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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시내버스는
차창에 웬 찬란한 치장을 하고 달린다.
엄동 혹한일수록
선연히 피는 성에꽃
어제 이 버스를 탔던
처녀 총각 아이 어른
미용사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의
입김과 숨결이
간밤에 은밀히 만나 피워 낸
번뜩이는 기막힌 아름다움
나는 무슨 전람회에 온 듯
자리를 옮겨 다니며 보고
다시 꽃이파리 하나, 섬세하고도
차가운 아름다움에 취한다.
어느 누구의 막막한 한숨이던가
어떤 더운 가슴이 토해 낸 정열의 숨결이던가
일없이 정성스레 입김으로 손가락으로
성에꽃 한 잎 지우고
이마를 대고 본다.
덜컹거리는 창에 어리는 푸석한 얼굴
오랫동안 함께 길을 걸었으나
지금은 면회마저 금지된 친구여.
= 차창에 서린 입김들이 찬란한 꽃을 피우고 시인은 어느 추운 겨울 새벽 시내 버스에 타고 있다. 시내 버스 차창에는 하얗게 성에가 얼어붙어, 수없는 꽃들이 핀 듯 찬란하게 반짝이고 있다. 시인은 이를 ‘엄동 혹한일수록 / 선연히 피는 성에꽃’ 이라 표현한다. ‘엄동 혹한. 이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독재 치하의 혹독한 현실이라 해석해도 좋으리라. 새벽 버스의 차창에 피어난 ‘성에꽃’ 은 어제 이 버스를 탔던 사람들의 입김이 얼어붙은 것이다. 시인은 ‘어제 이 버스를 탔던 / 처녀 총각 아이 어른 / 미용사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의 / 입김과 숨결이 / 간밤에 은밀히 만나 피워 낸 / 번뜩이는 기막힌 아름다움’ 이라 감탄한다. ‘성에꽃’ 에서 동 시대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발견한다는 것이리라. 차창 안쪽에 어린 ‘성에꽃’ 은 그들의 막막한 한숨, 또는 삶의 정열이 숨결로써 ‘만나 피워 낸’ 아름다움이다. 마치 전람회에서 이리저리 오가며 그림이나 사진 같은 전시작들을 감상하듯, 시인은 버스의 자리를 옮겨 다니며 차창에 서린 ‘성에꽃’ 의 ‘꽃이파리’ 하나하나를 감탄하며 들여다본다. 다섯 살 아이도 아닌 시인이 유리창에 낀 성에를 바라보느라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있는 이 모습은, 동 시대 서민들의 삶에 대한 시인의 애정을 의미하는 것일 터이다. 차창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 보며 문득 시인은 차창에 입김을 불어 손가락으로 닦아 낸다. ‘성에꽃’ 을 바라보며 동 시대 서민들의 삶에 경탄의 감정을 느끼던 시인이 이렇게 ‘성에꽃 한 잎’ 을 지워 내는 것은, 그들의 아름다운 삶들 사이의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을 자신의 삶의 모습을 바라보기 위함일 것이다. 성에가 낀 창문으로는 밖을 바라볼 수도 없지만, 또한 그 창문에는 안이 비치지도 않으니까. 밖은 어둡고 버스 안에는 희미한 불빛이 있으니, 이제 차창에 생긴 조그만 빈 자리에는 당연히 시인의 얼굴이 비치리라. 거기에 비치는 ‘푸석한 얼굴’ 은 시인의 모습이다. 그런데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다 갑자기 시인은 친구를 떠올린다. ‘오랫동안 함께 길을 걸었으나 / 지금은 면회마저 금지된 친구’ 를. 이 ‘친구’ 가 군부 독재의 ‘엄동 혹한’ 속에서 변혁 운동을 하다 감옥에 갇히게 된 사람임을 우리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시인과 그가 오래 함께 걸은 ‘길’ 은 길고 긴 독재와의 싸움이었으리라. 지금 그 ‘친구’ 는 면회마저 금지된 상태로 감옥에 갇혀 있다. 그리고 시인은 여기 버스 안에서 친구를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지금, 자꾸만 일상에 매몰되어 가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치열했던 의지가 점점 무뎌져 가고 자꾸만 일상에 안주하려 하게 되는 30대 후반. 그는 문득 자신의 이런 모습을 돌아보며 안타깝고 부끄러운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 아닐까. 면회마저 금지된 감옥 바깥. 일상이라는 것의 무게로 그의 의식을 자꾸만 얽어매려 하는 세상 속에서. <현대시 감상, 지학사>
