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을 마치고 부랴부랴 대전행 기차를 타고 추동으로 향했습니다.
저녁 7시 반에 대전역에 내려 급한대로 역 근처 김밥천국에서
치즈라면을 한 그릇 후루룩 해치우고
한 번 놓치면 답이 없는 80분 배차의 버스를 타기 위해 서둘러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초록색 60번 버스를
타고 머리를 창문에 댄 채 한 30분쯤 지났을까?
사방에는
땅거미가 지고 건물들로 둘러 쌓였던 창문 밖 풍경이 나무와 산, 바람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친구와 잠시 전화통화를 하다 급하게 내린 추동마을은 사람 하나
없이 고요했습니다.
혼자 밤에 한번도 와 본적 없는 곳이었지만 무섭지 않았습니다.
왁자지껄한 학교 안을 벗어나 이렇게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에 오니 마음이 놓였습니다. 편안했습니다.
그렇게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 보니 편의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편의점 주변을 서성이면서 호숫가마을 도서관은 어디에 있나 하고 동네를 둘러 다녔습니다.
그런데도 도서관을 찾을 수 없어서 다시 편의점으로 나온 그 때, 편의점
인줄 알았던 그곳에서 사람들이 조금 모여 있기에 들여봤더니 그 안에 최선웅 선생님께서 계셨습니다.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하고 도서관 안에 있던 동료들과도 인사했습니다.
잠시 후 9시부터
아이들이 준비한 면접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가장 나이가 많은 익수 형이 면접을 하러 나갔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도서관에서 기다렸습니다.
곧이어 한 명씩 한 명씩
면접을 봤고 저는 마지막 차례로 면접을 봤습니다.
‘박동현 선생님~’ 하고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에 ‘무슨 질문을 할까?’ 하는 궁금증과 약간의 설렘과 약간의 긴장을 가지고 자리에서 일어나 면접을 보러 갔습니다.
면접장에 가보니 정성스레 준비한 음료 메뉴판이 있었습니다.
메밀차와 아카시아차, 홍차와 커피가 메뉴에 있었고 메뉴판 위에는
메밀차와 커피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메밀과 커피콩이 테이프로 붙여 있었습니다.
작은 것 하나에도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이 묻어났습니다.
곧이어 면접을 봤습니다.
6명의
아이들 중에서 가운데 앉아있던 중학생 친구를 중심으로 열심히 제 자기소개서를 읽으며 질문을 던졌습니다.
‘여기 자기소개서에
보니까 중국어를 할 줄 안다고 했는데 중국어로 자기소개 좀 해주세요’
‘어렸을 때 꿈이
무엇이었나요?’
‘어떻게 추동을 알게
되었나요?’
‘왜 사회복지를 하게
되셨나요?’
‘이번 여름에 함께
하고 싶은 활동이 있나요?’
제 자기소개서 열심히 읽고 면접 준비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스무 장이 넘는 자기소개서 읽기 귀찮고 힘들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읽어주어 고마웠습니다.
면접 준비하며 그리고 면접 진행하며 얼마나 떨렸을까요? 본인들도
얼마나 긴장했을까요?
그래도 끝까지 침착하게 면접관으로서 질문해준 모습들이 참 귀해 보였습니다.
이렇게 면접을 끝내고 잠시 쉬다가 마을 주민 집에 들어가 잠자리를 폈습니다.
자기 전에 잠깐 도서관에 들렸는데 승철이 형이 서울에서 퇴근하자 마자 차 타고 오셔서 후배들 보러 오셨습니다.
역에서 성심당 빵을 사 오셔서 덕분에 밤에 배부르게 맛있는 빵 먹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5시에
기상해서 계족산에 올랐습니다. 4시간 동안 열심히 걸으며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사회사업 하게 된 계기, 정보원 활동 내용 등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산 정상에 올라 호수를 바라보니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가 참 좋았습니다.
그렇게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10시 40분 버스를 타고 추동을 떠나왔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 만나고 새로운 동료들 만나고 등산하면서
새로운 힘을 얻고 온 것 같습니다.
1박 2일 동안 감사했습니다.
첫댓글 메밀과 커핑콩을 붙이다니!
작은 것 하나에도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 참 예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