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수필의 특성
(1) 산문의 문학
수필은 형식이나 내용에 있어서 운문으로 표현된 글이 아니라 산문으로 나타내는 글이다.
산문 정신이 강한 소설이나 희곡이 잘 짜인 글이라는 인상이 짙고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구성을 나타내지만, 수필은 주제를 자기 생각에 나타나는 대로 표현한 글로서, 자기가 발견한 깨달음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창작적인 산문이다.
(2) 고백적인 자조문학
소설과 희곡에서는 표현 뒤에 주제를 숨기지만 수필은 겉으로 그것을 드러낸다. 허구가 아니라, 사실적으로 적나라하게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자기의 취미, 지식, 이상, 정서, 사랑, 인생관, 세계관, 가치관 등과 습관까지도 솔직하게 노출시킨다.
수필 쓰기는 자신의 삶과 인생을 진실의 거울 앞에 비춰 보이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진실이 바탕이 된다. 수필을 ‘고해성사’라고 하는 것도 진실에 입각한 고백적 자조문학임을 말한다. 수필은 미셸 몽테뉴의 말처럼 터놓고 보여 주는 한도 내에서 그대로의 나를 보여 주는 진실인 것이다.
(3) 무형식의 형식문학
수필은 어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게 쓰는 글을 말한다. 시, 소설, 희곡에 비하여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형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형식은 내용이나 정서, 상상, 사상을 예술화하는 그릇이므로 어떤 장르이든 문학 형식의 제약을 받는다.
즉 수필은 보이게 혹은 보이지 않게 주제(제목)에 따른 서두-본문(소재와 느낌)-결미(의미부여)의 형식을 갖추었을 때 좋은 글이 된다.
(4) 다양한 제재의 문학
수필은 무엇이든지 담을 수 있는 그릇이다. 어떤 주제나 소재를 담아내는 작가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길 수밖에 없다. 자연풍물, 신변잡사와 보고 느낀 것 등 모두가 수필의 소재가 된다.
다만 이를 가지고 어떻게 수필로 빚어낼 것인가 하는 것은 필자의 솜씨의 경지에 따라 달라진다. 산문시적 수필이 될 수도 있고, 유머가 흐르는 경쾌한 산문이 될 수도 있고, 운치가 그윽한 서정수필이나 논리 정연한 논리수필, 예리한 비판정신이 번쩍이는 비평수필이 될 수도 있다.
(5)양성의 문학
수필은 운문과 산문의 중간지대에 자리한다. 수필은 논리적인 구성(서두-본문- 결미)에서는 소설을 닮고, 체계적인 전개 (주제에 따른 소재와 느낌)에서는 시의 함축성에 가까운 중간지대에 있기 때문에 양성문학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즉 수필을 압축하면 운문이 되고 구체화해 풀어쓰면 소설이 된다.
(6) 해학·비평정신의 문학
문학의 기능은 즐거움과 교훈을 주는 것이다. 수필도 삶의 기쁨과 슬픔을 보다 깊고 보다 넓은 감동으로 전달해야 한다.
그러므로 수필은 단순한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지성을 기반으로 정서적·신비적 이미지로 내일을 제시해 주는 창작적 지표가 깃들어야 한다. 따라서 유머, 지혜와 위트, 비평정신은 수필을 수필답게 만드는 양념으로서, 사람이 느끼는 미적 즐거움과 따스한 인간애를 보여 주는 요소가 된다.
(7) 개성의 문학
수필은 자신의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문학이다. 자신의 주장, 주의, 세계, 발견, 명상, 습관, 체취 등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데 수필의 묘미가 있다. 따라서 자신만의 체험의 세계, 정서의 세계에 독창적인 탐색과 상상력을 통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수필의 개성을 꽃피우는 일이다.
2024.6.23.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