== 핵심노트 새벽 시내버스 서민들의 교통 수단으로, 화자가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공간 차창 세상을 바라보는 통로 엄동 혹한 1980년대의 암울한 시대 상황 성에꽃 힘겨운 상황일수록 더욱 아름답게 피어나는 서민들의 삶의 숨결 입김과 숨결 서민들의 삶의 흔적 기막힌 아름다움 성에꽃의 아름다움, 서민들의 삶의 아름다움 막막한 한숨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 (1) 비유적 표현: '찬란한 치장', '성에꽃'에서 차창에 핀 성에를 '찬란한 치장', '꽃'에 비유하여 추운 겨울이라는 암담한 상황에도 아름답게 피는 꽃이라는 화자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2) 역설적 표현: '엄동 혹한일수록 / 선연히 피는 성에꽃', '~차가운 아름다움에 취한다'에서 차가운 현실 속에서 아름답게 피는 성에꽃을 통해 고단한 삶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있다. ‘서민들이 피워 내는 꽃’을 형상화한 최두석의 시 세계는?
==가져옴: http://cafe.naver.com/whykorean/1610 ※ 다음 시를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새벽 시내버스는 ㉠차창에 웬 찬란한 치장을 하고 달린다. ⓐ엄동 혹한일수록 선연히 피는 성에꽃 어제 이 버스를 탔던 처녀 총각 아이 어른 미용사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의 입김과 숨결이 간밤에 은밀히 만나 피워낸 번뜩이는 기막힌 아름다움 ⓑ나는 무슨 전람회에 온 듯 자리를 옮겨 다니며 보고 다시 꽃이파리 하나, 섬세하고도 차가운 아름다움에 취한다. ⓒ어느 누구의 막막한 한숨이던가. 어떤 더운 가슴이 토해낸 정열의 숨결이던가 일없이 정성스레 입김으로 손가락으로 성에꽃 한 잎 지우고 ⓓ이마를 대고 본다. ⓔ덜컹거리는 창에 어리는 푸석한 얼굴 오랫동안 함께 길을 걸었으나 지금은 면회마저 금지된 친구여. -최두석, <성에꽃>
1. 이 시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암울한 정치적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② 부정적 현실에 대해 직설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③ 시 속의 우울함은 개인적 감정보다 공동체적 삶에서 기인한 것이다. ④ 시적 화자는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서민들에 대해 애정을 느끼고 있다. ⑤ 현실 대응에 있어서 감성과 지성의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는 균형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정답) ② (해) 암울한 정치 현실 속에서의 우울을 노래한 작품이지만, 그 우울함을 직설적으로 비판하고 있지는 않다.
2. 다음 중, ㉠의 함축적 의미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자아 성찰의 매개체 ② 양심을 비추어 주는 거울 ③ 세상을 바라보는 매개체 ④ 시적 화자의 내면이 투영된 소재 ⑤ 현실에 안주하려는 시적 화자를 일깨워 주는 소재 정답) ③ (해) 화자는 차창에 맺힌 성에꽃에서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보고 있다.
3. 이 시에 드러난 시적 화자의 태도로 적절한 것은? ① 미래에 대한 신념을 지니고 있다. ② 비현실적 환상의 세계를 동경하고 있다. ③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삶의 태도를 드러낸다. ④ 현실 세계에 대한 회의를 품고 이상 세계를 지향한다. ⑤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개인적인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다. 정답) ⑤ (해) 현실에 대해 파고들면서도 감정과 지성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고 차분한 어조로 당대의 시대상을 세밀하게 드러내고 있다.
