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회장 비롯해 지도부의 금융 리스크 관리 무능으로 내부통제 어려워 금감원은 농협중앙회 지배구조 문제점 계속 거론
농협중앙회가 지난 2월 22일 2024년 범농협 사고 근절 협의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농협중앙회]
농협은행의 연이은 금융사고 원인은 농협중앙회의 무능한 리스크 관리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농협의 2인자인 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은 매번 계열 금융회사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지침이 현업부서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면서 올해에만 무려 네차례나 대형 금융사고가 터졌다.
농협중앙회가 농협은행에 대한 내부통제 콘트롤 역량을 갖지 못하고 있을뿐 아니라 금융사고를 개선할 적극적인 의지도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로 농협은 지난 2022년 8월 제1차 범농협 사고 근절 협의회를 개최하고 내부통제시스템 개선·보완 횡령사고를 근절키로 했다.
지난해 2월과 올해 2월에도 범농협 사고 근절 협의회를 열어 직원 횡령 등을 비롯한 각종 사고를 뿌리 뽑기 위한 사고 예방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보여주기식 회의에 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농협중앙회 부회장은 범농협 사고 근절 협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고, 감사업무·내부통제 담당부서장 11명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농협의 2인자인 부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계열 금융사를 통제하고 있어도 ‘소 귀에 경 읽기’ 격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사고 근절 대책을 마련하고 집행하는 실질적인 책임자인 부회장의 금융업무 리스크 관리에 대한 전문성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이 올해 3월 제25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인선 조직을 개편, 이재식 부행장 후임에 현 지준섭 전무이사(부행장)를 임명했다. 농협의 전무이사는 농협중앙회 회장에 이은 농협 내 2인자다. 통상 부회장으로 통한다.
지 부회장은 배문고와 서울대 농업교육학과를 졸업했다. 농협 입사후 중앙회 미래전략부장, 농가소득지원부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고 농협은행 부행장과 NH농협무역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이재식 전임 부회장과 지준섭 현 부회장은 농협에서 뼈가 굵어온 농협맨이지만 농협은행의 금융사고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설 전문성이 부족한 셈이다.
아울러 사고를 근절하겠다고 굳은 의지를 표명하거나 책임지려는 모습도 보이지는 않고 있다.
강호동 회장 또한 금융 부문의 리스크 강화나 내부통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문외한’이라 할 수 있다.
강 회장은 합천율곡농협 조합장(5선) 출신으로 대학을 중퇴하고 농협에 입사해 40여년을 농협인이면서 동시에 농업인으로 보냈다. 강 회장은 지난 1월 25일 열린 선거에서 제25대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됐으며 임기는 3월 7일 시작됐다.
일각에서 농협의 금융사고가 잇달아 터지는 것은 농협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농협중앙회의 조직도 [자료=농협중앙회]
농협의 지배구조는 최정점에 농협중앙회가 자리잡고 있고 농협중앙회는 두 개의 지주회사로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를 두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산하에 농협은행을 갖고 있다.
농협은행에 대한 인사권은 농협중앙회보다는 농협금융지주가 행사하고 있다. 이같은 복잡한 지배구조로 인해 농협중앙회 2인자인 부회장의 금융 계열사 내부통제 강화 주문에도 ‘말발’이 먹히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금융 리스크 부문에 문외한인 강 회장이 3월 초 취임하면서 더욱 내부통제 고삐가 늦춰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삼성, 현대차, LG, SK 등 대다수의 그룹은 지주회사를 두고 있어도 손자회사 등에 대한 인사권을 그룹에서 갖고 있다. 그룹 회장이나 오너가의 입김은 강할수 밖에 없다.
반면 농협은 강호동 회장이 농협중앙회 회장으로 산하에 농협경제지주와 농협금융지주의 두 지주회사를 두고 있지만 농협은행의 인사권은 농협중앙회가 아닌 농협금융지주에서 행사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021년 12월 농협은행장에 이석용 당시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상무) 2022년 1월부터 2년 임기로 선임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농협은행 신임 은행장에 이석용 후보를 단독 추천했다.
농협금융지주 임원호보추천위원회는 위원장 1명과 위원 4명(사외이사 포함)으로 구성되며 기능은 회장, 사외이사, 감사위원, 자회사 등의 대표이사 후보자를 추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농협은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지만 보다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내놓고 있기 보다는 그저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이다.
[사진=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은 농협은행의 금융사고가 문제시되자 지난 5월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했다.
금융감독원은 일부 언론에서 금감원이 농협은행의 금융사고를 빌미로 농협중앙회 길들이기에 나선다는 보도가 나오자 정기검사 착수배경을 설명하면서 지난 2022년 5월 정기검사를 받은 농협금융지주 및 농협은행의 경우 올해 검사주기가 도래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에서 은행 직원이 불법행위에 직접 가담한 정황이 확인되는 등 내부통제 측면에서 취약점이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금감원은 정기검사를 통해 농협금융지주 및 농협은행의 경영 전반 및 지배구조 취약점을 종합 진단하여 개선토록 할 필요가 있고 금감원은 농협금융지주 및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시 지주회사법, 은행법 등 관련 법규에서 정하는 대주주인 농협중앙회 관련 사항과 지배구조법에서 정하는 지배구조 관련 사항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있는 경우 개선토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지주회사법의 45조의4항과 은행법의 35조의4항에서는 주요출자자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금지하고 있어 금감원은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나 농협은행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들여다 보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농협은행의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도 살펴보겠다고 벼르고 있어 농협은행의 금융사고는 재발 방지책 수립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미묘한 파워 게임의 장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