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이다.
일단 재밌고 게다가 유익하며 심지어 사고의 확장과 발상의 전환이 아울러 생기는 듯하다.
뒷통수를 세게 한 대 맞은 듯 한데..기분 나쁘기는 커녕 유쾌하고 속시원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있거나 안다고 믿었던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이론 및 가설과 사회적 담론을, 저자 특유의 입담과 박학지식한 논리로 까뒤집어 놓은 때문이리라.
제 1부 인지혁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뒷담화 기술>이다.
지금의 인류의 선조가 된 사피엔스 종이 여타의 포유류와 달리 사회를 구성하고 거대한 문화를 일굴 수 있었던 주요 이유중 하나로 <뒷담화 기술>을 들고 있는데, 뒷담화 기술이란 단순한 신호나 호르몬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것과 달리 타인이나 사회에 대한 비판을 통한 여론을 조성하고 여론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축의 시대>에서 저자 < 카렌 암스트롱>이, 인류문화의 진전을 인간의<공감능력>의 진전과 연관하여 설명한 것과 일맥 상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하라리는 카렌 암스트롱보다 훨씬 더 앞서서 선사시대 <원시인>의 삶에서 뒷담화기술을 끄집어내고 있으니..그 창발적인 생각이 놀랍기 그지없다.
제 2부 농엽혁명은 기존의 세계사적 경제사적 관점이 뒤집힌다.
코페르니쿠스적 사고의 전환이 생긴다고나 할까.
농업혁명이 갖는 익히 알고 있는 의의..정착생활과 농경 목축의 시작이 잉여자본을 잉태하는 바 이는 곧 사회계급질서를 낳고 이렇게 태어난 계급질서는 거대한 민족과 국가를 양육하는 바..어쩌구 저쩌구가 일거에 깨지는 발상의 전환이다.
농업과 목축의 정주문화는 곧 인류의 무한 노동력의 투여라는 비극을 초래하게 된다는 하라리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이는 곧 시간단위로 쪼개어 하루를 살아가는 부품화된 개인들의 삶도 아울러 생각해 보게 된다.
제 3부 인류의 통합에서는 <상상의 질서>를 만나게 된다.
돈(상인), 국가(정치인), 종교(사제)가 모두 인간의 상상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
자유며 평등이며 인권이며 페미니즘이며 저항문학이며 민족주의 기타 등등의 것들이 실상 실체없는 상상속 허구 일수 있다는 것.
이런 상상의 질서를 서로 인정하거나 인정하는 척 하며 인류문화가 지탱되어 오고 있다는 것이다.
너와 나의 상상이 모여서 질서를 만들면 상부구조와 하부토대를 아울러 만들 수 있다니..
제 4부 과학혁명은 <되먹임 고리>의 연속이다.
권력은 자본을 연구에 투자하고 연구성과는 권력에 자본을 벌어다주고 그 자본은 다시 연구에 재투자된다.
과학기술이 제국의 발전에 기여하고 제국의 발전은 식민지수탈로 거대자본을 취하고 그 거대자본은 다시 과학투자로 이어지는 끝없는 순환..이것이 악순환인지 선순환인지는 알 수 없다. 하라리 식으로 말하자면 알 필요도 없다.
그냥 그러하다. 건조한 객관적 서술.
600페이지 가량의 방대한 내용을 사피엔스인 내 머리가 이해한 내용만 군더더기 빼고 초간단하게 요약했다.
이 내용이 가장 임팩트있게 다가온 때문이기도 하고..또 토론자리에서 주로 언급된 내용인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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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으며 느낀 점은 시간차를 두고 좀 다르다.
읽을 때는 <재밌어 죽겠다> < 정말 똑똑한 사람이네> <대단히 놀랍다> 였다.
토론을 할 때는 < 하라리의 논리에 논리적 자가당착이 보인다 > < 지나치게 냉소적인 입장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쎄게 들었다.
지금 독후감을 쓰면서는 < 하라리는 왜 자신의 책에 반론이나 질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는지 무지 궁금할 것이다>는 생각이 휘릭 든다.
하라리 스스로 책의 부제에서 밝혔듯이..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이라고 쓴 책인데..
그러니까 <위대한 결론>이 아니라 <위대한 질문>을 던졌을 뿐인데..
왜 많은 사람들은
<질문>을 <답>으로 여기고 환호하기만 급급한 것인가..궁금해진다.
아마 <위대한>질문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하라리..끝끼지 영리한 녀석..질문이라고 눙치고 더러 보이는 논리적 비약을 다 덮어버렸다.
첫댓글 사피엔스 책을 읽고 나는 사고의 지평선이 넓어진 책이라고나 할까?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를 한 눈에 통찰하는 눈을 갖게 해 준것 같은?
세계사와 같이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진화론적으로 인간의 역사와 필연적으로 지금에 이르게 된 과정을 알게 해 주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의 내용에 반박하지 않느냐? 그건 난 인간 역사를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갖게 해 줬기 때문에 책 내용을 토대로 사고의 폭이 넓어졌다고나 할까? 민족, 국가, 부족이 생겨나고 경계가 생겨나고 약탈과 전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과정을 조금은 이해가 돼. 그래서 칸트는 공화정 국가간의 연대를 해결책으로 제시 했었지? 그래서 내가 책을 볼수록 인간에게 환멸이 느껴지는가? 희망이 보이는가? 질문을 한 적이 있지? 혹자는 인간은 언제나 그랬듯이 답을 찾을 것이다. 라고 말하지만 글쎄....
하라리가 강연자로 나오는 무슨 프로그램을 봤는데,
아프리카 어느나라(내 기억에는 콩고) 에서 온 이민자가 하라리에게 질문을 했지.
하라리가 주장하는 세계국가론을 받아들인다 치면
본인의 모국같은 약소국가들은 여전히 약자의 입장에서 설움을 겪지 않겠냐는 그런 내용.
그 때 하라리의 대답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하라리의 책이 대단히 창발적이고 매력적임에도 불구하고,
'냉소적'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