4. 이 시의 소재를 통해 시인이 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① 행복한 미래에 대한 믿음 ② 민중의 삶에 대한 애정 ③ 미적으로 승화된 고뇌와 슬픔 ④ 억압적인 체제에 대한 비판과 항거 ⑤ 개개의 인간의 삶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아름다움 정답) ② (해) 민중들의 고단하고 힘든 삶도 성에꽃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 시의 시적 화자가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태도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 시의 시적 화자가 민중의 삶에 대해 강한 애정과 사랑의 감정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오) ⑤에서 ‘개개인의 인간’이라는 말은 너무나 막연한 표현이다. 이 시의 초점은 막연히 인간이 아니라 민중들에 맞추어져 있다. 5. 이 시의 시어인 ‘어느 누구’에 해당되는 사람의 모습이 형상화된 것은? 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② 그 가슴을 퉁 흔들고 간 노인의 손 / 지금 어느 끝없는 향연에 높이 앉았으려니 / 땅 우의 외론 기린이야 하마 잊어졌을까 ③ 우리가 저와 같아서 /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④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 좌르르 하직(下直)했다. / 그 후로 그를 꿈에서 만났다. ⑤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 솟는 대지의 눈 /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정답) ③ (해) ‘어느 누구’는 막막한 한숨을 쉬는 대상으로 삶의 고난과 시련을 겪는 부류의 사람들을 의미한다. ③ 역시 하루 고된 노동을 마치고 가난한 동네로 다시 돌아가는 인물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6. <보기>는 이 시에 대한 평설의 일부이다. Ⓐ에 들어갈 내용으로 적절한 것은? <보기> 시인은 차창에 낀 성에꽃을 보며 그러한 대상이 존재하기까지의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서술을 통하여 독자들은 ( Ⓐ )에 의해 성에꽃이라는 화려한 존재가 탄생했다고 여기는 시인의 개인적인 시각을 읽을 수 있다.
① 편안하고 평온한 마음 ② 탈속적이고 고고한 생활 ③ 가장 남루하고 고단한 삶 ④ 슬픔을 승화시키려고 하는 태도 ⑤ 시련을 극복하려는 실천적인 자세 정답) ③ (해) 이 시에서 ‘성에꽃’은 서민들의 삶의 고통이 만들어낸 한숨의 꽃이다. 하지만 이 글을 통해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의지적 자세는 느껴지지 않는다
7. 이 시에서 고달픈 서민들의 삶의 숨결을 형상화하고 있는 시어를 쓰시오. 정답) 성에꽃
8. 이 시가 <보기>의 시와 두드러지게 다른 점은? <보기>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 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너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정지용, [유리창]
① 시어의 상징성 ② 시적 발상과 표현 기법 ③ 부끄러운 자신에 대한 성찰 ④ 시대 현실에 대한 의식 표출 ⑤ 유리창을 매개로 한 정서 표출 정답) ④ (해) ‘성에꽃’은 ‘유리창1’과 달리 시대 현실을 의식하고 있으며, 사적인 감정이 아니라 공동체적 공감의 세계로 나아간다.
9. 위 시의 전개상 아래와 같이 Ⓐ에서 Ⓑ로 화자의 정서가 고양되는 부분으로 옳은 것은? Ⓐ 대상 관찰 ⇒ Ⓑ 대상과의 공감대 형성
① ⓐ ② ⓑ ③ ⓒ ④ ⓓ ⑤ ⓔ 정답) ③ (해) 화자는 성에꽃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다가 불현듯 그것이 ‘어느 누구의 막막한 한숨’이며 ‘정열의 숨결’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들의 애환을 상상하게 된다. 즉, 화자는 ⓒ부분에서 태도를 전환하면서 정서가 고양된다.
