데미’를 통해 소통의 중요성을 절감한 조 목사는 주민들을 전도의 대상으로 보던 발상을 전환해 교회가 주민들의 좋은 이웃이 되기로 결심했다. 조 목사는 “이 비전센터를 만들면서 이걸 또 성장의 도구로 활용하려 드는 것을 가장 경계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교회의 욕구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욕구를 반영했다.
“실은 우리 교회는 신학적으로 보수적이고 전통적이에요. 이건 신학적인 진보·보수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지역과 이웃을 어떻게 보느냐의 차이일 뿐이지요.”

 


성암교회1.jpg
*바오밥카페에서 성암교회 조주희 목사가 인문학강좌를 듣고 있다.

 

‘아이는 매일 커가는데 어른은 더 성장하지 못해 문제’라는 이날 강사의 말은 ‘세상 사람들의 의식은 많이 바뀌는데, 교회는 여전히 주민들을 전도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해 교회와 세상이 불통한다’는 말로도 새겨들을 수 있다. 성암교회는 이런 우려를 앞서 불식시킨 선구자다. 주일날 주차와 인파로 눈살을 찌뿌리던 주민들도 교회를 바라보는 눈이 따스하게 변하고 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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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인문학 독서모임


목회자들의 인문학 바람의 진원지는 2009년부터 시작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훈련원(원장·이근복 목사)의 ‘목회자 인문학 독서모임’이다. 성암교회 조주희 목사도 매달 한 번씩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 열린 이 독서모임에 나가면서 소통하는 교회로의 변신을 꿈꾸었다.

 

저자를 직접 초청해 40~50명이 강의를 듣고 질의 응답하는 이 모임은 인천·대전·강릉으로 확산됐다. 이들이 다룬 책은 <금기의 수수께끼-성서 속의 금기와 인간의 지혜> 등 성서 관련 서적부터 <정의란 무엇인가> 등 교양 서적까지 다양하다. 지난해 하반기엔 ‘이 시대의 문화코드를 읽다-소통’이라는 제목으로 언론·문학·영화·철학 등을 다루었다. 올 상반기엔 서광선(이화여대 명예교수)·지형은(성락성결교회)·박종화(경동교회)·이찬수(분당우리교회)·이영훈(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를 초청해 이들이 추천하는 책을 통해 신앙적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교육훈련원은 목회자들이 반응이 좋자, 개교회에서 인문학 강좌 개설을 원하면 프로그램 구성과 강사 섭외 등을 도와주고 있다.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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