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2-12
노래는 혼자 부르는것과 타인들 앞에서 부르는것이 약간 차이가 있다
생각해 보면 내 행태에 많이 변화한것중 하나가 노래 부르기다
국민학교 저학년때 음악시간 앞에 불려나가 노래를 불러야 한적이 있었다
음악실기 시험이었나 그것도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생애 처음으로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를 한다는 새 경험에만 정신이 아득했었다
떨리고 부끄러워 그날 입고 있었던 고무줄 바지인지 치마인지에
애꿎은 허리단만 자꾸 만지작거리고 추스렸다
노래부르면서 벌서는것 모양 고개를 못 들고 숙이며 애써 소리를 낸다고 불러도 모기만한
자신없는 노래가 나왔다
선을 보는 색시처럼 반 친구들과 선생님이 난데없이 어렵고 무섭게 느껴진다
머리도 잘 빗고 나올걸 더 새옷 입은날 부르지 지금 입은 쉐타는 팔이 짧은데....
자신없는 생각으로 더 정신이 없었다
괜찮아 어서 불러라... 격려를 해주셔도 앞에 나가 음정 맞춰
노래를 하는 일이 숨 막히도록 고역이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 이후로 타고난 끼가 있는것이 아니니 별반 남 앞에 나서
노래할 기회가 없었던것 같다
그런데 어느날 나들이 갔다가 관광지 어느곳에서
일행중 한분이 요즘 노래방이 라는것이 있는데 자신이 경험한 바 흥미롭다며 한번 가보자 이끌었다
아마 초창기 노래방이 보급되고 있는 시기였던것 같다
오백원 짜리를 카운터에서 한주먹이나 바꾸어다 동전투입구에
넣으면서 노래를 부르는 기기 시스템이었다
부부동반이어서 모두 네명이었는데 그 숫자도 관중이라고 여겨져
내 차례가 되자 여지없이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고 박자 음정 틀릴까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노래부르기 시험보는것 같은 엄숙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모두 어설프게 노래를 했지만 처음 노래방 구경이 신기했었다
다음에 또 가리라 마음 먹을 만큼
세월이 흘러 그동안 노래방에 마르고 닳도록 많이 다닌 덕인지
음치에 가까웠던 분도 그 증세가 치유가 되어 제법 손색이 없이 부르고
나도 이제 능청맞게 힘을 빼고 부를 수있는 경지까지 다다랐다나?
운동이든 노래든 힘을 빼야 잘 할수 있는건 이론으로는 잘 안다
무슨일에도 한발작 뒤로 물러서서 보며
한박자 쉬고 마음을 비우며 대처한다는 여유의 이치
말처럼 간단하지 않고 많은 연습과 수양이 필요한것 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프로인 가수들은 역시 노래가 다르고 타고난 그들도 자신의 곡을
수만번 부르며 연습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달관의 경지에 올라야 자유자재로 노래에 담긴 감정까지 표현하면서 부를수 있겠지
노래 부르는 동안에 그 노래의 주인공으로 도취가 되어 흥에 겹기도 하고 감상에 빠지기도 한다
그나마 나 혼자 부를때는 훨씬 더 낫게 부르는데
억울하게 누구만 있으면 심장이 떨려 제 정신이 아니고
박자도 놓치고 음정도 제대로 불러지지가 않게 된다
그래서 노래가 끝나면 뜨거운 한숨이 다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왜 노래방에서 내게 노래하라 권하는 사람은 무조건 이뻐 보이고
내 노래 예약한것 지워 버린 사람은 미워서 눈 흘기는 것인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