10. 이 시를 읽고 쓴 감상문이다. 그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이 시는 ㉠일체의 흥분, 격정이 차분히 가라앉은 얼음같이 차갑고 투명한 작품으로, ㉡물이 결빙(結氷) 시에 빚어지는 특유의 형상이 아름다운 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 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처녀 총각 아이 어른’들의 막막한 한숨이며 정열의 숨결이다. 시적 화자는 동시대인들의 삶의 모습을 ㉣같은 버스를 탔던 삶들이 남긴 숨결을 통해 느끼고 있다. 그리고 생명도 없는 것이 아름다운 꽃무늬를 지었다가 사라지는 ㉤성에꽃을 보면서 인간 특유의 고독감, 허무감, 무상감을 드러내고 있다.
① ㉠ ② ㉡ ③ ㉢ ④ ㉣ ⑤ ㉤ 정답) ⑤ (해) 민중들의 고단하고 힘든 삶도 성에꽃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 시의 시적 화자가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태도이다. 그러므로 성에꽃에 대한 애정과 연민의 정은 느낄 수 있지만 고독감, 허무감, 무상감과는 거리가 멀다.
11. <보기>의 ㉠은 사전에 실린 ‘성에’의 의미이고, ㉡은 위 시에 쓰인 의미이다. 다음 중, ㉡을 통해 알 수 있는 시어의 특징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 기온이 영하일 때 유리에 수증기가 허옇게 얼어붙은 서릿발 ㉡ 서민들의 막막한 한숨이나 정열의 숨결이 유리창에 맺힌 것
① 언어의 정서적 효과 중시 ② 지시적․외연적 의미 중시 ③ 어휘의 내포적 의미 중시 ④ 시인의 주관적 정서 표현 ⑤ 시인에 의한 새로운 의미 창출 정답) ② (해) ㉠에서 성에는 지시적, 외연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12. 다음은 이 시의 수업 장면입니다. 선생님의 질문에 답변을 잘못한 사람은 누구인가? <보기> 선생님 : 화자는 현재 어떤 상황에 있습니까? 학 생 : 추운 겨울에 시내버스를 타고 있습니다. -------① 선생님 : ‘차창’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학 생 : 화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② 선생님 : 그렇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화자의 심리 상태는 어떠한가요? 학 생 : 현란한 도시의 모습을 보면서 삶의 희망을 얻고 있습니다. --------------③ 선생님 : 차창에 서린 성에꽃은 왜 생겼을까요? 학 생 :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입김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④ 선생님 : 그렇다면 성에꽃의 상징적인 의미는 무엇일까요? 학 생 : 암울한 시대를 힘들게 살아가는 민중들의 삶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⑤
정답) ③ (해) 위 시의 화자는 차창을 통해 비치는 바깥 풍경을 보면서 막막한 마음에 한숨을 쉬고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래서 그 한숨과 입김으로 인해 차창에 성에가 끼게 되는 것이다. 현란한 도시의 모습을 보면서 삶의 희망을 얻는다는 ③은 적절하지 않다.
13. 위 시를 <보기>와 같은 일기문으로 변형했을 때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2010년 12월 4일. 맑음. 여명을 헤치며 작은 가방에 도시락을 넣고 아직 차갑기만 한 주위를 살피며 버스에 올랐다. 차가운 바깥 공기로 버스 차창은 성에가 가득하다. 성에를 보며 지난밤을 생각한다. ⓐ남루한 한 남자가 차창에 기대어 졸고 있고, ⓑ어느 실직자는 세상이 힘겨운 듯 자리에 앉아있고, ⓒ그 사이를 외판원이 늦게까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물건을 판다. ⓓ나는 다시 자리를 옮겨가며 성에를 지우며 문득 친구의 얼굴을 떠올린다. ⓔ그와 함께 한 아름다운 유년 시절의 기억들을. 아, 보고 싶다 친구여!
