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오페라축제 개막작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장미의 기사' 우리나라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공연은 아니기에 무려 석달 전에 예매. 순수 우리나라 성악가와 오케스트라로 이루어진 의미있는 대단한 도전!
불협화음조차 다채로운 음색 속에서 절묘하게 녹여내야 하는 거대한 후기낭만주의 난곡이기에 일부분 아쉬운 곳도 있었다. (3막 막판 특정 부분에서 현 소리가 이상하게 튀어서 의아했었고 맑은하늘님도 저랑 똑같이 느꼈는지 이 부분을 뒷풀이때 이야기하심) 집에 와서 다른 연주를 들어보니 확실히 이 부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악단의 기량차이에서 오는 부분이었고 불협화음조차 오케스트라에 잘 녹아들어야 하는데 프로 악단들조차도 이것이 너무나 힘들구나라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그리고 호른들이 좀 더 자신있게 연주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는데 쩌렁쩌렁함보다는 현과 목관 안에 부드럽게 어우러져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런 디테일한 부분들 말고는 전체적으로 매혹적인 슈트라우스의 오케스트레이션을 유감없이 잘 보여주었고 특히 현의 끈적하면서도 능청스러운 듯한 표현력은 정말 일품이었다.
성악진들도 모두 안정적인 느낌이어서 정말 준비를 많이 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고, 특히 옥스 남작이 가장 돋보이지 않았나싶다(얼마나 맛깔나게 열연하느냐에 따라 사실상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공연의 에이스가 됨) 역시나 3막 후반부는 너무나 황홀해서 눈물이 다 날 지경ㅠㅜ (슈트라우스가 대놓고 '관객들을 모두 집단최면의 상태로 녹여버릴테다'고 만들었을 듯)
여담으로 뒷풀이때 '자기 욕구와 사회적 역할에 충실한 옥스남작을 왜 자꾸 나쁘게 보냐, 제일 나쁜놈은 비열한 옥타비안이다'라는 매우 설득력있는 주장도 있었음ㅋ
다음주에는 서울에서 국립오페라단이 바그너의 탄호이저를 공연하고(무려 4시간 넘음) 광주시향에서는 브루크너 연주로 연일 갈채를 받고 있다.(대구에서도 10월 24일 공연예정) 작년에는 비록 외국 오페라단이었지만 슈트라우스의 엘렉트라를 국내초연하여 큰 화재가 되었었다.
이러한 대곡(난곡)들도 이제 우리나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 같아 매우 고무적. 사실 이런 작품들이 무대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악단의 기량 문제 뿐 아니라 관객들의 호응과 흥행도 중요하다.
하지만 25년 전 우리나라에서 말러 붐이 일면서 그 어렵다는 말러 작품들은 이제 웬만한 오케스트라는 다 잘 하지 않는가.(10월 18일 대구시향 말러 교향곡 5번 예정) 음악의 다양성과 발전을 위한 혁신은 연주자의 도전 뿐 아니라 관객과 애호가들에게도 도전임을!!!