① ⓐ ② ⓑ ③ ⓒ ④ ⓓ ⑤ ⓔ 정답) ⑤ (해) 이 시에서 친구와 내가 아름다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는 근거는 찾을 수 없다. 다만 ‘나와 같은 길을 걸었던, 지금은 면회마저 금지된’이라는 시구를 통해 친구가 현재 감옥에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두 사람이 걸었던 길은 아름답기보다는 오히려 험난한 길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4. 위 시의 ‘길’의 이미지와 가장 가까운 것은? ① 길은 외줄기 / 남도 삼백 리. // 술 익는 마을마다 / 타는 저녁놀. // 구름에 달 가듯이 / 가는 나그네 -박목월, <나그네> ②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 걸어가야겠다. //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서시> ③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한용운,<님의 침묵> ④ 눈 내려 어두워서 길을 잃었네. / 갈 길은 멀고 길을 잃었네 // 눈 사람도 없는 겨울밤 이 거리를 / 찾아오는 사람 없어 노래 부르니 / 눈 맞으며 세상 밖을 돌아가는 사람들뿐 -정호승, <맹인 부부 가수> ⑤ 길을 가다가 자주 뒤를 돌아보게 하는 / 서른 번 다져 두고 서른 번 포기했던 관습들 / 서쪽 마을을 바라보면 나무들의 잔숨결처럼 / 가늘게 흩어지는 저녁 연기가 / (중략) / 실로 이 세상을 앓아 보지 않은 것들과 함께 / 잠들고 싶다. -이기철, <청산행> 정답) ② (해) 에서 ‘길’은 ‘인생 행로’를 의미하고 있다. 동시에 ‘미용사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와 같이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행동하는 ‘정의롭고 올바른 삶의 길’이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② 역시 자신의 살아가야 할 ‘인생의 행로’의 의미로 함축하며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는 박애와 연민의 길을 의미하고 있다. (오) ④는 이상적 세계에 도달하기 위해 가야 할 과정으로서의 행로를 의미한다.
※ 다음 시를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새벽 시내버스는 차창에 웬 찬란한 치장을 하고 달린다 ㉡엄동 혹한일수록 선연히 피는 성에꽃 어제 이 버스를 탔던 처녀 총각 아이 어른 ⓑ미용사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의 입김과 숨결이 간밤에 은밀히 만나 피워낸 번뜩이는 기막힌 아름다움 나는 무슨 전람회에 온 듯 자리를 옮겨다니며 보고 다시 꽃이파리 하나, 섬세하고도 차가운 아름다움에 취한다 어느 누구의 ⓒ막막한 한숨이던가 어떤 더운 가슴이 토해낸 정열의 숨결이던가 일없이 정성스레 ⓓ입김으로 손가락으로 성에꽃 한 잎 지우고 이마를 대고 본다 덜컹거리는 창에 어리는 ⓔ푸석한 얼굴 Ⓐ오랫동안 함께 길을 걸었으나 지금은 면회마저 금지된 친구여. - 최두석, [성에꽃]
15. ㉡과 유사한 발상이 나타나 있는 것은? ① 벼는 서로 어우러져 / 기대고 산다. / 햇살 따가워질수록 /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② 혼자는 아니다 /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 나도 아니다. /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③ 함박눈은 내리는데 갈 길은 먼데 / 무관심을 사랑하는 노랠 부르며 / 눈사람을 기다리는 노랠 부르며 / 이 겨울 밤거리의 눈사람이 되었네 ④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 아아, 마침내, 끝끝내 / 꽃 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 꽃 피는 나무이다 ⑤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온 곳 / 우리의 옛사랑이 피 흘린 곳에 /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 잎 흔들며 /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정답) ① (해) ㉡은 외부의 시련과 대비되어 어려움 속에서 오히려 긍정적 속성이 강화되는 대상을 표현하고 있는 역설적 구절이다. ① 역시 ‘햇살 따가워질수록’이라는 외부의 시련 속에서도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기는 ‘벼’의 긍정적 속성이 역설적으로 나타나 있다. (오) ③ 역시 역설적 발상은 성립되나, 어려움 속에서 오히려 긍정적 속성이 강화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16. 위 시에서 밑줄 친 ⓐ~ⓔ 중, <보기>의 ㉠이 형상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것은? <보기> 나무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서 하늘을 향해 길게 팔을 내뻗고 있다 밤이면 메마른 손끝에 아름다운 별빛을 받아 드러낸 몸통에서 흙 속에 박은 뿌리까지 그것으로 말끔히 씻어내려는 것이겠지 터진 살갗에 새겨진 ㉠고달픈 삶이나 뒤틀린 허리에 밴 구질구질한 나날이야 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이 한밤에 내려 몸을 덮는 눈 따위 흔들어 시원스레 털어 다시 알몸이 되겠지만 알고 있을까 그들 때로 서로 부둥켜안고 온몸을 떨며 깊은 울음을 터트릴 때 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 신경림, [나목]
① ⓐ ② ⓑ ③ ⓒ ④ ⓓ ⑤ ⓔ 정답) ④ (해) ㉠ ‘고달픈 삶’은 나목의 터진 살갗에 새겨진 현실적 삶의 어려움을 의미한다. 그러나 ⓓ의 입김은 성에꽃을 피워낸 사람들에 대한 시적 화자의 애정을 함축하고 있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형상화된 것으로 보기 힘들다.
17. 이 시의 시적 공간인 ‘시내 버스’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유랑 생활에서 오는 화자의 정신적 고통을 해소하는 공간이다. ②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편히 쉴 수 있는 삶의 안식처이다. ③ 화자에게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환기시키는 매개체이다. ④ 인간의 순수성을 파괴하는 문명의 이기(利器)로, 화자가 비판하는 공간이다. ⑤ 화자가 도시 사람들의 따뜻한 정(情)을 느끼며 고향에 대해 그리워하는 공간이다. 정답) ③ (해) 화자는 ‘시내 버스’ 안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을 관찰할 뿐 아니라 그들의 삶의 현장에 함께 위치하며 그들의 숨결을 느끼고 있다.
18. <보기>와 위 시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추위가 칼날처럼 다가든 새벽 무심히 커튼을 젖히다 보면 유리창에 피어난, 아니 이런 황홀한 꿈을 보았나. 세상과 나 사이에 밤새 누가 이런 투명한 꽃을 피워 놓으셨을까. 들녘의 꽃들조차 제 빛깔을 감추고 씨앗 속에 깊이 숨 죽이고 있을 때 이내 스러지는 니르바나의 꽃을 저 얇고 날카로운 유리창에 누가 새겨 놓았을까. 하긴 사람도 그렇지. 가장 가혹한 고통의 밤이 끝난 자리에 가장 눈부시고 부드러운 꿈이 일어서지. 새하얀 신부 앞에 붉고 푸른 색깔들 입 다물듯이 들녘의 꽃들 모두 제 향기를 씨앗 속에 깊이 감추고 있을 때 어둠이 스며드는 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누가 저토록 슬픈 향기를 새기셨을까. 한 방울 물로 스러지는 불가해한 비애의 꽃송이들을 -문정희, [성에꽃]
① <보기>와 위 시는 모두 계절적 배경을 활용하고 있다. ② 위 시와 달리, <보기>에서는 ‘성에꽃’의 순간성이 부각되어 있다. ③ <보기>와 위 시 모두 ‘성에꽃’이 아름다운 대상으로 설정되어 있다. ④ <보기>와 위 시 모두 ‘성에꽃’을 통해 절망적인 사회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⑤ <보기>와는 달리, 위 시에서는 ‘성에꽃’을 보면서 특정한 인물을 떠올리고 있다. 정답) ④ (해) 위 시에서는 성에꽃을 보면서 고통 받는 서민들을 떠올리고 있다. 또 작품의 마지막 두 행에도 최소한의 인권마저 제한된 암울한 시대 현실이 암시되어 있다. 19. 위 시의 표현상 특징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주로 시각적인 심상을 사용하여 주제를 감각적으로 형상화시킨다. ② 사물의 속성을 나열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사물을 이해시키고 있다. ③ 현재의 장면에 대한 정서적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④ 감각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대상을 묘사하고 있다. ⑤ 대조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정답) ② (해) 이 시는 주로 시각적인 심상을 사용하여 감각적으로 대상을 묘사하고 있다. 현재 서정적 화자가 관찰하는 대상을 중심으로 화자의 정서가 드러나며 또한 버스 안 서민들의 힘든 삶과 아름다운 성에꽃의 이미지가 대조되면서 화자의 정서가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사물의 속성의 나열과 다양한 관점에서 사물을 이해시키는 것은 아니다.
20. 다음 중 Ⓐ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시적 상황과 가장 유사하지 않은 것은? ①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 한 세상 떼어 메고 /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 길이 보전하세로 /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 주저앉는다. - 황지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②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 신경림, [가난한 사랑 노래] ③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 우리가 저와 같아서 /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 일이 끝나 저물어 /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 나는 돌아갈 뿐이다. -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 ④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 뿌리 깊으면야 /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서시] 정답) ④ (해) ④의 시는 각 개인 자신에게 주어진 고통스런 상황을 외면하지 말고 이겨내라고 얘기하는 것이지, 특정한 시대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 희망의 문학 http://www.seelotus.com/gojeon/hyeon-dae/si/si-new/seong-ae-ggod.htm 동영상 시 설명 성에꽃 / 문정희 주제 : 서민들의 삶에 대한 애정
화자의 정서 : 화자는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애정을 보이고 있다. '새벽 시내버스는 / 차창에 찬란한 치장을 하고 달린다'에서 추운 새벽을 달리는 시내버스의 성에를 보며 찬란하다고 여기고, '번뜩이는 기막힌 아름다움~ 차가운 아름다움에 취한다'에서는 서민들의 입김과 숨결이 피워 낸 성에꽃을 아름답다고 여기며 서민들의 삶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일없이 정성스레 입김으로 손가락으로' 부분에서 성에꽃을 서민들의 힘겨운 삶이라 여기고 이를 소중하고 생각하며, '오랫동안 함께 ~ 면회마저 금지된 친구여'에서 뜻을 같이했던 친구를 떠올리고 만날 수 없는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그리워하고 있다.
시어의 의미
표현상 특징
눈으로 보는 작품 point
작품 속 배경지식
최두석은 현실의 삶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면서도 이를 서정과 결합시킨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시집《대꽃》(1984),《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1997), 《꽃에게 길을 묻는다》(2003) 등 꽃에 관한 시를 많이 발표했는데. 그의 시에서‘꽃’은 곧 민중들의 삶을 의미할 때가 많다. 더불어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 이웃들의 관계에 대해 그는 늘 따스하면서도 때로는 측은한 시선을 보낸다. 그러면서도 그 속에는 1980년대의 부정적인 역사와 냉혹한 현실에 대한 은근한 비판이 숨어 있다. 위 내용은 메가스터디 메가북스의 교재인 문학기본서 「작품」의 내용을 일부 가공한 것입니다.
추위가 칼날처럼 다가든 새벽
무심히 커튼을 젖히다 보면
유리창에 피어난, 아니 이런 황홀한 꿈을 보았나
세상과 나 사이에 밤새 누가
이런 투명한 꽃을 피워 놓으셨을까
들녘의 꽃들조차 제 빛깔을 감추고
씨앗 속에 깊이 숨 죽이고 있을 때
이내 스러지는 니르바나의 꽃을
저 얇고 날카로운 유리창에 누가 새겨 놓았을까
허긴 사람도 그렇지
가장 가혹한 고통의 밤이 끝난 자리에
가장 눈부시고 부드러운 꿈이 일어서지
새하얀 신부 앞에 붉고 푸른 색깔들 입다물듯이
들녘의 꽃들 모두 제 향기를
씨앗 속에 깊이 감추고 있을 때
어둠이 스며드는 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누가 저토록 슬픈 향기를 새기셨을까
한 방울 물로 스러지는
불가해한 비애의 꽃송이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